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합리적 결론 이를 것…다만 그 과정 매우 힘들 것"

"농산물 개방? 美가 일방적으로 '바꾸자' 한다고 '바꾸겠다' 할 순 없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쉽게 동의 어렵다북핵 문제도 논의"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도 주권국가이며, 주권자인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실망하게 해 드리지는 말아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통해 미국으로 입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재미동포 만찬 간담회를 시작으로 2박 3일간의 방미 일정을 소화한다. 특히 25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회담에선 지난달 말 타결된 관세 협상의 추가 협의를 비롯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백악관이 배포한 일정에 따르면 한미정상회담은 25일 낮 12시15분(한국시간 26일 오전 1시15분)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정상회담은 30분간 진행되며, 두 정상의 모두발언으로 시작해 백악관 출입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 과정은 통상적으로 생중계돼 왔기 때문에 이날 회담도 생중계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두 정상은 오후 12시45분부터 백악관 캐비닛룸으로 자리를 옮겨 오찬을 겸한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공동 기자회견 일정은 별도로 공지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향하는 공군1호기 기내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최종적으로는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 과정이 매우 힘든 건 분명하다. 힘든 줄 알면 또 대비할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교에서 자국 중심 기조가 강해지면서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상대의) 요구를 다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 속에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인 <The art of the deal(협상의 기술)>을 언급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는지를 '협상의 기술'에 다 써놨더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까지 꼼꼼하게 읽고 회담을 준비하는 면모를 보였다.

회담 의제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고 필요한 얘기는 다 해볼 생각"이라며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닌 만큼 나쁜 얘기만 아니라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측과의) 대화도 그리 무리는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북핵 문제도 회담 의제로 다루는 것을 열어두었다. 그는 "북핵 문제든, 북한 문제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관한 것은 대한민국 안보 문제 중 제일 중요한 것"이라며 "누가 먼저 이야기를 하든지 (대북 정책과 관련한 대화의) 길을 한 번 만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유사시 대만에 개입할 수 있다'는 등 미 측이 주한미군의 유연성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 이 대통령은 "(미 측에서 주한미군 등의) 유연화에 대한 요구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난색을 표하면서도 "대신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 등의 논의는 우리로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측의 지속적인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협상이 체결되고, 각 국회 승인을 받고 정식 조약에 도장을 찍은 다음에도 '불만이니 바꾸자'는 요구가 있었고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일부 바꾸기도 했다"며 "지금의 (한미 관세협상) 결과가 대한민국에 유리하게 된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미국 측 시각이 분명히 있고 (협상 타결 내용을) 바꾸자는 요구도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관세협상 결과는)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고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상호 승인해서 그 내용들이 정해졌는데 또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저희가 쉽게 '바꾸겠습니다'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합의를 쉽게 뒤집거나 바꾸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원자력은 중요 과제이긴 한데,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부적절하니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을 아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한미정상회담 직전 한일정상회담을 먼저 진행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준비를 위한 다각적 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일정상회담 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일본과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미국과 협의를 하러 간다는 것에 대해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볼 것"이라며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미국과 여러 가지 협의는 계속 진행 중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정상회담에서 많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한국 정부 실무자들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현지에서 마지막까지 실무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은 이 대통령보다 먼저 워싱턴에 도착해 한미 간 통상 현안과 안보 현안 의제 두고 막판까지 의제 조율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위 안보실장까지 이른바 대통령실 3실장이 이례적으로 이번 회담에 전원 동행했다.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 국외 순방시 국내 상황을 관리·조율하는 역할을 하기에 강 실장의 방미를 놓고 '미국과의 사전 협의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나왔다.

강 실장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 마디라도 더 설득할 수 있다면 마땅히 와서 제 역할과 도리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며,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나'라는 질문에 "난관이라는 표현보다는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이해해달라. 그게 더 옳은 표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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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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