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빠진 '윤희숙 혁신위'…국민의힘, '혁신안 패싱'하고 전당대회행?

호우 피해에 의총 2차례 연기, '인적 쇄신' 논의 표류…전한길은 일단 '당원'신분 유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제안한 혁신안 논의가 국민의힘 안에서 공전하고 있다. 당은 애초 전국 폭우 상황을 이유로 한 차례 연기한 의원총회를 21일 열어 혁신안 관련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또다시 호우피해를 이유로 취소했다.

윤 혁신위원장은 자신의 목소리가 당 지도부로부터 '매몰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선 패배 뒤 '쇄신'을 공언한 국민의힘의 혁신위 활동은 사실상 동력이 빠진 상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순연된 의총 개최 시점에 관해 "수해 현장 복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잡게 될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당장 내일 개최는 어려울 거 같다. 빠르면 수요일(23일) 이후에 의총을 개최할 수 있을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의총 최대 안건은 혁신위에서 제안한 혁신안에 관해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었다. '윤희숙 혁신위'를 둘러싼 당내 의견이 분분한 만큼, 혁신안을 수용할지 또는 부분적으로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등에 관해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윤 위원장이 발표한 혁신안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윤 위원장이 지난 16일 송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을 당내 첫 인적 쇄신 대상자로 지목하며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지난 17일 지도부에 혁신안을 보고한 뒤, 당시 분위기를 "다구리(몰매를 뜻하는 은어)"로 요약한 윤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아주 무의미한 트집만 잡으면서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게 보였다. 그건 바로 혁신안에 대한 다구리"라고 항변했다.

윤 위원장은 "이 분들이 지금 우리 당의 어떤 위기 상황을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혁신하지 않고 그냥 전당대회를 연다는 게 국민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해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다. 굉장히 절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22일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본격적인 전당대회 국면에 접어들면, 당의 시선은 각 주자에게 쏠리고 혁신위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사그라질 가능성이 크다.

윤 위원장은 혁신안이 의총에서 묵살될 경우 "국민이 볼 때 (국민의힘) '의원 전체가 수구 세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극적인 지도부를 향해 "욕먹을까 봐 의총도 못 여는 지도부가 되는 것"이라며 "요즘은 온라인도 있고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의총을) 진행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당권 출마를 공식화한 인사들도 지도부의 '혁신 역행' 행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 위원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전당대회를 하고자 하면 사실 많이 바꾼 상태에서 해야 한다"며 "혁신에 대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윤 위원장이) 인적 쇄신에 대해 1호를 발표했고, 나머지도 발표하려고 준비는 해놓았다고 한다. 의총이 열리지 않아 미처 발표할 기회를 갖고 있지 못하는데, 이러다가 바로 전당대회로 들어가면서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면 발표할 기회를 놓칠 수밖에는 없지 않으냐는 우려의 말을 같이 나눴다"고 전했다.

조경태 의원은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국민의힘은) 온전한 정당이 아니다. 극우세력과 뒤죽박죽돼 있다"며 "진정한 인적 쇄신이 없으면 보수 통합이 안 된다"고 윤 위원장 혁신안에 힘을 실었다.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 중인 한동훈 전 대표도 안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비공개로 만나 당의 '우경화'에 관한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에도 지도부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당장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 온 전한길 씨의 '출당' 조치를 당헌·당규에 따른 "조사 및 확인"을 이유로 시간을 끌고 있다. 당 일각의 출당 요구에도 지도부는 전 씨에게 해당 행위가 있는지 우선 살펴보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전 씨 입당은 국민의힘 혁신의 '악재'로 꼽힌다. 윤 위원장은 "그분(전한길)에게 판을 깔아준 중진도 징계해야 한다. 제가 그분들(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에게 거취를 요구한 것보다 지도부는 더 세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송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종료 뒤 기자들에게 "전 씨 입당 문제와 관련해 여기저기 많은 의견이 있다"며 "오늘 또다시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서울시당으로 하여금 전 씨의 언행에 대해 조사하고, 검토해 별도로 보고하도록 다시 한번 지시를 내렸다"고만 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왼쪽)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의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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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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