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건설사 브랜드·화려한 모델하우스, 조합원 모집 위한 미끼"

[기획] 지역주택조합 제도의 '빛과 그림자'

글 싣는 순서

1. 선한 제도의 배신- 지역주택조합 왜 실패하는가

2. 화려함에 가린 함정- 조합원 모집과 홍보관의 실체

3. 바지 조합장과 60억 수수료- 유착의 고리

4. 피해자 120만 명의 절규- 개선 방안 없나

"청약 없이 시세보다 30% 저렴한 새 아파트, 입지만 확실하면 곧 착공!" 이러한 문구는 수많은 지역주택조합 홍보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일반분양 모델하우스처럼 꾸며 놓은 근사한 홍보관, 유명 건설사 브랜드 로고, 화려한 조감도와 단지 모형도 등은 조합원을 유치하기 위한 미끼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대부분의 조합원들에게 공유되지 않는다.

▲지역주택조합 모델하우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프레시안(윤영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모집은 대부분 전문 ‘업무대행사’가 주도하며, 그 아래 수많은 모집 대행사가 중첩 구조로 참여한다.

대대행사, 팀장, 상담사 등으로 이어지는 다단계식 구조는 한 명을 유치할 때마다 수백만 원의 수수료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조합에서는 가족 간, 친구 간 권유로 인해 민사소송까지 번지기도 한다. 한 사람 유치에 300만 원 이상이 오간다는 수익 구조는 선량한 서민을 ‘고객’이 아닌 ‘상품’으로 전락시킨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조합원 모집이 토지 소유권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법적으로는 사업구역 내 50% 이상 토지에 대해 '사용 동의서(권원확보)'만 확보하면 조합원 모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매입 여부와는 무관하게 지자체는 홍보관 설치와 조합원 모집을 승인해준다.

홍보관은 외관만 보면 일반분양 모델하우스와 구분이 어렵지만, 주택법상으로는 분양관이 아닌 임의 설치된 구조물일 뿐이다. 설계 내역, 마감재, 평면도 모두 사실상 ‘가상의 이미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한 소비자 오인은 법적으로도 명확한 제재 근거가 없다. 조합원들은 홍보관 벽면에 큼지막하게 붙은 ‘지자체 모집신고필증’을 보고 공신력을 믿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아무런 품질 보증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특히 조합원들의 오해를 가장 크게 유발하는 요소는 '건설사 브랜드'다. 많은 홍보관에는 대형 건설사의 로고가 부착돼 있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의향서 수준의 협약에 불과하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해당 건설사가 책임지고 시공하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실제 계약 체결 시점에는 전혀 다른 업체로 바뀌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 상담사의 설명에 속았다는 조합원 B씨는 “이 브랜드면 믿을 수 있다며 강조했고, 모델하우스도 정말 정교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토지는 아직 매입도 안 됐고, 시공사도 계약이 아니라 그냥 협의 중이었다는 겁니다”라고 푸념했다.

이처럼 지역주택조합의 홍보관은 단순한 조합원 모집 공간을 넘어, 실체 없는 신뢰를 만들어내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와 정부 모두 이에 대한 실질적 규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 보호 법령은 일반 분양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고, 조합원 모집 홍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아무런 제재 없이 수백 개의 홍보관이 운영되고, 그 안에서 수만 명이 피해자가 되어야 했는지. 단지 ‘법에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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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은

경기인천취재본부 윤영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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