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정 적자를 크게 늘릴 것으로 전망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감세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상원을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하원 최종 표결을 앞두고 다시 진통이 예상된다.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는 이 법안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날을 세우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가 재점화됐다.
1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론(머스크)은 역사상 어떤 사람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았을 수 있다. 보조금이 없다면 일론은 아마도 사업을 접고 고향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며 "(머스크의) 로켓과 위성 발사, 전기차 생산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거금을 절약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머스크가 이끌었던 연방정부 감축 부서인 "정부효율부(DOGE)에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도록 해야 할까? 큰 돈이 절약될 텐데!"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노는 전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에 대해 다시금 노골적 반감을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머스크는 미 상원이 해당 법안 처리를 고심하던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들이 "내년 예비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낙선 운동을 예고했다.
이에 더해 그는 "이 말도 안 되는 지출 법안이 통과되면 다음날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이 창당될 것"이라며 보수를 분열시킬 수 있는 신당 창당까지 경고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에도 이 법안을 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서 머스크가 "전기차 의무(보조금)을 잃게 돼 분노"하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재차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남아공 출신 미국 시민인 머스크를 추방할 수도 있냐는 질문을 받고 "모르겠다.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머스크가 보조금을 많이 받고 있다고 강조하며 "일론에게 DOGE를 적용해야 할 지도 모른다. DOGE는 돌아와 일론을 잡아 먹을 수 있는 괴물"이라고 경고했다.
머스크는 관련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문제를 확대하고 싶은 유혹이 매우 크지만 일단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감세 법안 통과 땐 전기차 보조금을 잃을 수 있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머스크는 "내가 요구하는 건 미국을 파산시키지 않는 것"이라며 반대 요지가 재정 적자 증가라고 주장 중이다.
감세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최대 7500달러(약 1019원) 세액 공제 혜택이 폐지되는데 JP모건은 이를 통해 테슬라의 연간 이익이 12억 달러(1조6311억 원)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이는 2024년 테슬라 영업이익의 17%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불화가 재점화한 뒤 1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5.34% 급락했다.
<로이터> 통신은 전기차 보조금 외에도 테슬라가 규제에 좌우되는 자율주행차 부문에 기대를 걸고 있어 트럼프 정부와의 마찰이 이 기업에 또 다른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 의존하는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X)에도 위험을 가져온다.
관련해 미 웨드부시증권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간 "중학생 같은 우정"이 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결국 "트럼프는 머스크가 필요하고 머스크도 트럼프가 필요하다"며 갈등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세법, 상원 통과했지만…하원 공화당, 예상 재정적자 대폭 증가에 최종 표결 앞두고 '진통'
머스크가 날을 세운 감세 법안은 1일 가까스로 상원을 통과했다. 민주당 전원이 법안에 반대한 가운데 공화당에서 이탈표 3표가 발생하며 찬성과 반대가 50대 50으로 동수를 이뤘고 JD 밴스 미 부통령이 찬성표를 던져 1표 차로 가결이 이뤄졌다.
이 법안은 재정 적자를 크게 확대하는 동시에 저소득층 의료보호제도 메디케이드 등 사회안전망은 후퇴시키는 내용을 담아 비판을 받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해당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향후 10년간(2025~2034년) 미 재정 적자가 거의 3조3000억 달러(4486조 원) 불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또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2034년까지 118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법안 통과 땐 전기차,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등 청정 에너지 장려를 위한 유인이 축소되고 국경 안보 비용은 늘게 된다.
연말 만료될 예정인 2017년 트럼프 1기 때 소득세 감면을 연장하는 것이 골자인 이 법안의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저소득층 소득은 오히려 감소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세금정책센터 분석 따르면 감세 혜택의 60%가 상위 20% 고소득자에 집중된다.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메디케이드, 저소득층 식품 보조(SNAP) 등 사회안전망 후퇴까지 고려할 때 법안이 하위 20% 저소득층 소득을 오히려 2.9%(연 700달러) 줄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상위 20% 소득은 2.2%(5700달러) 늘게 된다. 연구소는 이 법안으로 소득 상위 1%는 연 3만 달러(4000만 원), 상위 0.1%는 10만3500달러(1억4070만 원) 소득 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법안이 상원에서 수정을 거치며 예상되는 재정 적자 폭을 더욱 늘린 만큼 하원 공화당 재정 강경파들이 반기를 들고 있어 하원 최종 표결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의회예산국 분석에 따르면 당초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향후 10년간 재정 적자를 2조4000천억 달러(3262조 원)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상원 수정 과정에서 예상 적자폭이 거의 1조 달러(1359조 원) 불어난 것이다. 메디케이드에서 제외될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도 하원안보다 90만 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여러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상원 수정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한 상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를 보면 1일 랠프 노먼 공화당 하원의원은 취재진에 상원이 법안 수정 과정에서 적자폭을 늘린 것을 지적하며 하원이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검토하지 말고 다시 상원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스 셀프 공화당 하원의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원 수정 법안은 "재정적 범죄"라고 비판했다.
메디케이드 수혜자가 많은 캘리포니아 센트럴밸리에 지역구를 둔 데이빗 밸라다오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미 지난 주말 성명을 내 "메디케이드에 해로운 삭감을 가져오는" 법안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폴리티코>,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4일까지 법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1일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상원에서 수정 통과한 법안에 "만족하지 않는다"면서도 법안 승인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