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혁명, 사회대개혁과 한반도 평화통일로

[복지국가SOCIETY]

새 정부가 들어선 후에 한 달도 채 안 되었는데 한국 사회 전체에 점점 더 활기가 차오르는 느낌이다.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작이나 불순한 의도가 아니고 진정 사람을 살리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려는 의지가 돋보여서 대다수 국민이 민주당 정권에 바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충격받은 시민과 단체들은 앞으로 한국 사회 미래를 밝히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책을 고민해 오고 있다. 정치 경제 영역에서 민주 체제를 강화하고 안정된 기본 질서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 대개혁'을 모색하는 시민 활동들이 6.3 대통령 선거 이후에 활발해졌다. 헌법을 무시한 명백한 내란 후 헌정질서 회복뿐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가치체계를 실현하기 위해 전반적인 사회개혁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 함양, 인간존엄성과 평등 확대, 생명권과 노동권 보장, 사회적 돌봄과 민생 안정, 기후 환경보호, 평화와 민주시민의 주권 확립, 민주교육 강화 등을 이뤄내야 한다. 개인의 사적인 야욕으로 기본 민주 질서가 더 이상 위협받지 않는 선진 민주공화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 개정, 새로운 법률 제정, 진보한 사회경제 정책들이 있어야 한다. 느닷없는 계엄령 때문에 민주시민으로 '깨어난' 사람들이 주장하는 사회 대개혁 과제들은 생존권 등 기본 인권 문제와 사회복지 이슈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정치 경제면에서 더 안정되고 평화가 보장되는 삶을 염원하는 일반 시민들의 확고한 의지가 견고한 민주사회를 설계하는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복지사회로 가는 사회대개혁

생존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사회경제적 격차, 남녀 간 차별, 지역별 기회의 불평등과 같은 고질적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 정부가 다루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다. 읍면동 단위의 시민참여를 활성화하는 직접민주주의 실천 방법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별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도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필자는 보다 균형 잡히고 건강한 미래 사회 건설을 위한 새 정부의 모든 노력이 구태의연한 자세를 고수하는 반성 없고 비뚤어진 기득권 집단들에 의해 방해받지 않기를 바란다.

새 정권 출발과 함께 공익(전체의 이익, common interest) 중심의 사회조직과 제도 정비, 공무원(공적 일꾼, public servant)의 책임성과 의무 강화에 나서고 인권 중심 공공정책의 중요성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명백해졌다. 민주 체제 기반 위에서 평안한 삶과 상호 협력적인 인간관계를 뒷받침하는 기본적 사회질서를 확립하려면 무엇보다도 국가 차원의 교육제도 개혁이 있어야 한다. 사회 대개혁의 기반으로서 교육제도 개혁은 너무나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 글에서 필자는 교육개혁과 맞물린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한 통일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다중 위기 극복을 위한 통일 비전

