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통합인가”…완주·전주 통합 놓고 전북 정치권 충돌

도·정치권 “105개 상생안 법제화” 추진 vs 완주군 “정치적 선전물… 군민 호도” 정면 반박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완주 행정통합 논의가 단순한 행정 개편을 넘어, 전북 정치권 내 갈등 축으로 번지고 있다.

전북도와 전주권 정치권이 ‘105개 상생발전방안’을 담은 ‘통합시 설치법’ 명문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완주군은 “정치적 목적이 엿보이는 일방적 통합 드라이브”라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양측의 메시지는 같은 날, 시차를 두고 터져 나왔다. 당초 전북도와 완주군은 21일 오전 11시에 각각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전북도는 전날 집중호우에 따른 더불어민주당의 현장 점검 일정을 이유로 시간을 오전 10시로 앞당겼다.

이에 따라 완주군은 예정대로 오전 11시에 회견을 열며 자연스럽게 ‘엇갈린 맞불’ 형국이 연출됐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21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완주·전주 통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동영 국회의원, 이성윤 국회의원, 우범기 전주시장이 함께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관영 도지사, 정동영·이성윤 국회의원, 우범기 전주시장은 “완주·전주 통합을 주민 제안 기반의 ‘도민 주도형 통합’으로 완성하겠다”며 주민들이 제안한 105개 상생발전방안을 ‘통합시 설치법’에 반영해 법적 효력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청주·청원 통합처럼 법에 담긴 약속은 이행력을 갖는다”며 “행정통합과 함께 거점 특례시 지정을 중앙정부에 공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전북은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1시간 뒤 완주군청 기자실에서 마주한 유희태 군수의 회견은 사뭇 달랐다.

유 군수는 “완주군은 그간 통합과 관련한 토론회 제안을 일관되게 수용해 왔으며, 정부 입장 확인과 실무적 검토를 거쳐 시기를 조율 중”이라면서도 “이번에 발표된 105개 상생안은 실행 가능성이 검토되지 않은 ‘정치적 선전물’에 가깝다”고 직격했다.

그는 “해당 사업들에는 재원 마련 계획조차 없고, 마치 곧 추진될 것처럼 포장돼 주민들에게 전단지로 배포되고 있다”며 “이는 군민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희태 완주군수가 21일 완주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완주·전주 행정통합과 관련한 완주군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완주군

완주군은 현재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가 아닌,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를 공식 요청한 상태다. 또한 읍·면 단위 설명회와 자체 소식지를 통해 군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유 군수는 “과반 이상이 반대할 경우, 통합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도청 기자회견장에는 통합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과 정치권 인사들이 몰려 “완주군 건들지 마라” “이성윤 의원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동영 의원은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나, 방해할 자유는 없다”며 현장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권 내 엇갈린 시각이 표면화된 순간이었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통합 이슈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전북도와 여권 정치권이 ‘통합과 특례시’를 전면에 내세워 주도권을 잡으려는 가운데, 완주군은 지역 민심과 정체성, 절차적 정당성을 기반으로 제동을 거는 구도다.


실제로 김관영 지사가 이날 완주군 전입신고를 마친 것도 ‘군민과의 직접 소통’이라는 상징적 행보로 해석된다. 그러나 유 군수는 정치적 제스처보다는 실질적인 약속과 절차의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북도와 전주시, 정치권은 통합의 상징성과 실익을 내세우고 있지만, 완주군은 '과연 누구를 위한 통합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결국 통합의 향방은 법률 명문화나 정치적 결단이 아닌, 주민의 동의와 신뢰라는 기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론화의 진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한편 완주·전주 통합 논의는 지난해 6월 완주군민 6152명의 서명으로 시작됐으며, 현재 대통령실과 지방시대위원회의 타당성 검토를 마친 상태다. 남은 절차는 행정안전부의 권고와 주민 의견 수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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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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