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퍼주기'한 윤석열 가고 이재명 왔다…일본 언론, 한일 관계 '우려' 전망

20대 성별에 따라 지지 후보 확연히 갈린 선거 결과에 <로이터>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격차 심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일본 언론은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전임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외 관계에서 가장 중시했던 국가 중 하나가 일본인데, 탄핵으로 파면되면서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4일 일본 <교도통신>은 "이재명 후보는 일본과 협력에 적극적이지만 그의 지지 기반 세력은 일본에 비판적"이라며 "향후 한일 관계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라고 보도했다.

다만 통신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일본 정책에 대해 "굴욕 외교"라고 비판해 왔지만, 이번 선거 유세에서는 "일본은 중요한 협력 대상"임을 강조했다면서 "경제, 인적 교류,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통신은 "일본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역사 문제를 두고 일본을 비판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이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은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한일, 한미일 3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이재명 당선인 간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여 협력을 확인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통신은 "한일 양국 간에는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가 놓여 있다"며 일본의 외교부 관계자가 "(올해 종전 80주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새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통신에 "진보 세력이 관심을 갖는 역사 문제라는 지뢰밭을 어떻게 피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지난 2023년 3월 16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에 앞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대외 관계와 관련해 통신은 "트럼프 미 행정부는 정체된 한미 간 의사소통을 회복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중한 관계 개선을 꾀하고 미일한의 협력을 틀어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통신은 "미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중국은 시 주석이 올해 가을 한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은 일본, 미국과 협력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와는 냉랭한 관계였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11월 시 주석은 2년 만에 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만나 관계 안정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이재명 당선인에 대해 "외교 정책을 개혁하려는 비전을 가진 진보주의자로, 특히 중국 문제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경제와 안보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재명 당선인이 "철강과 자동차를 포함한 한국의 핵심 산업에 대한 높은 관세 및 주한미군 감축 등에 문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소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신문은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대해 점점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동맹국들에게도 같은 태도를 취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두 초강대국 간의 균형을 추구하는 이재명 당선인을 곤경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신문은 "이재명 당선인은 민주당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외교 정책 우선순위에 있어 훨씬 덜 이념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예를 들어, 민주당 출신의 이전 대통령들은 남북통일을 옹호했고, 한미 관계를 훼손하면서까지 북한을 지지하는 정책을 고집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재명 당선인은 그런 부류가 아니다. 그는 스스로를 한국의 국익을 중시하는 외교 정책 '실용주의자'라고 칭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그의 행보가 워싱턴과 소통에 더 적극적이며,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부분을 회의적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한중관계에 대해 신문은 "이 당선인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외교적 협상에서 중국 지도자들과 교류하기를 원한다"며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미국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했던 시절, 한중 간 관계가 악화되었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이번 대선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심판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윤 전 대통령이 이끈 정부에 대한 투표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며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로 탄핵됐고, 이는 6개월 간의 혼란을 야기했다. 그는 지난 4월 공식 파면됐고, 이로 인해 대통령 선거는 2년 일찍 치러지게 되었다"고 전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6개월 전, 국회 앞 거리는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분노한 시위자들로 가득 찼다"며 "오늘(3일) 밤 그 거리는 이재명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파티로 가득 찼다. 많은 사람들이 시위 당시 나왔던 야광봉과 깃발을 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는 한국을 정치적 혼란에 빠뜨렸고, 국민의힘은 곤경에 처했다"며 "정확히 (비상계엄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또 다른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재명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이준한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이번 선거 결과가 더불어민주당의 성과보다는 국민의힘의 잘못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이후 이에 대한 평가나 비판, 단절이 전혀 없었고, 이로 인해 합리적인 보수층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지지를 표명하기 어려웠다"며 "결과적으로 보수층인 국민의힘은 단결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재명 당선인이 행정부뿐만 아니라 의회 권력도 가지고 있어 "견제와 균형의 부재"가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어 사회 통합이 어려울 수 있다. (국회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막을 견제와 균형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꽃다발을 받고서 시민들을 향해 두 팔을 들어올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번 선거를 통해 20대 이하 세대에서 성별에 따라 지지 후보가 극명하게 갈린 것을 두고 통신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의 'Z세대'(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치적 성별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젊은 남성들은 우파 정당에 투표하고 젊은 여성들은 좌파 정당에 투표하고 있다"며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짚었다.

통신은 "팬데믹 이전에는 양측 모두 진보적인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라며 "최근 북미, 유럽, 아시아에서 실시된 선거 결과는 이러한 추세가 공고화되거나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노와 좌절에 빠진 20대 남성들이 우파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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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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