한국 사회가 직면한 여러 개혁 과제는 거시적 문제인 다중 위기 극복과 관련하여 글로벌 맥락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에서 다행히도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된 기후 환경 위기와 유럽과 미국 정부로부터 가해지는 산업 규제와 관세 압박 등 중차대한 글로벌 이슈들을, 위기의식을 갖고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한국민들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국가 폭력과 독재체제를 견뎌야 했던 아픔과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로 더 인간적인 대인관계나 균형된 사회 발달을 추구하는 대신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경제발전에 주력해 왔다. 대한민국은 과도한 경쟁 중심의 교육제도를 통해 대기업 위주의 산업화를 이룬 덕택에 글로벌 무대에서도 선진국 대우를 받게 된 것이 사실이다. 한국전쟁 이후 지속된 오랜 분단 체제 속에서도 산업사회와 민주사회로 꾸준히 발달해 왔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은 위기 극복의 달인들이 모여 사는 역량 있는 나라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주의 수많은 행성 중에서 하나뿐인 지구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글로벌 시민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문제들은 많다. 지구환경 오염과 불평등 문제 등 공통적인 글로벌 문제들 이외에도 대한민국 국민이 거시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독특한 문제 한 가지가 더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인류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이슈들 이외에도 민족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을 다중 위기 목록에 추가해야 한다. 한국전쟁 후 1953년에 완전한 전쟁 종결이 아닌 임시방편인 휴전 선언이 이루어진 지 72년이 되었다. 한반도 사람들은 분단된 땅에서 비정상적으로 대결하는 남북 체제에서 전쟁 도발의 위험을 안은 채 각자 다른 방식의 삶을 추구해 왔다. 우리는 북한을 한 민족 차원에서 상대하지 않고 잠재적 전쟁 대상으로 보고 매년 미군과의 합동훈련을 쉬지 않았다. 영구적인 평화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남북의 대화와 협력 과정은 외세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높은 자살률로 표출되는 한국민의 낮은 행복지수와 불안정한 집단 위기의식은 비정상적인 남북분단 체제에서 기득권 중심으로 발전해 온 정치·경제적 현실과 직결되어 있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크고 작은 혁신의 필요성은 근본적으로 분단 체제에 기인한다고 본다. 남북 대결 때문에 쓰이는 국가 예산을 줄일 수 있다면 한반도 사람들이 누리는 삶의 질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외세에 의해 남과 북으로 찢긴 채 반쪽짜리 국가에서 살아온 한반도 사람들은 미래의 생존전략으로서 통일한반도 비전을 새롭게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복지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남북 통일문제를 공통된 장기적 국가 비전으로 표면화해야 한다. 통일문제가 국가적 차원의 실현 가능한 사회개혁 과제로 부상할 때 한반도가 처한 여러 위기 상황을 더욱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본다.

수십 년에 걸쳐 통일 이슈와 연관된 크고 작은 시민단체가 펼쳐 온 다양한 사회활동과 이념적 접근은 각양각색이더라도 민족통합에 대한 염원만큼은 다르지 않다. 새 정권의 출발과 함께 정치 사회 경제 영역의 급변하는 상황과 맞물려 한국민의 통일에 대한 오랜 열망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장기 국가 발전 전략으로서의 통일 비전은 경제적 효율성(cost efficiency)과 함께 사회적 효과성(social effectiveness)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으로 발달시켜야 한다.

