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주민 남부 이주 구상에 이스라엘 전 총리도 "강제수용소" 비판

라파에 주민 전체 몰아넣고 이동 금지 계획에 "인종청소"…휴전 협상 다시 교착 국면으로

지난주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밝힌 가자지구 주민 전체를 남부 일부 지역에 수용하는 계획에 대해 이스라엘 전 총리가 "강제수용소", "인종청소"라고 비판했다.

유엔(UN)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제한적 구호를 허용한 뒤 구호품을 받으려던 팔레스타인인 약 800명이 숨졌다고 추산한 가운데 13일(이하 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물을 긷던 어린이 6명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졌다. 가자지구 희생자가 5만8000명을 넘긴 상황에서 기대를 모았던 휴전 협상은 이스라엘군 철군 범위를 두고 이견이 커지며 다시 교착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전 총리는 13일 공개된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제시한 가자지구에 이른바 "인도주의 도시"를 건설하는 구상에 대해 "이는 강제수용소다.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새 '인도주의 도시'로 강제 추방한다면 인종청소의 일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올메르트는 2006~2009년 이스라엘 총리로 재임했다.

카츠 장관은 지난 7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인도주의 도시"를 건설해 일단 이스라엘이 인도적 구역으로 지정한 지중해 연안 마와시 지역의 팔레스타인인 60만 명을 수용하고 궁극적으로 이 지역에 가자지구 전체 인구 210만 명을 수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안 검사를 거쳐 주민들의 팔레스타인 무정 정파 하마스 요원 여부를 확인하고 주민들이 이 도시를 떠나도록 허용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조건이 허락된다면 현재 논의 중인 '60일 휴전' 기간 중 이 도시 공사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수달 간 이스라엘 장관들이 가자지구를 "정화"해야 한다는 폭력적 수사를 전개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적 도시"를 건설한다는 주장을 믿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절반 이상을 '청소'하려고 수용소를 건설한다면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구하려는 게 아니라 그들을 추방하고 밀어내고 버리겠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수용소 건설은 이러한 범죄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는 다만 이스라엘군의 현재 작전은 해당 지역에서 작전 종료 뒤 민간인 귀환을 허용하고 있다며 인종청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 인권 변호사와 학자들도 이러한 계획이 실행된다면 반인권 범죄, "집단학살"이 될 수 있다고 비판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비판은 "고통스럽지만 정상적 반응·모두 반유대주의로 치부 말아야"

올메르트 총리는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의 극단적 고통과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들의 폭력이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를 키우고 있다며 이를 모두 반유대주의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 표현이 점점 더 확산하고 있다"며 "우린 그들을 '반유대주의자'라고 깎아내리지만 난 그들이 단지 반유대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텔레비전이나 소셜네트워크(SNS)에서 본 것 때문에 반이스라엘적이 된다"고 봤다. 이어 사람들이 이스라엘이 "모든 선을 넘었다"고 비판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정상적 반응"이라고 인정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1200명을 죽이고 250명을 납치한 데 대해 이스라엘군이 벌인 초기 작전은 지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봄 이스라엘 정부가 "공개적이고 잔혹한 방식으로" 영구 종전을 위한 협상을 저버렸을 때 자신의 국가가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 방어 전쟁이 다른 무언가로 변질된 것이 "부끄럽고 비통하다"며 "이를 바꾸기 위해 우선 이러한 악행을 인정하고 비판하며 국제 여론에 이스라엘에 많은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물 긷던 어린이 6명 사망…가자지구 총 사망자 5만8000명 넘어

한편 13일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선 이스라엘 공습으로 급수 시설에서 물을 긷던 어린이 6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10명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목격자 라마단 나사르는 약 20명의 어린이와 14명의 어른이 줄을 서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이 시설에서 물을 긷기 위해 2km나 걸어 왔다고 한다.

영국 BBC 방송을 보면 목격자들은 이날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던 군중을 향해 무인기(드론)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증언했다. 방송이 검증한 현장 영상에 의하면 폭격 뒤 주민들이 들고 온 물통이 바닥에 뒹굴었고 어린이를 포함한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수십 명이 달려가고 있었다고 한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기술적 오류"로 인해 "테러리스트"를 향한 공습이 목표 지점에서 수십 미터 벗어나 가해졌고 "그 결과 해당 지역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없는 민간인 피해는 유감"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두 달 이상 식량 반입 금지를 포함해 가자지구를 완전 봉쇄한 뒤 제한적 구호를 허용한 지난 5월 말부터 가자지구 주민들이 식량을 배급 받으려다 숨지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5월 말부터 7월7일까지 식량 배급을 받으려던 팔레스타인인 798명이 숨졌다고 추산 중이다.

라비나 샴다사니 OHCHR 대변인은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 중 대다수인 615명이 이스라엘과 미국이 지지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 부근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기존 유엔(UN)의 배급을 우회해 이뤄지고 있는 해당 단체 배급소 인근에서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에 총격을 가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이스라엘군 공습도 강화 중이다. 미 CNN 방송을 보면 13일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가자지구 병원들에 139구의 주검이 실려 왔다고 밝혔다. 이는 급수 시설 공습이 있기 전 집계다. 이날 공격으로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가자지구의 총 사망자 수는 5만80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군 철군 범위 두고 이견…빠른 휴전 타결 기대 수그러들어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만나며 기대를 모았던 빠른 휴전 합의 대한 낙관은 수그러들었다. 이스라엘군 철군 범위에 대해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이 문제에 정통한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휴전 발효 때 이스라엘군 재배치 문제가 지난주 회담의 쟁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12일 CNN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새 배치 지도"를 포함한 새 조건을 추가하며 회담이 "경색됐다"고 밝혔다.

휴전 협상에 정통한 팔레스타인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이스라엘 제안에 따르면 남부 라파 전체를 포함한 가자지구 영토 40%가 이스라엘 통제 아래 놓이게 되기 때문에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제시한 철수 지도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가자지구 휴전 문제가 "다음주 안에 해결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급수 시설에서 물을 받으려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가운데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물통이 남겨진 현장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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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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