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무시·중국 경고' 백악관 입장에 외교부 "중국 관련 내용, 대선과 별개"

"공식 입장은 루비오 국무장관 명의의 성명"…백악관 입장 의미 축소

미 백악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축하 메시지 없이 중국을 언급한 것을 두고 외교부는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국무장관이 발표한 성명에 있다면서 백악관 입장을 축소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5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미 백악관 측이 3일(현지시간) 밝힌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논평과 관련, 미국과 외교 채널을 통해 확인했냐는 질문에 "우리 대선 결과에 대한 미측의 공식 입장은 루비오 미 국무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잘 나타나 있다"고 답했다.

앞서 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논평요청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가 이메일로 "한미 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미국은 중국의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간섭과 영향력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보내 왔다고 보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에서 한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준비해 오지 않아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이후 언론사의 개별적 문의에 대해 백악관이 답변 형식의 논평을 낸 것인데, 여기에 "축하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축하 메시지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성명에 포함돼 있었다. 루비오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한미 양국은 상호방위조약, 공동의 가치, 그리고 굳건한 경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미 동맹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전략적 환경의 요구에 부응하고 새로운 경제적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현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에서 한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논평하며 중국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과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백악관은 모두 양국의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며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축하 메시지도 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이라는 다소 뜬금없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미 백악관 공보실 백그라운드 언급의 방점은 한국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진행되었다는 데 있다고 본다"며 "중국 관련 내용은 한국 대선과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의 설명대로, 백악관이 "한국 대선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 트럼프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극우 인사들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이번 백악관 입장에 반영됐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온라인에서 자칭 '트럼프 자문'으로 활동하는 극우적 인사 로라 루머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던 시점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한국의 명복을 빈다"(RIP South Korea)며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점령하고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끔찍한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통신이 1993년생 유대인 출신의 극우적 인사인 로라 루머를 언급한 이유는 그가 실제 트럼프 정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3일 통신을 비롯해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루머가 전날인 2일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마이크 왈츠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배석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루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의제에서 충성심이 부족한 사람들을 해고하라며 명단을 제출했고,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지목을 받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직원 일부를 해고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 1기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마이클 플린은 지난 5월 29일 본인의 'X' 계정에서 한국의 선거가 이미 "부정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면서 "부정선거 결과는 중국 공산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NEC)는 미국 선거 감시단의 수많은 요청을 거부했다"며 선관위 위원들이 미국인들을 검열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 미 백악관. ⓒ프레시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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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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