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쇼크' 속, 우리 기업들은 어떤 존재인가?

[최재천의 책갈피] <화웨이 쇼크> 에바 더우 글, 이경남 번역

루쉰 전문가인 중국학 교수님의 소개로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철학인 '그레이 스케일'에 주목해왔던 터다.

<화웨이 쇼크>를 읽으며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단서를 발견한다.

"1944년 10월에 아들이 태어나자, 부모는 아기 이름을 런정페이任正非라고 지었다. 알쏭달쏭한 이름이었다. 정正은 '옳다'는 뜻이고 페이非는 '그르다'였다. 옮기자면 '옳거나 그르다'가 될 것이다."

가족의 불온한 정치적 배경 때문에 젊은 날 런정페이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군인으로 복무하던 시절 내내 나는 당에 들어가지 못했다. 내 삶은 역경의 연속이었다… 헛되이 보낸 그 모든 시간을 생각해봐도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내가 아무리 순진하고, 어리석었다 해도 어떻게 그 모든 개방성과 타협과 옳고 그름의 중간지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책에는 없는 부분이지만) 2009년 1월 15일 런정페이는 '화웨이 글로벌시장 담당자 회의'에서 연설한다. 제목이 '개방, 타협, 회색의 경계(그레이 스케일)'. 비로소 철학으로 정립된다.

"리더의 수준은 바로 적절한 회색의 경계(그레이 스케일)에 있다. 원래 하나의 뚜렷한 방향은 혼돈 속에서 생겨나고, 회색 속에서 싹이 튼다. 방향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하고, 그것은 늘 뚜렷하지 않게 된다. 백이 아니면 흑이고, 이것 아니면 저것인 게 아니다. 합리적으로 적합한 회색의 경계를 파악하는 것이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고, 일정 시간 동안의 조화, 그러한 조화의 과정이 타협이고, 그러한 조화의 결과가 회색의 경계이다."

'그레이 스케일'은 1998년 3월 채택된 '화웨이 기본법'과 함께 화웨이의 기둥이 된다. (책에는 없지만)화웨이 기본법 제1조를 일부 인용한다.

"화웨이가 추구하는 것은 전자정보의 영역에서 고객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고, 작고 포기하지 않는 고생스러운 추구를 통해 우리를 세계 수준의 선도적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덧붙이는 몇 자락 "어떤 이유에선지 서양 사람들은 마치 관행처럼 화웨이Huawei 이름의 첫 글자 H를 무성음으로 처리하고, 와-웨이wah-way라고 발음한다."

책의 원제는 <The House of Huawei>, 우리는 <화웨이 쇼크>다. 그런데 지금은 2025년. 아직도 화웨이가 '쇼크' 수준일까.

"우리는 두 강대국의 다툼 사이에 낀 작은 깨알 같은 존재다." (2019년 1월 15일)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말인데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어떤 존재인가.

▲<화웨이 쇼크> 에바 더우 글, 이경남 번역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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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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