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이후 11명 더 죽었다… 이재명 정부의 답은?

[토론회] "지난 6년 정부 '김용균 과제' 외면이 김충현 죽음 불러"… "해상풍력 확대로 고용 보장" 제안도

2019년 5월 신서천화력발전소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37미터(m) 높이 크레인에서 떨어진 부품에 맞아 사망.

2020년 4월 신서천화력발전소 40대 하청 노동자가 전기설비 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치료 중 2021년 7월 사망.

2020년 9월 태안화력발전소 1부두에서 일하던 60대 화물노동자가 석탄 하역기에 깔려 사망.

2020년 11월 영흥화력발전소 화물노동자가 3.5m 높이 화물차 상부에서 석탄회를 싣다가 추락해 사망.

2021년 8월 당진화력발전소 내 선박에서 이산화탄소 용기호스 고체적압을 하던 하청 노동자 4명이 질식 사고, 이 중 1명 사망.

2021년 8월 부산LNG발전소 한 하청노동자가 원청 갑질에 항의하며 투신자살 시도.

2021년 10월 삼천포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30대 하청노동자가 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자살.

2022년 3월 삼천포화력발전소의 40대 하청노동자가 3호기 보일러건물 5층에서 추락 사망.

2022년 7월 당진화력발전소 내 공사현장에서 폭염으로 40대 노동자 사망.

2023년 2월 보령화력발전소 하역기 15m 높이에서 낙탄 청소를 하던 50대 하청노동자가 발판이 떨어지며 추락사.

2023년 11월 신서천화력발전소 보일러실 배관 밸브가 폭발해 한전KPS 노동자 1명 사망, 중부발전 소속 노동자 2명 중화상.

2025년 6월 태안화력 2차 하청노동자 김충현 작업 중 선반 기계에 끼여 사망.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 산재 사망 이후 발전소 현장에서 최소 11명이 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계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한 하청노동자는 원청(남부발전) '갑질'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 시도도 했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24일 집계한 결과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대책위는 24일 오후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JU에서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안전 대책 토론회'를 열고 "비정규직 직접고용 없이 위험의 위주화는 근절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19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특조위가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핵심으로 한 권고안을 발표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발전소 현장의 다단계 하청 구조는 그대로다. 발제에 나선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노동자 11명의 사망 명단을 읊으며 "그동안 정부가 고용과 안전을 분리하고, 고용 대책을 배제한 채 기술적 안전 조치만 강화해 온 정부 대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위험의 외주화'의 핵심은, 고용이 외주화되면 위험 역시 외주화되며, 기업에서 안전시스템을 구축해도 '외부화된' 위험은 관리할 수 없는 데다 외주화의 목적은 관리 요소의 외부화를 통한 비용절감"이라며 "이런 위험을 내부화하지 않는 이상 위험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데엔 상당한 한계가 따른다"고 밝혔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대책위는 7월 24일 오후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JU에서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안전 대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공공운수노조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도 "위험 업무를 하청에 떠넘기는 이유뿐 아니라, 저가 경쟁입찰 구조에서 하청업체는 기술이나 안전에 투자할 여력도 못 가지고, 하청이 여러 개면 통합적인 안전관리를 기획하기도 어렵다"며 "또 시설은 원청 소유인데 안전 책임은 하청에 있게 돼 시설 개선을 누가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책임주체가 불분명하면 원청은 하청의 안전을 자기 책임으로 여기지 않고 하청은 안전에 대한 권한이 없어 관심도 없다"며 "노동안전과 고용 문제를 별개로 다룰 수 없는 이유다.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기 위해선, 위험의 위주화를 중단하는 직접 고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책위가 김용균 특조위의 56개 권고안의 이행 실태를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이행된 권고안 수는 30개다. 그러나 모두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내규 수립, 직무교육 강화, 작업장 안전 관리 기준 강화 및 방안 수립, 연차휴가 사용권 확립 등 형식적인 개선에 제한됐다.

핵심 대책인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권고안 4개는 전면 배제됐다. 인력 충원과 중간착취를 금지한 노무비 착복 금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산재 사고 조사에 노동자대표 참여를 보장하거나 작업장 안전 개선을 요구할 권한 등 노동자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 강화도 서류 형식만 갖췄을 뿐 실질적으로 내실화되지 않았다.

