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김영훈·송미령 초대 내각 인선에 엇갈린 반응

민주노총, 김영훈 지명에 "소임 이행 기대"…전농, 송미령 유임에 "다시 투쟁해"

대통령실이 발표한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인선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환영하는 반면, 농업계는 양곡관리법 등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에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23일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내정했다. 김 전 위원장은 1992년 철도기관사로 일하기 시작해 2000년 철도노조 부산지부장,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을 거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현직 철도기관사이자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 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역대 처음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김 후보자 지명 배경에 대해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문제를 대변해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축소와 노란봉투법 개정, 주 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김 전 위원장이 장관으로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주길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김 후보자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철도노조 위원장을 역임하며 한국 사회 노동 현장의 현실과 과제를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며 "시대적 과제를 깊이 인식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김 전 위원장은 철도기관사로 오랫동안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 왔고, 2020년까지 정의당에서 노동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노동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로 평가된다"며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끌어내기 바라고 김 지명자의 임명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윗줄 왼쪽부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아래줄 왼쪽부터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연합뉴스

노동계와 달리 농업계는 송 장관 유임에 거세게 항의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지난 2023년 12월 농식품부 장관으로 임명된 송 장관은 농민들의 요구이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 개정과 농수산물가격안정법 등을 두고 '농망법(農亡法)'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윤 전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해 농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송미령은 윤석열의 농업파괴 농민 말살 정책을 주도한 '농망장관'이자, 12·3 내란 사태를 방조한 '내란장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시대 농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농업민생 4법의 거부권을 건의한 자, 벼 재배면적 강제 감축을 주도해 국민의 주식인 쌀 생산기반을 파괴하고 농지 규제를 완화해 이 땅의 농업을 통째로 파괴하려 한 자"라며 "윤석열과 함께 탄핵됐어야 마땅한 자가 오히려 유임된 것"이라고 성토했다.

전농은 "윤석열 내란농정의 수장이었던 송미령 유임은 곧 내란농정의 연장"이라며 "남태령을 넘어 식량주권의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는 농민, 아니 온 국민의 염원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대답이 고작 이뿐이라면 답은 다시 투쟁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선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송미령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송 장관은 4대 농업 주요 법안을 ‘농망 4법’이라고 발언하며 농업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장관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원색적 비난을 한 바 있다"며 "식량 자급의 중요성이 커져만 가는 상황에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유임은 식량주권을 책임지는 농민들의 의지를 꺾는 '농망장관' 유임"이라고 규탄했다.

경실련은 이어 "추운 겨울날 농민들이 트랙터를 이끌고 상경한 것은 위헌적인 계엄 선포에 대한 분노 때문만이 아니라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 등 ‘내란농정’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것"이라며 "대통령이 말하던 '진짜' 대한민국에 '가짜 장관'을 내세워 농민·농업·농촌을 또다시 나락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송 장관 유임이 상징하는 새 정부의 농정에 대한 태도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두 후보자를 비롯해 국방부, 외교부 등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는 민주당 안규백 의원,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 등을 지명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보훈부 장관 후보자에 한나라당 출신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민주당 김성환 의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민주당 강선우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민주당 전재수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한성숙 네이버 고문 등을 낙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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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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