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통일부의 명칭 변경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이후 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20년 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던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명칭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7월 1일 (사)한반도평화포럼이 노무현재단과 함께 개최하는 "새 정부에 전하는 통일외교안보정책 제언: 달라진 세계, 새로운 평화번영전략"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김연철 전 장관은 30일 사전 공개된 발표문에서 통일부의 명칭은 유지하되 대대적인 업무 재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통일부의 개편과 관련 ① 통일부 명칭 유지 ② '남북관계부'로 개편 ③ '평화협력부'로 개편하는 방안이 있으나 대통령의 헌법 수호 차원에서 통일부 명칭을 유지하면서, 대대적인 업무 재조정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헌법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규정과 헌법 제66조 3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는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김 전 장관은 '대북·통일 조직 및 업무 재조정'의 방안으로 "탈북민 관련 업무 중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을 제외하고 정착 지원 관련 업무를 보건복지부 또는 행정안전부로 이관하여 보다 효과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북민들은 남한에 들어오게 되면 최대 90일의 기간 내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이후 북한 이탈 주민으로 확인되면 하나원으로 입소해 3개월 동안 남한 정착 교육을 받는데, 김 전 장관은 하나원까지만 통일부가 담당하고 퇴소 후 지역에서의 정착 과정은 보건복지부나 행정안전부로 이전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 대해 "조직 일부를 축소하고 민주평통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사무처를 통일부로 이관"하자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헌법 제92조 1항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는 규정이 있고 2항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조직·직무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법률 개정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고 전했다.
김 전 장관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는 1998년 2월 28일 통일부 소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국으로 개편된 바 있으며(대통령령 제15705호), 1999년 5월 24일 통일부 소속 민주평화통일사무국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로 독립(대통령령 제16364호)"했다고 설명해 사무처의 통일부 이관이 전례가 없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통일교육원을 평화교육원으로 개편"하자며 "통일보다 평화적 공존이 선행되어야 함을 고려하여, 기관명을 변경하고 조직·교육프로그램 일부 개편"하는 안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에 있는 남북관계관리단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동영 후보자는 통일부의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라며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정 후보자는 "1969년 독일(서독)의 브란트 정권이 들어섰을 때 먼저 한 조치가 '할슈타인 원칙'의 폐기였다. '적의 친구는 적'이라며 동독과 외교 관계를 맺은 나라와는 수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는데 이를 폐기했고 동독을 '괴뢰' 규정했던 것으로부터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하면서 당시에 전독부, 우리말로 하면 통일부인데 이를 내독부로 바꿨다"고 전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가 곧 통일이다. 통일은 마차에 해당이 되는 것이고 평화는 말이다. 마차가 앞에 가서는 말을 끌 수가 없다. 말이 앞에 가야 마차를 끌어갈 수 있다"며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바탕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일부의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장관은 발표문을 통해 달라진 세계에 새 정부가 추진할 4대 목표로 ① 전쟁 걱정 없는 한반도, ② 나라와 국민을 살리는 외교, ③ 헌법과 시민을 수호하는 군대, ④ 경제·안보를 지키는 정보공동체를 꼽았다.
그는 이를 위한 5대 정책 과제로 ① 평화 회복과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② 북핵 해법과 4자 회담, ③ 이익 중심형 한미동맹 재설계, ④ 새로운 신남방·신북방 정책, ⑤ 군의 헌법 수호와 문민통제를 제시했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① 대북·통일 조직 혁신, ② 군 구조 개혁, ③ 국가정보위원회 설립, ④ 경제안보 통합 대응 체제 구축, ⑤ 민관산학 사이버 안보 협력 체제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어 김 전 장관은 급변하는 정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위원회'를 신설해 △정보 종합평가 및 부처·기관 간 원활한 정보 소통 △개별 정보기관 활동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은 "북한 핵 능력을 완전 폐기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장기적 목표로 두고 중단기 목표로 한반도 군사 안정과 장기 비핵화 촉진을 위한 군비통제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과 대등하게 별도 트랙으로 통제할 핵 능력을 보유하지 못했다. 군사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 동기는 남한과 한미연합 재래식 전력에 대한 절대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비대칭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 인식과 핵무기 보유 동기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라도 통합적 접근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전 장관은 9.19 남북군사합의 및 군사 통신 채널을 복원해 위기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재래식 전력은 남북 군사 회담을 통해, 핵무기 통제는 북미 군사대화를 통해 병행적으로 추진하는 안을 제시했다. 또 적정 수준의 보복 및 응징 능력은 유지한 상황에서 한-미의 재래식 군사력 건설 및 운용 전략 기조를 방어적 태세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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