전 연구원은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안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며 "다만 김용균 때와는 달라야 한다. (이때처럼) 기계적이고 협소한 이행 점검이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가장 취약한 2차 하청노동자들의 고용과 안전을 우선적인 정책 과제로 삼고, 발전소 폐쇄 일정에 앞서 종합적인 고용 보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정부는 자꾸 제3자인 척 하지만, 김충현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주체"라며 "공공부문 기능 조정이란 명목 하에 (2003년부터) 발전소 외주화를 추진했고,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를 정무적 판단으로 수용하지 않았고, 한전KPS가 (2차 하청노동자들의) 실질 사용자란 사실도 감춰왔다. 그 결과가 김충현의 죽음"이라고 지적했다.

"2032년까지 해상풍력 부문 1600~2400여 명 고용 창출"

정부가 직접고용 이행을 회피하는 동안, 9개의 발전소가 폐쇄되며 현재까지 88명이 '해고'됐다. 이 중 2차 하청 노동자들은 전원 퇴직 처리됐다. 2020년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와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 2021년 호남화력발전소 1·2호기, 2022년 울산기력 4·5·6호기 등이다. 올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 1호기를 시작으로 2038년까지 총 40기 발전소가 폐쇄를 예정하고 있다.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전 노동자들의 총고용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검토했다. 발전량 메가와트(MW)당 인력 규모가 가장 높게 분석되는 해상풍력(0.28명/MW)을 기준으로, 발전량 MW당 고용 인력 지수를 정하고 현재 발전 공기업(한전 자회사) 5개사가 2032년까지 추진 중인 해상풍력 전체 발전량 5716MW를 비교해 추산했다.

한 집행위원은 "해외 연구에 기초한 0.28(명/MW)로 셈하면, 2032년까지 1601명의 인력이 필요하며 MW당 0.43명으로 분석되는 한국 탐라해상풍력 실태를 기초로 구해보면 2458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36년까지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라 발생하게 될 유휴인력은 1998명으로 추산된다.

▲한재각 집행위원이 MW당 고용 인력 지수와 2032년까지 해상풍력 총 발전량을 비교해 산출한 발전공기업의 해상풍력 사업을 통한 고용 인력(협력업체) 전망. ⓒ한재각

한 집행위원은 이에 "(시나리오에 따르면)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유휴인력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소한 10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가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해상풍력 사업 가동 시기와 석탄발전소 폐쇄 사이 시간 차는 2년 간의 교육 훈련 과정을 두어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검토하고 있는 발전 공기업은 전무한 수준이다. 대책위는 발전 5개사에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필요한 인력 규모와 이를 확보할 방안'을 질의했으나, 대부분 '미정'이라고 밝힌 남동발전의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화력발전소 현장엔 고용불안에 대한 위기가 팽배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들도 "전환채용이 된다 해도 공백기가 생기는데, 여기 사람들은 월급을 한 달만 늦게 받아도 생계가 어렵다. 생계 유지는 어떻게 보장하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정규직화가 된다 해도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을 텐데, 이건 어찌하느냐?" 등의 질문이 제기됐다.

한 집행위원은 현재 입법 추진 중인 공공재생에너지법안을 가능성의 하나로 제안했다. 그는 "(법안을 통해) 발전 공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 참여토록 하고 여기에 폐쇄되는 발전소 비정규직 인력을 한국발전공사를 만들어 우선 고용케 해, (공백기 동안은) 교육 훈련을 시키자는 내용"이라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형범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호주 등에서 노동자들의 총 고용을 보장하는 사례가 있으나, 이 경우에도 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가 분리된 형태로 진행되는 것 같다"며 "고용 보장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을지, 목표는 어느 수준으로 설정해야 할지,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면 어떤 수단이 가능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여 연구위원은 또 "해상풍력으로 창출될 일자리의 질적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발전소 폐쇄는) 지역 차원에서는 지역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인데, 유휴인력이 원하는 일자리는 무엇이고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일자리는 무엇이 있을지, 이를 위해 노조와 노동자들은 무엇을 요구하고 준비해야 할지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대책위는 7월 24일 오후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JU에서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안전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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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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