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찍을지 아직도 못 정해서, 지금 영상 보면서 다시 고민하고 있어요."
3일 오후 4시 반,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4·5 투표소가 있는 창서초등학교 운동장 관중석에서 40대 주민 김아무개 씨가 귀에 이어폰을 낀 채 말했다. 어떤 후보를 뽑을지 결단이 서지 않아 유튜브에서 정치 뉴스를 보고 있었다.
김 씨는 2번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한 1, 4, 5번 후보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란 사태 때문에 1번을 뽑으려 했다가도 "당연히 당선될 거라 생각해선지 기고만장한 태도나, 실수하는 것들을 보니 결단이 서지 않는다"며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평가를 떠나 그냥 젊은 사람을 뽑아주고 싶은 구도의 측면에선 이준석 후보도 생각하고, 한국에 진짜 진보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민주노동당도 생각해 봤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지금 우리 사회 가장 문제는 나이, 성별 등 갈등이 너무 많은 문제인 것 같다"며 "좀 더 (정보를) 찾아본 후 투표소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창서초 투표소는 오후 3시쯤부턴 유권자 주민들의 발길이 점점 뜸해지며 한산해졌다. 투표 안내원은 "정오부터 오후 2시쯤까진 2층 투표소의 줄이 1층 로비까지 넘쳐, 구불구불하게 일렬로 서 로비를 꽉 채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가족,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투표소를 찾는 이들도 많았다. 투표 인증 그림을 직접 인쇄해 와 투표소 이름이 적힌 안내문 앞에서 '셀카'를 찍은 이들도 자주 보였다.
룸메이트 2명과 함께 왔다는 20대 청년 여성 김아무개 씨는 "지금껏 해본 투표 중 가장 파란만장하고 시끌시끌한 선거"라며 "대선토론이랑 뉴스를 열심히 챙겨보고, 룸메들과 정치얘기를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누구를 뽑았는진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대통령은 한 나라의 얼굴인데, 다른 나라 원수들과 만날 때 우리 입장을 당당히 잘 말하는, 주체적으로 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교와 상권이 밀집한 지역인 만큼 투표소를 출입하는 유권자 중엔 청년 비중이 상당했다.
30대 한아무개 씨는 이번 대선을 지켜본 심정을 묻자, "뽑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말했다. 한 씨는 "국민의힘은 국민을 배신한 정당이고, 김문수 후보는 여성혐오 발언도 했더라"며 "이준석 후보는 여험 발언이 너무 심한 후보여서,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씨는 "그럼에도 여성 인권과 주 4.5일제 공약 기준으로 뽑았다"고 덧붙였다.
20대 이아무개 씨는 "민주당에 판세가 너무 기운 것도 있고, 토론을 열심히 챙겨봤는데 이재명 후보와의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잘했다"며 "밀 수 있으면 이준석을 밀고 싶었지만 사표가 될 걸 알기에 2번을 찍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그러나 토론이 너무 공격만 난무했는데, 과거 노무현-이회창 후보 대선 토론을 유튜브에서 보니 너무 비교되더라"며 "정말 그들은 토론다운 토론을 했다. 그런 토론회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30대 서아무개 씨는 "얼마나 진실성이 있느냐를 봤다"고 말했다. "자기가 한 말이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를, 실현할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라며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걸 정치권에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투표소에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혁이 쉽진 않겠으나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 사회, 다음을 준비할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가 청년이라 청년 공약만 보고 뽑았다"고 말한 20대, "집안이 민주당 지지 집안이라 나도 민주당 후보를 뽑았다"는 청년, "이재명만 안 되면 된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거절한 20대 남성들도 만났다. "배달일 하다 와서 바빠요" 하며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던 청년도 있었다.
함께 투표소를 찾은 80대 부부는 "거짓말 안 하는 사람을 뽑았다. 2번을 뽑았다"며 "이준석은 예의, 예절이 없어서 노인들은 다 싫어한다"고 말했다. '내란 이후 바라는 세상'을 묻자, 80대 여성 A 씨는 "세금 줄이는 후보"라며 "세금을 너무 많이 내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2번을 찍었다는 40대 주민 박아무개 씨는 "조기 대선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지만, 투표를 안 할 순 없으니 왔다"며 "도장이랑 봉인함을 꼼꼼히 지켜봤다"고 말했다. 투표 종료 후 개표참관을 하러 간다는 그는 "사전투표는 뚜껑에만 봉인지를 붙여놔서 문제가 아니었느냐"며 "시민들이 왜 이런 걸 항상 염려하면서 투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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