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IA "이란 핵 시설 손상"…이란 외무부도 "미국 공격으로 심각한 피해 발생"

CIA, CNN 보도 반박하며 성명 발표…CNN "DIA 보고서는 공격 발생 이후 24시간 만에 작성된 것"

미 중앙정보국(CIA)이 미군의 공격으로 이란 핵 시설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해당 시설의 핵심 구성 요소를 없애지 못했다는 미국 방송 CNN의 보도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란 측은 핵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은 성명을 통해 "CIA는 최근 표적 공격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이 심각하게 손상됐음을 시사하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랫클리프 국장은 "여기에는 역사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한 출처·방법을 통해 확보된 새로운 정보가 포함된다"며 "이 정보에 따르면, 이란의 주요 핵 시설 여러 곳이 파괴됐으며 향후 수년에 걸쳐 재건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CIA는 관련 의사 결정권자와 감독 기관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추가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며 "또한 이 사안의 국가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가능한 한 미국 국민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또한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새로운 정보"가 이란의 핵 시설이 공습으로 "파괴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정보는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내용을 확인시켜 준다"며 "이란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세 시설을 모두 완전히 재건해야 할 것이며, 이는 아마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4일 미국 방송 CNN은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7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주말 미군이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격했지만 핵 프로그램의 핵심 구성 요소를 파괴하지 못했으며, 고작 몇 달 정도 프로그램 진전을 지연시킨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미 정보당국 초기 평가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미 국방부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이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방송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등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지난 21일 공격 직후 실시한 전투 피해 평가를 기반으로 나온 것이라면서 "평가에 깊게 관여한 두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이 비축해 놓은 농축우라늄은 없어지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원심분리기가 대체로 손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방송은 "또 다른 소식통은 정보당국이 미 공격 전에 농축우라늄이 해당 시설에서 미리 옮겨졌다고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DIA의) 평가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최대 몇 달 정도 지연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시설에 대한 피해 분석과 공격이 이란의 핵 보유 의욕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추가 정보가 나오면 변경될 수 있다"면서도 "이 초기 결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공격으로 이란 핵 농축 시설을 '완전히, 전적으로 소멸시켰다(completely and totally obliterated)'고 거듭 주장한 것과는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방송은 25일 "한 소식통에 따르면 DIA의 최초 분석은 공격 발생 후 불과 24시간 만에 작성됐다. 해당 소식통은 이 분석이 예비 분석이었기 때문에 판단에 '신뢰성이 낮다'고 밝혔다"며 "미국 관리에 따르면, 이 분석은 다른 정보기관과 조율되지 않았으며, 문서 자체에서도 최종 평가가 완료되기까지 몇 주가 걸릴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군이 전투 피해 평가(Bomb damage assessment)를 할 때 일반적으로 세 가지 단계를 거치는데 1단계는 목표 지점에 가해진 물리적 피해를 평가하고 2단계는 목표 지점에 대한 기능적 영향을, 3단계는 미국이 타격을 가하려던 시스템, 즉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군이 보유한 모든 정보를 포괄하는 단계로 확대된다"며 방송은 자신들이 보도한 DIA의 평가는 "3단계 분석"이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3단계 최종 BDA에는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적인 군사 공격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권고가 포함된다"며 "해당 문서에 정통한 두 소식통에 따르면, 예비 보고서에는 그러한 권고 사항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존재 여부와 관련해 방송은 "한 미국 의원에 따르면, 또 다른 관건은 미국이 해당 시설에 폭탄을 투하할 당시 이란이 이미 고농축 우라늄 저장고를 옮겼는지 여부"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포르도 등 최소 한 곳의 시설에 대한 공격을 검토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이 의원은 '이란인들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해 우라늄의 행방은 확정짓기 어려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공격으로 인해 "우리 핵 시설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 22일(현지시간) 미국의 공습 이후 구멍이 생긴 이란의 포르도 핵 시설. ⓒEPA=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