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전격적으로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공습을 두고 이스라엘이 미국에 쌓인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이번 공습과 연관이 없다면서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방송 CNN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라이징 라이언'(Rising Lions)라는 이름의 대 이란 공습 작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연설에서 군사 작전이 며칠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를 중단시키지 않으면 이란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은 이스라엘의 생존 자체에 명백하고 현재적인 위험"이라고 공격 배경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 책임자와 나탄즈에 있는 이란의 주요 농축 시설, 핵무기 개발에 참여하는 이란의 핵 과학자들을 공격했다"며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이 공격 대상이어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들, 이웃의 아랍 국가들을 방어하고 있다. 그들 역시 이란으로 인해 고통받았다"고 말해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스라엘의 이날 공격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 곳곳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날 공격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란 혁명 수비대 사령관인 호세인 살라미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통신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의 항공편이 취소됐으며 이란 수도의 여러 건물들이 파괴된 상태라고 밝혔다.
통신은 "이란 관리들은 잘못된 군사 행동은 단호하고 확실한 대응을 초래할 것이라고 이미 경고한 바 있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반격 의지를 분명히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위대한 이란 국민여러분, 시오니스트 정권(네타냐후 정부)은 오늘 새벽 사랑하는 조국을 향해 더럽고 피비린내 나는 범죄를 자행하고 주거 지역을 공격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악랄한 본성을 드러냈다"며 "이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하메네이는 "여러 지휘관과 과학자들이 적의 공격으로 순교했다. 신의 뜻이라면 그들의 후임자와 동료들은 즉시 임무에 복귀할 것"이라며 "이 범죄로 시오니스트 정권은 쓰라리고 고통스러운 운명을 스스로 만들었으며, 반드시 그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보복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미 백악관은 이스라엘의 공격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백악관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명의의 성명에서 "오늘(12일) 밤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해 일방적인 조치를 취했다. 우리는 이란에 대한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최우선 순위는 이 지역의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스라엘은 이번 조치가 자국의 자위권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우리에게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우리 군을 보호하고 지역 파트너들과 긴밀한 연락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란은 미국의 이익이나 인력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의 성명에 대해 CNN은 "이스라엘 및 방어권을 지지한다는 진부한 표현조차 없이, 성명은 이 분쟁이 이스라엘의 것임을 분명히 했다"라고 평가하며 미국이 이스라엘과 선 긋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들(이스라엘)이 공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공격이 있다면 모든 것이 망가질 테니까"라고 말했다면서 지금과 같은 결과를 피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곧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을 미리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것을 두고 CNN은 "이제 두 번째 임기 초반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큰 시험대에 올려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처럼 이번 공격은 이란과 외교적 노력을 무산시킬 위험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 특사가 이번 주말 오만에서 이란과 추가 회담을 위해 출국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과 이란은 오는 15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6차 핵 협상을 열기로 한 바 있다.
방송은 "이번 공격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이미 긴장된 관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며 "그는 수개월 동안 네타냐후 총리와 강하게 의견 차이를 보여왔고, 이번 주에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공격 보류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또 다른 세계적 갈등을 예고하는 것이며, 이번 분쟁은 수만 명의 미군 병력이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불협화음은 집권 이후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간 전쟁의 빠른 종식을 원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극우 세력들은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이 통치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여기서부터 양측의 입장 차가 상당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서 이스라엘이 제외되면서 가시화됐다. 당시 미국은 예멘의 후티 반군과 휴전에 합의했는데 이스라엘은 여기서 제외됐다. 또 하마스에 붙잡혀 있던 미국인 인질 석방 협상도 이스라엘을 포함시키지 않고 직접 진행했다. 여기에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물러나면서 새롭게 들어선 정부와 직접 만나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이스라엘과 이를 협의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에서 이스라엘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스라엘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란 민간 부문의 핵 능력을 일부 보존하는 협상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는데, 이는 이란 핵 역량을 폐기를 원하는 이스라엘의 입장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외교부는 "정부는 금일 오전(한국시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관련, 사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동 내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역내 긴장이 조속히 완화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