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살자던 북한, 남한 대선 소식 이틀만에 알려

대선 소식 일체 다루지 않던 북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주민들에게도 전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했던 북한이 남한의 대통령선거 결과를 이틀만에 보도했다. 남한에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던 북한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선 결과를 비교적 빠른 시기에 보도하고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매체에도 실으면서, 대남 적대성이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한국에서 지난해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된 후 두 달 만인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다"며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리재명(이재명)이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주민들도 볼 수 있는 당 기관지 <로동신문>에도 게재됐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고 선언한 이후 남한을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또는 '한국'으로 부르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가 이틀만에 남한의 대선 결과를 보도했는데 이는 예년 보도 시기와 유사하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때는 선거 결과가 확정된 다음날인 3월 11일 <조선중앙통신>이 "9일 진행된 남조선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야당 후보 윤석열이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2017년 문재인 당선 때도 북한은 대선 결과가 나온 다음날인 5월 11일 대선 소식을 전했는데, 이 때는 득표율과 함께 출마한 다른 후보들 이름까지 상세히 소개하는 등 남한의 선거 소식을 비교적 자세히 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에 남한에서 보수적인 성향의 후보들이 당선됐을 때는 보도 시기가 늦어지기도 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당시 북한은 이를 일주일이 지나 보도했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였던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 때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선거 결과 다음날에 보도했지만, 당선인의 이름을 빼고 결과만 전했다.

북한이 남한과 상종하지 않겠다면서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고 남한으로 연결된 도로와 철도 등을 폭파하며 남북 간 연락 통신선을 모두 끊은 상황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에 대통령 선거 결과를 비교적 일찍 전했다는 점은 남북관계에 대해 일정 부분 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특히 북한이 그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남한 대선과 관련한 어떠한 보도도 하지 않다가 이번에 예년과 유사한 시기에, 당선된 후보자의 이름까지 넣어서 대선 결과를 보도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4일 평양에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러시아 통신사 <리아노브스티>가 전했다.

그런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정세발전과 국제 및 지역정세에 관한 량국지도부의 견해와 의견들이 폭넓게 교환됐다"고 보도해 한반도의 북한식 표현인 '조선반도'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일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접견했다. ⓒ로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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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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