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아닌 "이스라엘을 위대하게"?…이란 핵 공격에 'MAGA' 지지자들 비판 이어져

이란-이스라엘 개입에 반대하던 일부 인사 "트럼프, 전쟁 종식 위한 것"옹호…FT "마가 고립주의자들에게 큰 충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격에 대해 트럼프 지지층들로부터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이하 '마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에 따라 해외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것을 지지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이들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공습을 결정하자 마가 운동가들 일부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의해 새로운 중동 전쟁으로 들어가도록 조종당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백악관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직후 본인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미국 국민 대다수는 이 어떤 일에도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가 지난 13~16일 조사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에 투표한 응답자의 53%가 미군이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답했고, 개입 찬성은 19%에 불과했다.

또 이들 중 63%가 핵 프로그램에 관해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협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 여론조사에서 미군이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60%에 달했다.

신문은 "미국의 B-2 폭격기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있는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하기 전부터 미국의 전쟁 개입 가능성은 트럼프 지지 진영의 깊은 분열을 드러냈다"며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과 영향력 있는 라디오 쇼 진행자 마크 레빈을 포함한 매파들은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배넌과 언론인 터커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적대 행위에 개입하지 않도록 촉구해왔다"고 전했다.

배넌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일으켜 "실질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전쟁을 끝낼 군사력이 없으며, 오직 미국의 벙커 파괴 폭탄만이 포르도 같은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를 강력히 지지해 온 일부 우익 성향의 팟캐스트 진행자들은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 결정에 당혹감을 표했다. 테오 본은 "미국 우선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스라엘을 위해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많은 사람들이 우리 지도자에 대한 환멸을 금세 느끼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마가' 운동을 벌여왔던 코미디언 데이브 스미스는 "도널드 트럼프는 이제 이란을 상대로 불법적인 침략 전쟁을 시작했다"며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그가 외국 정부를 대신하여 우리에게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않는 나라를 상대로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인플루언서 찰리 커크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상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채 인류의 발전을 위해 행동했다. 우리의 최고 사령관을 믿으라"라면서도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이에 대한 보복의 표적이 될까?"라며 우려의 뜻을 표했다. 그는 카타르에 주둔한 미 공군 기지가 "이란의 잠재적인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며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보수 성향 매체 <브라이트바트>의 매튜 보일 워싱턴 지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기를 바랐던 마가 지지자들에게 많은 설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설득하고 그들과 함께하게 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는 사람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공화당 소속 워런 데이비슨 하원의원(오하이오주)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정당할 수는 있지만, 합헌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취재진들을 향해 주먹을 쥐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인 인사들도 있었다. 보수주의 활동가 잭 포소비에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 교체 전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이 공격은 "처음부터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했던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관한 것"라고 말했다.

이번주 초 "우리는 해외 전쟁에 신물이 난다"라고 말했던 공화당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은 이란에 대한 공격 이후인 21일 "우리 모두 힘을 합쳐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했던 맷 게이츠 전 플로리다 하원의원의 경우 기존에는 중동 분쟁에 개입하는 것이 또 다른 장기전으로 비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21일 그는 "정권 교체 전쟁은 없다. 트럼프는 평화의 중재자"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섰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공화당의 팀 쉬히(몬태나주) 의원을 포함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포르도 폭격이 위협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공습 이후에 그는 이번 군사 행동을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그는 "비관론자들에게 말씀드리면, 이것은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이란은 46년 동안 미국과 전쟁을 벌여 왔다. 이란 국민은 떨쳐 일어나 이 살인적인 정권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톰 코튼 의원(아칸소주)은 "이란은 46년간 미국을 상대로 테러 전쟁을 벌여 왔다"며 "우리는 결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옳은 결정을 내렸으며, 아야톨라(이란 최고 지도자)는 미국인을 공격하지 말라는 트럼프의 경고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사전에 공격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고 이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관계자가 <폴리티코>에 전했다. 존슨 의장은 'X'의 본인 계정에서 이번 공격에 대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실행에 옮겨진 것"이라며 "대통령의 단호한 조치는 '미국에 죽음을'을 외치는 세계 최대 테러 지원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하지만 이번 공격은 일부 마가 고립주의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며 "다음 주 의회 개원 시 이란에 대한 전쟁 권한 법안에 대한 상·하원 표결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개입에 대한 회의론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협력하여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미국의 '영원한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동에서 군사적 개입을 피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핵심 축"이라며 지지자들의 이탈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처음에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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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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