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돼있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단축한 이후 이란에 있는 사람들에게 즉시 대피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 중동발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이란에 대한 여행경보를 '특별여행주의보'에 해당하는 2.5단계에서 '출국권고'인 3단계로 높였다.
17일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동 사태 관련하여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공방이 지속됨에 따라 6월 17일 화요일 오늘 13시부터 이란 내 기존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3단계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에 따라 이란 내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께서는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공관의 안내에 따라 가급적 신속히 출국해 주시고, 동 지역을 여행 계획 중인 우리 국민들께서는 여행을 취소 또는 연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에는 100여 명의 한국 국적자가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변인은 " 외교부는 앞으로도 중동 지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정부는 이란과 이스라엘에 대한 여행경보를 높인 바 있다. 외교부는 지난 14일 2단계 여행경보인 '여행자제'가 발령된 지역에 대해 2.5단계인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미 양국에서 3단계와 4단계(여행금지)가 발령된 지역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서안지역과 이스라엘 북부 지역 일부(나하리야, 마알롯 타르시아, 사페드, 크파르나움 이북지역)지역에 3단계가, 북부 레바논 접경지역(국경으로부터 4km)과 가자지구 등에 4단계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이란의 경우 튀르키예·이라크 국경 및 시스탄발루체스탄주, 페르시아만 연안 3개주(후제스탄, 부셰르, 호르모즈건) 지역에 3단계 경보가 발령돼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앞서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 않고 조기 귀국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이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즉시 대피하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이 영향을 준 측면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내가 사인하라고 한 그 협정에 서명했어야 했다"며 이란이 "멍청하고 생명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했었다"라며 "테헤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즉시 대피하라"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여행경보 격상과 관련해 "긴박하게 상황이 전개되어 여행경보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현지에 있는 주이란 대한민국대사관의 경우 현재까지 철수 계획은 없으나, 필요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안전 문제로 인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날 늦은 오후 이란에 이어 이스라엘에 대한 여행경보도 '특별여행주의보'에 해당하는 2.5단계에서 '출국권고'인 3단계로 격상헀다. 외교부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공방이 지속되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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