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사실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검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의 업무보고 내용이 부실하다고 질책하며 보고를 중단시키고 추후 재보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현 집권세력에서 문제점을 지적해온 부처들을 중심으로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기획위원회는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과 경기 과천 정부청사에서 각각 검찰청, 방통위에 대한 업무보고를 진행했으나 시작 30분여만에 업무보고를 중단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검찰 업무보고와 관련 "대통령 공약 내용이 제대로 분석되지 않고, 통상적인 공약 이행 절차라는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고 있다"며 중단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등 대통령 핵심공약은 없고, 오히려 검찰이 가진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업무보고를 한 것"이라며 "검찰이 근본적 문제에 대한 대통령 공약과 관련된 건 제외하고 일반적인 업무 상황과 관련된 보고를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개혁 공약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 등을 강조했는데, 이날 검찰청 업무보고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도 검찰청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검찰 정권의 폭주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를 낳았다. 검찰에 대한 주권자 국민의 심판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은 진짜 대한민국에 걸맞은 진짜 검찰과 검사를 원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 위원장은 "현실은 검찰이 권력 향배에 따라 주가 조작 녹음 파일이 없다고 나타나고 영부인 호출에 어디든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며 "검찰은 지난날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환골탈태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진짜 검사, 진짜 검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짜 검찰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방통위 업무보고도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이행 계획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며 중단됐다. 조 대변인은 "방통위 업무보고도 '공약 이행 계획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토론 과정에서 지적이 있었을 것이고, 지적 정도에 따라 보완해 보고를 받든지 해당 분과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창남 국정기획위 사회2분과장은 방통위 업무보고에 앞서 "윤석열 정권이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끼친 해악은 내란 못지않다"며 "정권을 옹호하는 부적절한 인사를 공영방송 사장에 앉히는가 하면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제지와 고발을 서슴지 않았다"고 질책을 하기도 했다.

정부 부처에 대한 국정기획위의 질타는 이날로 이틀째다. 이한주 위원장은 전날도 각 부처를 향해 "3년간 이완된 정부 정책과 지난해 겨울부터 대선까지의 기간에 많은 부분이 흐트러져 있다"며 "흐트러진 상황이 있었다면 지금부터는 모든 걸 새롭게 한다는 각오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업무보고 전반에 대해 "한 마디로 매우 실망"이라며 "공약에 대한 분석도 부족하고, 내용이 없고 구태의연한 과제를 나열하는 것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조 대변인은 "새로운 정부에 맞는 구체적 비전이나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어떤 부처는 공약을 빙자해 하고 싶은 일을 제시하는 상황도 벌어졌다"며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 3년, 비상계엄 사태 6개월 동안 공직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많이 무너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 역시 전날 국무회의에서 공직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행정을 하다 보면 공급자 중심 사업을 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며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해서 통보하는 것과 내용은 똑같은데 수용성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도 정책안들 내용을 보면 계속 대체적으로 다들 잘 준비해 주고 계신데 가끔씩 그런 흔적들이 보인다"며 "제가 공개적으로 말씀드리지는 않을 건데, 그런 점들을 깊이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하는 결정, 판단 이런 것들이 5200만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조금만 더 노력해 주시면 좋겠다"고 공직자들의 복무 태도에 대해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부의 민원 대처에 대해서도 "(공직자들이) 민원에 대해 '귀찮은 일', '없으면 좋은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이 헌법의 대원칙이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면 다 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똑같은 민원을 처리해도 신속하게 처리하느냐, 지연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며 "이런 점을 관련 부처에서 신경써 달라"고 지시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