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함이 정치인의 자질? 여의도 정치는 허공에 떠 있다

[함께맞는 비 포럼] 진보정치의 전략과 과제, '사회파' 정치세력의 형성에서 시작한다

국민 삶과 동떨어진 배반의 정치

"임중도원(任重道遠),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정치가 그렇다. 국민이 정치에 맡긴 일은 엄중한데 정치가 나아갈 길은 멀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면, '배반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배반의 정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10년 사이 박근혜, 윤석열 두 전직 대통령의 탄핵은 배반의 정치의 절정이었다. 그리고 두 대통령의 탄핵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두 탄핵 사이에 국민들의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 열망'에 부응하는 개혁을 하지 못한 정부와 국회의 모습에서도 배반의 정치가 자리하고 있다.

배반의 정치는 언젠가부터 정치인들의 부도덕, 부정의한 행동도 정치적으로 용납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급기야 정치에 의해서 불법 비상계엄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부정되고 '내란 혐의'마저도 옹호되고 있다. 배반의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도,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참 힘들다. 오죽하면 세간에서 " '뻔뻔함'이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이라고 비아냥거리겠는가? 이런 점에서 여의도 정치는 국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허공에 떠 있다.

새 정부의 정치적 효능감과 정책적 다면성은 계속 공존할 수 있을까?

한편, 이런 정치 현실이기 때문에 새 정부가 보여주는 몇 가지의 민생정책에 어쩌면 국민들이 더 큰 만족과 기대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이재명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한 이후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이 증가했다는 분석과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무튼 잘 된 일이다.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로 자영업자 폐업 증가, 골목상권 피폐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국민들에게 정치 효능감을 느끼게 해준 정치적 결과물이다. 하지만 중도보수 정부를 천명한 이재명 정부의 면모는 사회경제 정책에서 다면적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상충되는 정책 추진의 정치적 결과물이 어떤 모습일지, 또 그것이 지속가능할지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부의 개입과 조정으로 노동의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본 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지,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반도체 및 AI산업 촉진 정책이 어떻게 결합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진보정치세력'의 존재 이유와 가치

이렇듯 배반의 정치가 만연한 가운데 새 정부 사회경제 정책의 새로운 결합이 모색되는 현실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경제불평등 해소 민생·노동정치, 기후위기 대응 정치, 성평등 정치를 자기 임무로 가진 세력이 진보정치세력이다. 그러한 정치 실천이 진보정치세력의 당면한 존재 이유이고 가치이다. 즉, 진보정치세력은 이재명 정부가 끝날 무렵 주가지수가 5천 포인트를 넘어섰다는 것만으로 이재명 정부를 '성공한 정부'라고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저성장 체제에서 경제민주화를 통해 경제불평등을 완화하는 '노동시장-사회복지 분배구조'를 구축했는지, 저출생 고령화와 지역소멸 위험 그리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경제발전의 성과를 만들어냈는지 검토해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사회경제적 체질이 그렇게 되도록 정치적 요구와 여론을 형성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향후 5년 동안 진보정치세력이 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노회찬재단

진보정치세력은 저평가된 자신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

지난 6.3 대선에서 진보정치세력은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를 내세워 독자적 존재감을 보이며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완주했다. 진보정치세력은 선거기간 내내 광장의 목소리를 대변해 내란세력 척결을 외친 것은 물론이고 무권리노동자 권리확보 등 경제불평등 해소, 공공재생에너지산업 촉진 등 기후위기 대응, 젠더불평등 해소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주장하며 보수정당 후보들과 경쟁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그 존재 이유와 가치에 비해 크게 저평가를 받은 것이다. 비록 선거 직후 14억원 규모의 정치후원금이 쇄도했지만, 그것은 진보정치세력의 앞날을 모색하는데 쓰일 정치적 자산이라고 할 수 없다. 돌이켜보면 정의당이 지난 2024년 4월 총선에서 원외정당이 된 결과도 마찬가지의 평가였다. 진보정치세력이 감당해야 할 시련의 나날들을 전망케 한다.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진보정치세력의 정치연대와 중장기 암중 모색

다시 정의당 당명을 가진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대선 직후 전국 순회 선거평가를 한데 이어 노동민생 현장을 찾아 정치활동을 이어가면서 '진보정치의 길'에 대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

진보정치세력의 입장에서 아직은 집권 초기의 이재명 정부를 '중도보수를 표방한 민주당 정부' 이상으로 더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경제 현안에 대해 기대와 지지, 우려와 비판이 교차하는 입장들을 밝히기도 하고 있다. 적어도 촛불시민혁명이 낳았지만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에 실패했던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답습하지 않기를 진보정치세력은 원할 것이라 생각되고, 윤석열 내란세력 엄단과 검찰개혁·차별금지법 제정, 개헌 등 사회대전환을 위한 연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진보정치세력은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를 넘어서는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다가올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다시 한 번 정치적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양당제 정치구도와 위성정당 폐해를 넘어서야 하고 또 노동자·자영업자·농민·여성·장애인·청년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계급·계층과 세대로 만들어질 지지층 확장을 모색해야 한다.

