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로 '야당'된 국민의힘, 앞날은?

대선 중부터 당권투쟁 예고…'성공 모델' 한나라당, '실패 모델' 자유한국당 중 어디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6.3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여론을 끝내 뒤집지 못했다. 패배한 국민의힘은 대대적인 내부 손질 과제를 안게 됐다.

12.3 이후 반 년간 '계엄 정당', '내란 옹호 정당' 꼬리표를 떼지 못한 국민의힘은 차기 전당대회 등 당권투쟁 과정을 거쳐 당 쇄신 작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대선 이후의 정치 국면에서 국민의힘의 영향력과 존재감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선 이후 국민의힘 앞에 놓인 과제는 차기 당 대표 선출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16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한동훈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한 뒤 줄곧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임시 지도체제로 운영돼왔다.

심지어 대선 기간에도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인사들의 물밑 신경전이 벌어진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누가 다음 당권을 잡느냐'는 당내 주요 관심사였다. 한 전 대표, 나경원 의원 등 대선 경선 탈락자들을 중심으로 '당권 신경전'이 거론됐고, 이들의 논쟁이 향후 당의 진로를 둘러싼 갈등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성사를 위해 친윤석열계 인사들이 '차기 당 대표 자리'를 제안했다는 논란 역시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대표가 김문수 대선후보에게 △계엄 방관과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당의 절연 △자유통일당 등 극단 세력과의 단절을 요구하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유보하거나, 이준석 후보와의 '당권 거래설'에 대해 친윤계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나 의원이 "내부 총질은 백해무익하다", "이재명의 트로이목마" 등 거센 비난으로 맞서는 풍경이 대선 국면 한가운데 펼쳐지기도 했다.

전당대회 시점은 '당 안정화를 위해'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거론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비대위는 민주적 정당성이 매우 약하다. 정치 집단에서 정당성을 찾는 건 당연한 얘기"라며 "전당대회는 '대선 2라운드'다. 혁신의 핵심 코어를 가지고 논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강제 단일화'를 밀어붙인 친윤계 지도부는 여전히 당내 다수·주류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의 참패로 인한 여론 압력은 이들에 도전하게 될 친한(親한동훈)계 등 비주류 세력의 등을 밀어줄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로 새 리더십을 선출한 이후, 다음의 과제는 정당으로서 수권 능력 복원이다. 대선 득표 결과 '영남당'에 머무른 것은 향후 국민의힘에 확장성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대선으로 심판을 받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극우세력과의 절연이 필수적이다. 대선 기간에도 극우 밀착 행보를 보인 윤상현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되고, 전광훈 목사 등과의 연결고리를 단호히 끊어내지 못한 모습은 이 과제가 쉽지 않을 것임을 전망케 한다.

대선 막판 불거진 극우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조작 파문과 김 후보 연루 논란에 대해 나온 당의 공식 입장이 "극우단체 사람들과 김 후보가 아니까 문제가 있다는 프레임으로 자꾸 뒤집어씌우는데, 국민의힘은 이승만·박정희 좋아한다"(신동욱 수석대변인)라는 것은 이를 방증하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2002년 대선 패배 후 한나라당은 '쇄신' 성공, 2017년 대선 후 자유한국당은

당 쇄신의 성패는 변화한 여론 지형에 맞춰 국민의힘의 정치적 지향점을 재설정하고, 기득권 해소 등 유권자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 작업이 가능한가에 달렸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단순히 당명 개정 같은 '겉핥기식' 환복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부적인 정풍 운동이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당의 새로운 방향성을 잡아나가야 한다. 국민의힘이 지금껏 이야기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자유민주적 민주주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과거 군사정권 때 여당이 한 역할에서 단호히 벗어나야 한다. 국가 안보, 국익 중심의 경제 발전 등 정책 운용, 새로운 자유주의 가치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극으로 치달아 버린 지금 상황을 극복하지 않으면 집권은 거의 불가능하다. 필연적으로 새로운 슬로건, 국민에게 내세울 가치를 담은 지향점을 (국민의힘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수 유권자가 윤석열 정부에 의문을 품었던 지점은, 이 정부가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 구호도 "이재명은 안 된다" 였는데, '이재명 반대' 외에 국민의힘이 정당으로서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 원로들로부터 많이 나왔다.

다만 '이재명 반대'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동안 국민의힘을 얽어맬 관성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지금 당내에 혁신 세력이 만들어져 있지도 않고 오히려 극우적 성향만이 더 보이고 있다"며 "대선 때문에 윤 전 대통령과 한시적으로 거리를 뒀다고 하더라도 '대정부·반정부 강경 노선'으로 다시 갈 공산이 크다"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당내 자체 혁신을 하며 정치를 정상화하는 길이 가장 좋은데, 그 가능성은 상당히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반사이익에만 매몰된 '반대 정치'는 당장에는 일정한 지지세를 확보하는 손쉬운 방안이 되겠지만, 결국 쇄신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게 하고 그사이 유권자들의 평가는 더욱 냉정해지게 될 위험성이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민의힘은 지난 2002년 한나라당 시절 16대 대선에서 패배한 뒤 당 총재직을 폐지하고 최고위원회의라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며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등의 내부 쇄신을 통해 2007년 17대 대선에서 승기를 잡았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 이후에는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은 바꿨지만 홍준표-황교안 대표 체제를 거치는 동안 당 쇄신에 실패했고, 선거에서 잇달아 참패하며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희석됐던 경험도 있다.

▲3일 밤 대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국민의힘 개표상황실. 참석했던 선대위 지도부 인사들과 현역의원 등이 다수 자리를 비운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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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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