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대통령의 여야 대표 회동은 지난 6월 22일 이후 78일만이며 지난달 여야에 정식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회동을 계기로 양당 대표도 처음으로 악수를 나눴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회동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넥타이를 착용한 이 대통령은 협치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긴 하지만 이제는 모두의 대통령"이라며, 정청래 대표를 향해 "여당이고 더 많이 가졌으니 (야당에) 좀 더 많이 내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게 가장 큰 책무"라며 "대화도 좀 자주 하고, 소통을 통해서 오해들을 최대한 많이 제거하고, 극복할 수 있는 차이들을 최대한 극복해서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그 간극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하나의 정치 집단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상당한 일부를 대표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분들의 목소리도 당연히 들어야 하고 그분들을 위해서 정치해야 되는 게 맞다"며 "국정에 모든 국민들의 목소리가 공평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런 자리가 이제 쉽지 않게 마련됐지만 앞으로도 자주 뵈면 좋겠다. 연락도 자주 주시고 여야 간의 대화도 실제로 좀 많이 하라"며 "서로 용인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찾아내고, 공통 공약 같은 거는 과감하게 같이 시행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사안에는 정치권의 단결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우리가 다투되, 경쟁은 하되, 우리 국민 또는 국가 모두의 이익에 관한 것들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면서 "대한민국의 국익, 복리 증진을 위한 힘을 함께 모으면 그게 대외 협상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정 대표, 장 대표가 악수를 나누는 장면도 이목을 끌었다. 앞서 정 대표는 "내란 세력과는 악수하지 않겠다", "악수는 사람하고만 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취임 후 줄곧 국민의힘과의 소통을 거부해왔는데 이 자리에서 처음 장 대표와 웃는 얼굴로 손을 맞잡았다.
장동혁 대표는 정 대표와의 악수 후 "제가 정 대표님과 악수를 하려고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100일이 안 됐는데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께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통령과 함께 여러 민생 문제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대화와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어 "대통령이 곧 취임 100일을 맞는데 짐이 무거웠을 것 같다"며 "그 짐을 여당과 또 야당과도 함께 나누면 조금 더 그 무게가 덜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장 대표는 다만 "취임 100일을 한마디로 표현드리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증가한 시기"라며 특검 정국에 날을 세웠다. 그는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 특검이 더 많이 보였다. 국회도 야당은 없고 더불어민주당 한 당만 보였다는 우려들이 있다"며 "특검의 수사, 여당의 입법 강행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의 불확실성이나 불안감은 두려움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 지금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며 여당이 강행한 법안들에 대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그는 "거부권은 야당의 입법만을 막기 위한 무기는 아니"라며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법안들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달라"고 했다.
또 "대통령이 정치를 복원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 준다면 야당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민생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협조할 부분은 적극 협조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대통령과 함께 모여서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정부와 여당과 야당이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 주고 그 소통 창구를 계속 열어달라"고 했다.
이밖에 장 대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부동산 정책, 여당이 주도하는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비판도 했다. 장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이 대통령은 "더 세게 할 줄 알았다"며 웃어 보였다.
장 대표와 달리 정청래 대표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사건에 대한 정부의 조치 등을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줬다"고 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정 대표는 특히 '12.3 비상계엄'을 언급하며 장동혁 대표와 각을 세웠다. 그는 "오늘 여야가 만난 만큼 비상계엄에 대해 책임 있는 세력들은 국민들께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내란 종식에 서로 협력했으면 좋겠다"며 "내란에 가담한 내란 우두머리와 주요 임무 종사자, 부화수행한 내란 세력들을 철저하게 척결하고, 처벌의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대안도 제시하고, 좋은 토론도 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 국민의 개혁에 대한 열망을 국회가 받아 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발언이 장동혁, 정청래 대표, 이 대통령 순으로 끝난 뒤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정 대표가 말씀하신 것에 대해 할 말씀이 있을 것 같다"며 발언 기회를 한 번 더 주기도 했다.
이에 장 대표는 "이제는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가 아니라 이제 함께 사는 정치를 하는 길로 우리 국회가 나아가자, 저는 그것이 국민을 살리고 민생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회동에 민주당은 정 대표, 한민수 당대표 비서실장,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국민의힘은 장 대표,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이 배석했다.
오찬을 마친 뒤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단독 회동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단독으로 만나는 건 취임 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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