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관련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를 보고 받고 격노하여 수사 방향이 달라졌다는 진술이 나오는 가운데, 박정훈 해병대 당시 수사단장(대령)은 그 격노가 시작점이었다면서 조만간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박정훈 대령은 김태효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술을 바꿨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결국 진실은 다 밝혀진다.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대령은 "그 격노가 시작점이었다. 그 부분이 설이 아니라 사실로 규명됐으니까 모든 것들이 제대로 다 밝혀지고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7월) 19일이 채 해병의 두 번째 기일이다. 아직까지 죽음이 왜 일어난 것인지, 누가 책임이 있는 것인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긴 하지만 특검에서 여러 가지 사실을 밝히고 있고 그래서 조만간 모든 진실이 다 규명될 것이고 책임있는 자들은 거기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령은 "지난 9일 채 해병 특검팀에서 항소 취하하면서 제 형사사건의 무죄가 확정됐고 수사단장 직에 복귀했고 군사경찰병과장을 다시 맡았다"며 "이 모든 것이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성원, 간절한 기도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국민여러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설은 지난 2023년 7월 31일 오전 용산 대통령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는데,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에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격노하면서 이후 수사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 이날로 예정돼 있던 채 상병 수사결과 언론브리핑이 갑자기 취소됐다는 점도 격노설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해병대는 전날인 30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31일 오후 2시에 관련 설명을 하겠다'고 공지했지만 브리핑을 1시간 앞둔 31일 오후 1시 별다른 이유 없이 수사결과 발표가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박정훈 당시 단장이 2023년 8월 군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은 박 단장에게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결과 발표 취소) 되었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후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당국자들은 이 격노설을 계속 부인해왔는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특검이 시작되고 수사에 들어가면서 당시 비서관이었던 일부 인사들이 윤 대통령의 격노설이 사실이라고 증언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이충면 당시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은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당시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임기훈 국방비서관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지난 11일 윤석열 정부에서 외교·안보 실세로 통하던 김태효 당시 1차장 역시 특검에 출석해 이와 유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왕윤종 당시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도 윤 대통령이 임기훈 비서관에서 화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측은 당시 윤 대통령이 화를 낸 것은 맞지만, 이를 '격노'라는 프레임으로 폄훼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의 변호인은 이날 밝힌 입장문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최초 보고서에 개진된 의견은 업무상과실치사의 법리에 비추어 명백히 틀렸다"며 "(격노는) 국군통수권자로서 그리고 업무상과실치사의 법리에 상대적으로 밝은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지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그것을 바로잡는 과정에 있어서 행정부 내부의 의견교환 내지 의사소통 과정을 소위 '격노'라는 자극적이고 비법률적인 프레임으로 폄훼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행위 내용 자체가 정당한지 그렇지 않은지 여부로 평가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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