오랜 비극의 분단 장벽 넘기

통일에 대한 목적의식과 접근방식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으나 이념 차이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현존한다. 혈연관계를 존중하고 서로 사랑을 나누며 사는 일은 기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인권의 문제이다. 북한 고향 땅과 피붙이들을 한평생 그리워하며 살아온 노인들의 한을 풀어주지 못 했다는 사실보다 더 뼈아프게 느껴야 할 비극적 상황은 한반도 분단의 고착화이다. 지난 정부들의 중대 실책으로 인해 악화한 대북 관계 때문에 이제는 통일 가능성이 더욱 멀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다른 한편 트럼프 행정부와의 지속된 협력을 통해 경제살리기 중심의 외교정책으로 통일에 접근할 수 있다는 관점도 표면화되고 있다. 또한 통일되면 무엇보다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경제적 기회가 확장될 것으로 보는 청장년 세대의 현실적인 기대감도 무시할 수 없다. 엄혹한 정치·경제적 위기를 뒤로하고, 민주시민들의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이슈들은 많다. 얄팍한 신자유주의 관점에서 통일을 소위 "대박" 내기 위한 경제정책으로 보거나 통일의 당위성을 단순히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실질적 방안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복지사회를 논할 수 없는 것처럼, 통일정책은 단순히 물질적 풍요만을 목적으로 삼을 수 없다. 이 글에서 필자는 새 정부는 통일문제를 무엇보다도 다중 위기 극복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 북한)과 대한민국(한국, 남한)은 1948년에 각각의 헌법을 제정한 두 개의 국가이다. 1950년에서 1953년까지 3년간 한국전쟁을 겪은 후 법적 차원의 분단 상황은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념적 차이뿐 아니라 언어와 문화영역에까지 남북의 거리감이 깊어졌고 두 국가체제를 서로 당연시하게 되었다. 정치적 적대적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1991년에 가서야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서로의 다른 체제를 인정하였다. 문제는 이런 분단 상황이 당연시되면서 통일의 가능성이 비현실적인 염원으로 변화해 왔다는 것이다. 수십 년에 걸쳐 통일을 목적으로 활동해 온 수많은 시민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지도자의 무지와 변덕스러운 정치적 대응으로 인해 현재 남북 체제는 더욱 소원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수천 년 넘게 하나의 민족 국가로서 공유해 온 문화 역사적 뿌리를 외면하고 마치 다른 문명권에 속한 독립된 두 나라인 것처럼 각 체제의 번영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외세 세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으로 한국과 조선의 분단을 영구화하는 정책은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공존 정책과 엄연히 다르다. 남한과 북한이 영원한 평행선을 긋고 살 수는 없다. 높은 산맥에서 뻗어 나온 강줄기가 결국 하나로 만나 모든 물이 한 바닷속 파도로 만나는 것처럼 남북한 사람들이 한민족으로서 함께 번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치 경제 체제뿐 아니라 언어 양식과 의식주 문화면에서도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으나, 꾸준한 남북 교류를 통해서 자연스러운 화합을 이루어 얼마든지 좁힐 수 있는 간극일 뿐이다. 조선과 한국 두 체제 모두 사회 구성원의 행복과 안녕을 열망한다는 점에서 공존을 넘는 번영이라는 공통된 미래를 지향할 수 있다. 더 민주적인 방식으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진 복지국가로 전진하려는 미래지향적 당위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빛의 혁명, 한반도 평화통일로!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신속하게 착수한 정상화 정책들은 국내 경제적 안정뿐 아니라 외교 영역에서도 희망의 빛을 선사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모범적인 민주국가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온 국민이 피부로 느낀 긴장감 속에서 험난한 6개월 동안 민주주의의 몰락을 필사적으로 막아낸 보람이 크다. 광화문 광장에서 모진 겨울을 이겨 낸 평화로운 저항 의식이야말로 안정된 민주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튼튼한 기반이 되었다. 이제 여러 개혁 과제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미래지향적 비전으로서 하나 된 통일국가를 논해야 한다. 한반도 분단이라는 현실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헤쳐 나가는 일은 다른 사회 대개혁 과제들을 풀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전략과 병행할 수 있다. 부자연스럽고 비정상적인 두 체제의 공존이 아니라 '인류 하나가 됨(oneness of humanity)'을 상징하는 한반도 통일방안이 사회 대개혁의 근본적인 과제가 되어야 한다.

허황하고 퇴색한 이념적 대결에 더 이상 시간과 경제자원을 낭비하는 일은 남북한 모두 원하지 않는다. 조선은 이미 "미 제국주의"와 생산적인 관계를 위해 협상하는 노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조선과 미국의 갈등 사이에서 한국 정부는 매우 미래지향적인 외교 기술을 동원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일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자국만의 자본소득 위주로 펼쳐 온 신자유주의 정책은 미국과 유럽의 패권이 쇠퇴하고 있는 현시대에 맞지 않을뿐더러 새로이 부상하는 약소국들과의 협력관계를 방해하고 있다.

지난 정권들이 벌린 무책임한 대북정책으로 인해 경직된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는 일은 매우 생산적인 개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구시대적인 '빨갱이 타령'을 하는 사람들과 공존하는 남한사회이지만, 민주 의식으로 새로이 무장한 시민들의 직접적인 정치참여도가 확장해 감에 따라,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시민들의 이해도 높아질 걸로 보인다. 자유민주주의 중심의 정치선전과 남북 간 긴장 관계를 벗어남으로써 급변하는 글로벌 추세에 맞추어 창조적인 신경제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민주 의식으로 무장한 대한민국은 지혜와 인내심으로 평화로운 "빛의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다. 이제 한국은 동방의 힘없고 작은 고립된 국가가 아니라 북한 주민과 글로벌 시민 모두에게 희망을 비추어주는 모범적인 선진 민주국가로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세계시민들에게 큰 평화와 번영의 희망을 선사하려면 한민족 전체가 하나로 뭉치는 통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도영인 님은 우송대 사회복지학 교수를 정년 퇴임했고, 현재는 Deep Change Inc에서 영성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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