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탄식 뿜어낸 "日의 멸망 미리 조문한다"…115년만에 귀환한 안중근의 유묵

경기도, '광복 80주년 기념 안중근 의사 유묵 귀환 프로젝트' 추진

안중근 의사의 유묵(붓글씨) '長歎一聲 先弔日本(장탄일성 선조일본)'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는 '광복 80주년 기념 안중근 의사 유묵 귀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간 경기도에서 비공개로 추진해왔다.

경기도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광복 80주년 기념 안중근 의사 유묵 귀환 프로젝트'로 안중근 의사의 유묵 2점('獨立(독립)', '長歎一聲 先弔日本(장탄일성 선조일본)'을 최초 발견한 민간 탐사팀에게서 일본 측 소장자의 국내 반환 의사를 확인하고, 귀환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복 80주년을 맞는 올해, 일제 고위직 집안에 50년 넘게 감춰져 있던 이 유묵의 귀환을 위해 경기도는 지난 3월부터 여러 노력을 해왔다"며 "그 결과 마침내 조국의 품으로 들여올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1910년 3월, 사형을 며칠 앞둔 안중근 의사께서 쓰신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은 쓰신 글 중 유일하게 스스로를 동양지사(東洋志士)라고 표현한 글"이라며 "죽음을 초월한 뜻과 의지가 담긴, 일본제국에 대한 담대한 경고의 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귀환이 확인된 안 의사의 '장탄일성 선조일본'는 '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폭 41.5㎝, 길이 135.5㎝ 크기의 명주천에 쓴 이 글은 안 의사가 중국 뤼순(旅順) 형무소에 수감됐던 1910년 3월 쓴 글이다. 안 의사는 1910년 2월 14일 사형 선고를 받고 뤼순 형무소에 수감생활을 하다 같은 해 3월 26일 순국했다.

당시 안 의사는 일본제국 관동도독부(여순감옥과 재판부를 관장)의 고위 관료에게 이 작품을 건넸고 이후 그 관료의 후손이 보관해왔다. 이 작품은 그간 국내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죽음을 앞두고도 흔들림 없었던 안 의사의 기개와 역사관, 세계관이 담긴 작품으로, 안 의사의 유묵 중 일본의 멸망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그간 공개된 안 의사의 유묵은 보편적인 가치나 교훈적인 내용이 많았다.

경기도가 '장탄일성 선조일본'와 함께 귀환을 추진한 '독립'은 현재 교토 류코쿠 대학이 일본인 간수의 후손으로부터 위탁받아 보관 중이다. 국내 전시가 몇 차례 있었으나 아직 완전한 귀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유묵은 뤼순 감옥에서 안 의사가 직접 써서 일본인 간수에게 건넨 것으로, '나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죽는다'는 신념을 두 글자로 응축한 대표작이다.

경기도는 "현재까지 확인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은 약 60여 점인데, 이 중 31점을 우리 정부는 보물로 지정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알려진 안중근 의사의 유묵과는 달리 '독립', '장탄일성 선조일본’은 항일정신이 직접 투영된 작품으로서 그 가치를 국보급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두 유묵은 항일 투쟁의 결정체이자 안 의사의 동양평화 사상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이지만, 오랜 기간 일본에 남아 있었다"며 "유묵 두 점의 귀환 프로젝트 추진에 나선 경기도는 일본 소장자와의 협상을 벌인 끝에 '장탄일성 선조일본'을 최근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지만 '독립'은 아직 일본에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그러니 '광복 80주년 기념 안중근 의사 유묵 귀환 프로젝트'는 아직 진행형"이라며 "다만 두 유묵 모두 경기도와 광복회 경기도지부가 우선 구매 협약서를 확보해 협상 중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경기도는 이어 "김동연 지사의 강한 의지에 따라 앞으로 광복회 경기도지부와 협력해 유묵 귀환을 반드시 성사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귀환이 무산될 경우, 작품이 개인 소장자나 해외 수집가에게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공공의 역사 자산이 영원히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귀환 프로젝트에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안중근 의사의 '독립' ⓒ경기도
▲ 안중근 의사의 '장탄일성 선조일본'.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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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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