'나이팅게일 선서'는 이제 간병인과 요양보호사가 해라

[기고] 환자 간호를 내던진 간호계

최근 "간병비 급여화"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여러 글이나 토톤회, 그리고 각종 인터뷰에서 누누이 이야기한 바 있지만, 간병비 급여화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간병비는 지금까지 환자가 사적 간병인을 고용해서 지불하는 비용을 일컬어 온 단어다. 따라서 이 간병비를 제도권 의료체계 안으로 편입시키면, 중환자실이나 통합병실처럼 ‘간병비’ 항목 자체는 소멸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일반병원의 간호·간병 통합병실처럼 요양병원도 고유한 통합병실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가장 큰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할 집단은 간호계라고 생각한다. 환자 돌봄의 본질적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간호계는 지금까지 이에 대해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 문제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조차 고민하지 않는 듯 보인다.

내 판단으로는 간호사들은 이미 본래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초음파 검사, 채혈, 보험 심사까지 온갖 일을 떠맡으면서 정작 환자 간호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간호사는 자신의 고유 업무를 하나도 지켜내지 못한 채, 병원의 돈벌이 도구로 전락했다. 병실의 환자 돌봄 업무도 간병인에게 떠넘기며, 환자 돌봄은 더 이상 자기들 업무도 책임도 아니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심지어 간호조무사들조차 환자 돌봄은 간병인의 몫이지 자기들 업무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의사 집단의 반대와 대통령의 부당한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오랜 진통 끝에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간호·돌봄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간호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정작 간호법이 시행되자, 간호계는 이율배반적으로 환자 간호·간병이나 지역사회 돌봄 제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의사업무를 지원하는 진료지원 업무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제는 간호사가 간호사라는 이름표를 떼고 ‘의료업무지원사’라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지경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사들이 직업적 철학, 가치, 자부심을 상실한 것은 오히려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간호계는 입원료 체계에서 간호관리료가 의학관리료에 밀려 축소되는 것조차 막지 못하더니, 이제는 간호사의 긍지와 자부심이었던 환자 간호마저 내던지고 말았다. 나이팅게일 선서? 간호학을 배우고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혼란만 주지 말고 이제 그만 없애라. 나이팅게일 선서는 이제 간병인과 요양보호사가 해야 한다.

▲'나이팅게일 선서'를 진행하고 있는 한 간호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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