노회찬재단은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8월 28일(목) "이재명 정부 시대의 진보정치 전략과 당면과제"를 주제로 정의당 권영국 대표의 발표를 듣고 토론하는 제11회 함께맞는비 포럼을 개최했다.

▲ 권영국 대표. ⓒ노회찬재단

'사회파' 정치세력의 등장 예고

권영국 대표는 발표를 통해 진보정치의 첫 번째 전략으로 "정의당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두 번째 전략으로 그 진보정당은 "보수주의와 자유주의가 분점한 양당 지배 한국 정치에서 노동자 등 사회·경제적 약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사회연대와 생태계 보전, 사회 다양성을 옹호하는 '사회파' 정치세력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땀 흘려 일한 노동의 대가로 삶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이야기하는 것이 먼저이다", "노동조합을 통한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고, 증세를 통해서 사회복지를 강화하는 것 등이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와 다른,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사회파 정당의 당면한 실천 과제

권 대표는 "860만 무권리 노동자들의 정당으로서 역할을 해 이들의 4대 보험 가입을 확장하는 것(334 프로젝트)과 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들의 재생에너지 일자리 보장과 지역 재생에너지 산업클러스터 형성(2026 서산태안 플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용도의 원거리 송전망 반대와 발전 지역의 산업활성화 및 기업 유치 정책, 지방부터 국공립대학 무상화 및 무상교통 정책이 사회파 정당의 당면한 실천 과제"라고 제시했다.

'순차적 개헌 방식'과 국민이 개헌 주체가 되도록 하는 '개헌 시민회의' 제안

끝으로 권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이 밝힌 지방선거와 총선 경유 순차적 개헌 방식에 동의한다"며 "계엄 요건을 강화한다든지, 대통령 궐위 시 승계 1순위를 국회의장으로 하는 개헌을 먼저 다루자"고 제안했으며 "현행 경성헌법의 성격을 연성헌법으로 바꾸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개헌의 주체여야 한다. '개헌 시민회의' 등의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재정 대표. ⓒ노회찬재단

이어서 이날 포럼의 지정토론은 '광장을 잇는 윤퇴청' 이재정 대표가 맡았다. 광장을 잇는 윤퇴청은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조직되어 차가운 광장을 지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사회대전환을 요구했던 조직인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이 개편된 조직이다. 이재정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광장의 목소리를 대변해 사회경제 소수자들의 존재가 기억되도록 해주신 권영국 대표님께 감사드린다."는 발언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계층 사다리에 내몰린 청년들, 진보정당도 '세대교체 전략'과 '인물과 조직 결합 전략' 필요

이 대표는 "지금 청년들은 무한경쟁의 굴레에서 생존을 위한 계층 사다리에 내몰렸다."며 "그렇지만 정치는 청년들에게 마땅한 대안을 내어주지 못하고 있고, 특히 현재의 양당 구도는 다양해지고 다변화된 시민들의 삶을 담아내지도 대변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세대교체는 중요한 전략이며, 청년 정치인 양성·영입 전략, 선출직 인재 교육 전략이 있는지" 질문하고 "인물과 조직을 결합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의 욕망을 '부정하기 보다 바꿔주는' 정치 전략 필요

또한, 이 대표는 "이재명 정부 시대에 진보정당은 사회안전망과 형평성을 보완하는 '협력적 견인'과 정부 정책의 빈 부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대립적 구도 형성'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취할 수 있다"며 "2028년 원내 재진입을 목표로 지역에서부터 토대를 쌓는 확장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청년 세대가 기대하는 '다른', '새로운' 진보정치는, 계층 사다리에 올라타고자 하는 청년들의 욕망을 다그치거나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 욕망의 방향을 바꿔줄 수 있는 정치전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표는 "광장에서 중요하게 논의 되었지만 대변되지 못하고 있는 존재들을 대변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역할이며, 그 핵심은 여성 유권자와 무권리 노동자이다"고도 주장했다.

미조직된 여성 노동자들의 조직화 전략 필요

끝으로 이 대표는 "2030 여성 유권자 조직 전략이 부재한 것은 큰 허점"이라며 "진보정당 만의 여성 유권자 조직 전략으로서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등 미조직된 여성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을 준비하는 사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 대표와의 만남을 제안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정의당 권영국 대표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여러 사안, 특히 민생·노동현안과 기후위기 대응, 성평등 정치에 대한 의견을 나누시길 건의 드린다. 국민통합 정치를 위해서, 국민들의 정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 노회찬재단이 주최하는 <함께맞는비 포럼>은 분야별 정치·사회·경제 이슈 및 시민들 삶의 실태에 대해 진보적으로 해석하고 공론화함으로써 회원 및 시민들과 사회현안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사회운동 주체들과 노회찬재단이 교류 및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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