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에서 최근 당 쇄신·개혁을 표방해온 안철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만났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안 의원이 최근 한동훈 전 대표, 윤희숙 혁신위원장 등과 만난 데 이어 오 시장과 회동하며 당의 '극우화'에 대항하는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8.22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한 달가량 앞두고 대선 경선 등 국면에서 각개전투를 해온 인사들이 하나둘 뭉치며 당내 '반극우 연대'가 성사될지 눈길을 끈다.
안 의원과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오찬을 겸해 회동했다. 안 의원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오 시장이 제가 여기 방문하기 전 환영의 뜻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고 한다. '당이 정말 인적 쇄신을 포함해 혁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으로 글을 썼는데, 저도 거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당이 혁신해야만 대선 이후 당원조차 등을 돌리고 쳐다보지 않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쇄신과 혁신의 노력을 해야만 당원의 시선을 우리 쪽을 돌릴 수 있다" 등의 의견을 오 시장과 나눴다고 전했다.
앞서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안 의원을 만나기에 앞서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는 당 회생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로 가는 출발선이 돼야 한다"며 "기존 보수의 틀은 존중하되, 과감한 파괴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오 시장은 또 "누가 보아도 지금은 정권 실패와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며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순리"라고 인적 쇄신을 강조했다.
인적 쇄신에 한목소리를 낸 안 의원과 오 시장은 특히 '기득권 세력 청산'을 강조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혁신과 비혁신의 대결"이라며 "계엄에 찬성하는 입장에 있는 건 시대 역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며 당내 혁신 움직임을 '내부 총질'이라고 비난한 장동혁 의원을 향해 "윤 전 대통령이나 비상계엄과 절연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앞서 지난 21일에는 윤 혁신위원장을 만나 "과거로 가는 당"의 문제점과 쇄신 시급성에 관해 의견을 나눴고, 지난 19일에는 한 전 대표와 비공개로 만나기도 했다. 안 의원과 한 전 대표는 인적 쇄신의 필요성과 함께, 전한길 씨 입당에 관한 비판적인 견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한 한 전 대표는 "현장에서 마중물을 퍼올리겠다"며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당을 진짜 보수의 정신으로부터 이탈시켜 극우로 포획하려는 세력들과는 단호히 싸우겠다"며 "퇴행 세력들이 극우의 스크럼을 짠다면 우리는 '희망의 개혁연대'를 만들어 전진해야 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국민의힘 내 분위기는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이들이 당 쇄신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전당대회 구도가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의 대결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들 인사들이 연쇄 회동을 이어가는 상황을 놓고 당내 '반극우 연대' 전선이 결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전 대표가 언급한 '개혁연대'라는 표현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특히 최근 전한길 씨 입당 논란 후폭풍으로 여론이 악화하며 '반극우' 결집에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최근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당의 극우화를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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