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만드는 구름인 비행운의 온실효과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계획(NDC)에 반영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항공기가 배출하는 각종 미세 입자, 수증기 등 '비이산화탄소' 물질도 NDC에 반영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시 국제 기후 협약인 파리 협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럽 교통·에너지 분야 기후 대응 비영리 기구 T&E('Transport & Environment')는 19일 법률 자문 결과를 공개하며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비행운 등 '비이산화탄소 배출'을 NDC에 반영하지 않는 건 파리 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파리 협정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하로 지키기 위한 국제 기후 대응 협약이다. 당사국은 온실효과 감축 목표와 계획을 명시한 NDC를 5년마다 UN에 제출해야 한다.
비이산화탄소 배출은 비행기 엔진에서 배출되는 탄소 외의 물질을 이른다. 비행운을 포함해 질소산화물, 미세 입자, 그을음, 수증기, 이산화황 등이다. 과학계는 이들의 복사 강제력(온실효과)이 기후 위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25년 전부터 꾸준히 지적해 왔다. IPCC(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1999년 보고서에서 '비이산화탄소 배출 효과를 포함하면, 이산화탄소만 고려했을 때보다 복사 강제력이 2~4배 더 클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항공기의 탄소 배출은 연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한다. 비이산화탄소 배출의 온실효과까지 더하면, 기후 위기 가속화에 항공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진다. EASA(유럽연합 항공안전청)는 2018년 항공 부문의 복사 강제력 중 66% 이상이 비이산화탄소 배출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T&E는 "비행운이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영향력이 이산화탄소와 맞먹거나, 그 이상으로 평가된다"고도 밝혔다.
항공기 운항 횟수는 지난 50여 년간 급증해 왔다. 1960년부터 2018년까지 항공사가 승객을 운송한 총 거리는 한 해당 1090억km(킬로미터)에서 8조 2690억km로 늘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6.8배가량 늘어, 2018년에 10억 3400만 톤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비이산화탄소 배출을 포함한 항공기의 기후 영향력을 NDC에 반영한 나라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자문을 한 영국 코너스톤 변호사그룹(Cornerstone Barristers)은 "비이산화탄소 항공 배출량의 정확한 규모와 영향에 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된다면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예방 조치를 연기해선 안 되는 게 UN 기후변화협약 내용"이라며 "파리협정은 가장 최근의 과학적 지식에 기반해 위기를 예방해야 한다고도 정한다"고 밝혔다.
T&E는 "비행운은 항로를 약간 수정하는 노력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국제적으로는 유럽연합, 싱가포르, 일본 등이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와 무공해 항공기 등을 단거리 노선에 일부분 도입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한 항공연료'는 폐식용유, 해조류 등 바이오매스로 만들어진 항공유로, 기존 석유보다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2~5배가량 비싸고 온실효과 완화에 관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
T&E는 그러나 "한국은 기술력, 산업 기반, 국내 단거리 노선에서 실증이 가능한 조건 등을 갖추고 있음에도, 항공 부문의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정책적 대응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정부는 항공 분야를 NDC에 포함하고, 지속가능한 항공유 혼합 의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무공해 항공기 시범 사업지원, 비행운 관련 현황 데이터도 확보해 기후 영향을 줄이는 정책 등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릴 COP30(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최 전, 각국이 NDC에 비이산화탄소 배출원을 포함해 보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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