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현재의 청년세대를 한국사회의 기회 부족으로 인한 "피해 계층"으로 규정하며 기성세대의 책임을 강조했다. 청년의 날을 맞이해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직접 경청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 자리에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기성세대와 기존 사회구조에 의해 강요되는 불합리에 대해 "청년들이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청년세대 내부의 성차별 및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문제를 '성별 간 갈등' 정도로 단순화하는가 하면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건 이해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미워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19일 서울 마포구에서 연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 행사에서 "가까워야 할 청년세대, 특히 남녀가 편을 지어 다툰다"며 "어제 수석보좌관 회의 자료를 보니 20대 여성의 70.3%는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20대 남성의 70.4%는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일면 타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한 분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 '취업하기까지는 여성이 좀 유리하고 남성이 차별받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남자는) 군대도 가야 하는데 가산점도 안 준다. 그런데 취직을 하고 난 다음에는 남자가 더 우대받고 여성이 차별받는 것 같다. 간부도 별로 없고, 상사도 다 남성 중심으로 조직이 돼 있고, 시설도 남성 중심이고, 유리천장 같은 게 실제로 있는 것 같다'(고 한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청년세대 내부에 존재하는 젠더 문제를 단순한 '성별 간 갈등'으로 인식해, 성차별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가릴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남성은 남성이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 '여성은 여성이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마치 각 집단의 '체감'이 문제인 것처럼 접근할 경우, 성폭력이나 유리천장 등 제도적 차별과 같은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방향성이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 사이에서 여성이 구조적으로 불평등하게 억압당하거나 불이익을 얻는 것이 맞는데, 특정 영역에서는 또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차별당하는 측면도 있다"(이 대통령) 같은 언급도 전형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각자 사회에서 마주하는 고충이 마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착시를 유도하는 면이 있다.
이 대통령이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청년 여성과 남성이 대화와 토론을 할 공론장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언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각자가 피해자라고 '느끼는' 청년 남성과 여성이 한데 모여 토론을 해보라는 것은, 성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인 정부가 오히려 양측 주장의 조정자 내지 사회자 역할에 머무르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살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행사 마무리 발언에서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을 향해 '남성 차별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것은 심지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는 여성들의 차별감, 차별 느낌은 이해한다. 워낙 많이 연구돼 있고 언급돼 있는데, 남성들이 차별받는다(는 주장은), 아는 것도 있고 짐작되는 바도 있는데 몇 가지 사례 때문만은 아닐 듯하다. 종합토론을 하든 조사를 하든 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차별)인지, 어떻게 시정할 수 있을지 전체적으로 한 번 알아봐달라"고 당부했다.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차별감', '차별 느낌'으로 표현한 점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거듭 원 장관을 향해 "70.3% 여성이 차별받는다고 생각하고, 그보다 0.1% 더 많은 70.4% 남성이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는데 구체적으로 그게 뭔지…(조사하라)"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주재한 두 번째 국무회의(7.10) 당시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남성들이 불만을 가진 이슈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느냐"며 "우리 정부는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해서 폭넓게 그런 것들을 좀 보려고 한다", "남성 차별 부분을 연구하고 대책을 만드는 방안을 점검해달라"고 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李대통령"청년 남성, 경쟁에서 여성에 밀려 피해의식 클 것 같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토크콘서트 행사 도중 "괜히 여자가 남자 미워하면 안 되지 않나.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건 이해하는데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미워한다? 이게 상상하기 어려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농담 섞인 발언이었다고는 하나, 이른바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라는 성차별적 통념을 무비판적으로 재생산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이날 토크콘서트 행사는 대통령실이 기획한 '청년정책 주간'의 일환으로 열렸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9월 20일 청년의 날을 준비하는 의미로 이번 한 주간 청년과 소통하고,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풀어보고자 '청년정책 주간'을 운영했다"며 "오늘 개최된 2030 청년소통공감 토크콘서트 주제와 같이 '청년의 목소리로 청년의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진짜 대한민국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 성과를 보여드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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