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로이자 노태우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경제 전문가이기도 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10일 기독교방송(CBS)과의 인터뷰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로 미국 제조업·조선업 투자를 하겠다는 양국 비전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미국의 기업가들이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왜 제조업을 안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미국 기업가들은 자기네들 여건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자기들 스스로가 제조업에 투자를 안 하는 것"이라며 "미국이란 나라가 지난 30년 동안 제조업을 거의 포기했기 때문에 미국에는 지금 제조업에 가서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니까 여건상으로 굉장히 미국에서 제조업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미 관세협정의 핵심 합의사항이었던 '마스가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 가서 조선업을 해서 경제성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 하는 걸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과연 그렇게 해서 우리 제조업자들이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을 시키고 우리의 경제도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며 "우리 경제의 여러 여건을 생각할 적에 우리가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노력을 할 때냐"고 지적했다.
그는 '고율 관세를 피하려면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우리 능력을 초과하는 일은 할 수 없다. 우리가 모든 것을 미국 제조업 증가에 바치고 관세를 조금 덜 낸다고 했을 때 그러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돌아갈 거냐"고 했다.
그는 특히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구상에 대해 "우리 정부가 발표한 것과 미국 정부가 생각하는 것은 영 내용이 다르다"며 "미 상무장관은 한국이 내는 돈을 미국의 경제안보기금에 넣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곳, 미국 사회간접시설에 투자한다고 한다. 그 말은 우리보고 현금을 내라는 얘기"라고 지적하고는 "과연 그렇게 내고서 우리나라 경제가 견뎌낼 수 있겠느냐 하는 측면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관세협정이 개정 발효된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은 장관이 (미국에) 가서 5500억 불을 45일 안에 미국에 지불하고 관세를 15%로 한다 했는데, 일본은 외환보유고가 1조5000억쯤 되니까 약 40%가 미국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 일본처럼 그렇게 빨리 서명할 수 있겠느냐. 3500억 불은 우리 외환보유고의 약 89% 정도인데, 그게 한국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또 생각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편 오는 11일 취임 100일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난 100일은 그래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지금까지는 이 대통령이 별로 대통령으로서 실수한 게 없다"고 비교적 호평했다. 다만 관세협상에 대해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미완의 작품이기 때문에 뭐라고 평가를 할 수가 없다"며 앞서와 같이 지적했다.
여야 양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우선 여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는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검찰청을 폐지하느냐 폐지하지 않느냐 하는 얘기는 그 이름 자체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이 검찰, 검사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급하다고 할지라도 헌법은 존중을 해야 될 거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내용적 측면에 대해서도 "무슨 제도상의 명칭이 나빠서 오늘날 검찰이 저렇게 형편없이 된 건 아니"라며 "사실은 검찰 자체가 그렇게 나빴던 것이 아니라 대통령 되는 사람들이 검찰을 이용해서 자기 권력을 유지하려고 활용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중수청이 생기고 공수청이 생긴다 해도 집권자가 옛날처럼 권력기관을 이용해 자기 목적을 달성하려 하면 결국은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또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주장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지 사법부 전체가 그것 때문에 꼭 변화해야 된다는 확신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나아가 "현재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재판부를 다시 형성해야 된다'고 하면, 재판부 형성은 원래 사법부 고유의 권한인데 그 재판부 자체를 외부에서 형성한다는 것이 과연 헌법에서 허용되는 범위에 속하느냐도 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정적인 측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나중에 결과에 가서 별로 좋지 않다"며 "민주당이 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나"라고 고언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무슨 '내란 세력' 얘기를 하기 전에, 자기들 스스로가 계엄과 탄핵에 관련돼서 국민에게 솔직한 사과를 하는 것이 자기들 당의 미래를 위해서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장동혁 대표가 정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앞으로 당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결단을 해서 계엄·탄핵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솔직하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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