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진핑 옆에 섰으니 중국 편? 수 틀리면 언제든 트럼프 옆에 설 수도

[토론회]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대북정책 과제와 전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북중러 3자 연대를 공고히하면서 동북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 윤석열 정부에서 소홀했던 국가들과 관계에 보다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이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대북정책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2025 제1차 NK 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문정인 연세대학교 석좌교수는 "7월에 베이징에 두 번 다녀왔는데 그 때 중국 사람들이 가장 원한 게 9월 3일 전승일에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에 와 달라는 것이었다"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아마 9월 3일 전승일 때 남북 정상을 모셔서 거기에서 트럼프 역할을 대신하려 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아직도 (외교적) 공간이 있다는 의미"라며 "우리가 한미일 3국을 강조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북중러도 그렇지만 한중일 3국도 강조하면서 한국과 관계도 개선하려 하는 것"이라며 여전히 중국이 한국과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교수는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에 핵심 관계자들과 토론한 바에 따르면 그들이 이야기하는 건 북한과 관계 개선하는데 한국의 안보를 해칠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것과 한국과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기업이 아직 있으니 전쟁이 끝난 다음에 러시아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대한민국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3일(현지시간)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났을 때 김정은에게 할 말이 있으면 본인에게 말하라고 한 것을 두고 "자기들도 메신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는 베이징과 모스크바를 대북 접촉의 하나의 통로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재명 정부는) 워싱턴과 도쿄는 그대로 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와도 그런 식으로 (통로로 활용) 한다면 외교적 공간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역시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기정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북중러 3자 회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무엇이어야 하냐는 문제가 핵심인 것 같은데 과도한 반응을 보일 단계는 결코 아니다"라면서 "3자(북중러)가 진영화가 이뤄지고 한미일 삼각 연대의 더 많은 대응을 요구하는 형식이 되면 이 위기의 상승 모드 혹은 진영화 구축의 상승 모드로부터 우리 스스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전 원장은 "북한, 중국, 러시아의 3자 연대는 분명히 보이는데 이 3자 연대의 느슨한 고리들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가 앞으로 전략적 관찰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문제는 중국인 것 같다. 북한과 중국 사이의 경제적 문제에 있어 (북한에 대한)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으리라고 보인다"고 진단했다.

▲ 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이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대북정책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2025 제1차 NK 포럼'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연세대학교 석좌교수, 김기정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토론자로 참석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시진핑이 김정은을 왼쪽에 세우고 푸틴을 오른쪽에 세웠지만,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김정은의 마음에 전개된다면 얼마든지 김정은은 시진핑의 왼쪽에서 벗어나서 트럼프 옆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북한의 어려운 내부적인 경제 사정 때문에 미국이 일정한 조건을 제시하면 북미 간 손을 잡는 장면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는 '지방발전 20X10정책'과 '국가개발5개년계획'등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10년 동안 외부로부터의 경제 지원이 들어와야 되는데 중국이 해줄 수 있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경제적인 수요를 넉넉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그나마 부족하지 않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은 역시 미국"이라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이에 대해 "아주 파격적인, 대화 시작하자마자 북미 관계 수교, 상당 부분의 대북 제재 해제 등을 (미국이) 조건으로 들고 나오고 부수적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을 들고 나오면 북에서 대화에 나올지 모르겠지만, 과거와 같은 점진적 접근을 했을 때 북이 미국하고 대화에 나올 수 있는가"라며 미국이 반대급부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제시해야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상하이 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등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1955년 반등 체제 가시화되면서 과거 비동맹에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새로운 외교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트럼프식의 미국 일방주의가 계속되면 결국 미국 리더십에 손상이 생기게 될 것이고 북은 여기서 새로운 생존 공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러면 상황은 상당히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상당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가 아닌 군축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전 원장은 "비핵화라는 단어가 현실적으로 '사어'(死語, 쓰이지 않는 단어)가 된 것 같은데 '동결, 통제, 군축' 이라는 3단계가 오히려 북한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까 한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성배 신임 원장은 개회사에서 "정부 대북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범국민적 공감대에 바탕을 둔 정책 동력, 우호적인 국제환경과 주변국의 지지, 그리고 북한의 호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 중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려면 국제사회와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남북관계가 장기간 단절된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 간 신뢰 구축과 평화공존의 의지"라며 "기존 남북합의의 단계적 이행 같은 선제적 행동에서 신뢰가 싹틀 수 있고,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며 세계의 관심이 다시 한반도와 동북아로 집중되고 있다"며 "우리의 대응도 강대국 정치를 염두에 두고 한층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배 신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대북정책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2025 제1차 NK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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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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