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실장 "'트럼프 변수' 장담 못해…국익 방어 협상 주력"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보다 급한 건 '협상 복원'"…日 독도 도발엔 "우리가 관리" 일축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쟁점이 될 수 있는 현안을 갖고 있지만, 항상 모든 이슈를 총체적 측면에서, 동맹과 미래를 깨지 않고 '윈-윈'하는 길을 찾아가려 한다"고 했다.

1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 간담회에 참석한 위 실장은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협상에 대해 이같이 말하고 "지금의 과정을 거쳐서 타협점을 찾아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후속 협의가 교착에 빠진 배경으로 "우리가 전혀 접하지 못한 여건 속에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한 개성을 가진 정치 지도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변수를 보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관세협상이 장기화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의 합의냐다"며 "실현 가능해야 하고, 지속 가능해야 하고, 국익을 적절한 범위에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한 미국 측의 압박으로 협상에 진전이 없지만, 시간에 떠밀려 손해를 감수하면서 서명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정부가 미국의 내부 상황을 살펴보려고 서명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에는 "미국 내 선거나 법 소송의 추이를 기다려보는 시간끌기가 아니다"면서 "오로지 이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입장 조정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했다.

위 실장은 거듭 "언제일지는 말을 못하지만, 타결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로 입장을 조율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위 실장은 관세협상이 안보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어떤 논란이 있어도 동맹의 장래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며 "돈을 이야기하다가 동맹이 더 나빠지는 것을 모를 수 있기 때문에 그 길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돈 문제에서 얻어내는 게 있다면 안보 쪽은 양보할 수도 있다"면서도 "관세 쪽에서 일이 어렵게 됐다고 안보 쪽으로 나쁜 영향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위 실장은 "양쪽(관세, 안보) 패키지가 나름의 독자성을 가지고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관세 협상이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유의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위 실장은 주미대사로 내정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아그레망이 나왔다"며 미국 측의 동의 절차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 전 장관의 주미대사 임명이 이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피스메이커' 역할 기대중국 도외시하고 비핵화 논의 어려워"

위 실장은 밀착해가는 북한, 중국, 러시아 정세에 대해선 "러·북이 사실상 군사동맹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그 과정이 한러 관계에 악영향을 준 것은 물론"이라며 "그런 협력이 계속 지속되면 북핵 미사일 역량이 커지고, 남북 관계와 우리의 안보, 한러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뤄나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위 실장은 "지난 시기 우리와 북중러 관계가 극도로 악화해 온 것"이라며 "세 나라와의 관계는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것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도 정부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위 실장은 이어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이며, 북한이 이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 목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저 중단시키고, 줄이고, 폐기하는 수순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도식적 로드맵이) 현실에서 그렇게 유용한 것이 아니다"며 "가장 급한 것은 '협상 과정의 복원'이고, 그 과정에서 주고받기를 통해 비핵화를 추동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위 실장은 거듭 "(북중러 정세의 여파로) 북한이 단기간에 대화에 나설 이유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즉각적인 호응이 없지만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우리 정부는 안보나 억지력이 손상을 받지 않는 한에서 긴장 완화 조치를 몇 가지 시행한 바 있다. 앞으로도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북미 접촉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위 실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세 차례 정상회동을 한 경험이 있고 북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 역할을 해 달라면서 자신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 역할을 통해 비핵화 추동에 실질적 진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 전망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방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선 "한반도 주변의 비핵화, 평화 안정에 중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라며 "한반도의 좋은 장래, 통일까지 시야를 두고 생각하면 중국을 도외시하고 논의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대중, 대러 관계를 실용적 관점에서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위 실장은 또 한국 해양조사선이 독도 주변의 조사를 실시하자 일본 측이 항의한 데 대해선 "과거에는 서로 같이 발끈해서 대처했는데 (그게) 바람직한지 회의적"이라며 "독도는 우리가 관리하고 있는데 자꾸 얘기하면 분쟁 대상처럼 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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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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