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표' 정책들, 법원 연이어 제동…관세 이어 하버드 지원금 동결도 '위법' 판결

트럼프, 대법원에 압력? "미국에 엄청난 타격…다시 가난해질 수 있어"

미 법원이 하버드 대학교에 대해 연방 재정 지원금을 중단한 트럼프 정부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상호 관세에 이어 트럼프 정부의 행정 조치들이 잇따라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방송 CNN은 메사추세츠 연방법원의 앨리슨 버로우스 판사가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하버드대학교에 대한 연방 지원금 동결 및 중단 조치를 내린 바 있는데, 연방법원은 이 조치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가자지구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캠퍼스 내 비판 시위를 '반유대주의'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하겠다면서 하버드대학교에 교내 정책 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하버드대학교가 이를 거부하자 연방 보조금 지급을 동결했고, 이에 따라 하버드 대학교는 이를 멈춰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버로우스 판사는 "행정 기록을 검토해 보면 피고들(연방정부)이 주요 대학들을 이념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연막으로 반유대주의를 이용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며 트럼프 정부의 조치에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피고들의 행위는 수십 년 간의 연구와 그 연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의 복지를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과 연방 법률이 보호하는 권리를 무시한 것"이라며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버로우스 판사는 트럼프 정부의 지원금 동결로 인해 영향을 받는 연구들에는 루게릭병 연구, 나사 우주 비행사의 달 탐사 중 방사능 노출량 측정 칩 개발, 참전용사의 자살 충동과 관련한 예측 모델 개발 등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해당 프로젝트들과 반유대주의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원금 동결 당시에 특정 연구실이 실제로 반유대주의적 행동을 했는지, 유대인을 고용했는지, 유대인 과학자들에 의해 운영되는지, 혹은 유대인과 특히 관련된 사안이나 질병을 연구했는지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없었다면서 "지원금 중단은 피고들이 보호하려 한다고 주장한 바로 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다만 버로우스 판사는 하버드가 "혐오적인 행동을 오랫동안 용인한 것은 잘못"이라며 반유대주의 퇴치를 중요한 목표로 여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그는 "피고인들이 하버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진정한 목적이 반유대주의 퇴치였음을 보여주지 않으며,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수정헌법 제1조에 의거하여 반유대주의 퇴치를 달성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리즈 휴스턴 백악관 부대변인은 CNN과 인터뷰에서 "(전 대통령인) 오바마가 임명한 이 판사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항상 하버드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었다"며 판사의 성향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의 행정 조치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2심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수입 규제에 대한 권한은 부여하지만 여기에 행정명령을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대법원에 이를 항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일 백악관에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정부가 대법원 관세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 등과 체결한 무역 협정을 "해제"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패소로 인해 미국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소송에서 승소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도 "우리는 유럽연합이 거의 1조 달러를 지불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들은 만족하고 있고 이미 모든 협정은 끝났다"면서 대법원이 2심과 같은 판단을 내릴 경우 "이 협정들을 모두 되돌려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 한국 등 여러 나라와 합의를 체결했고 다른 나라와도 할 예정"이라며 관세 합의가 여러 국가들과 맞물린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다시 믿을 수 없을 만큼 부유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다시 가난해질 수도 있다"며 "만약 우리가 소송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관세 철폐가 심각한 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대법원에 납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통신은 "법률 및 무역 전문가들은 대법관이 공화당 측 인사가 다수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중 일부를 유지할 가능성이 다소 높다"라고 전망하면서도 "과거 판례와 이번 소송의 전례 없는 성격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정확히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미 상원 재무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혼란을 가중시켰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무역 협정이 유지될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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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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