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대선을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 전신 정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들이 일제히 공개 행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에 대한 직접적 지지 발언은 하지 않았으나, 공개 행보에 나선 것 자체가 김 후보에 대한 측면 지원으로 풀이됐다. 다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정치권 내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일 청계천 준공 20주년을 맞아 측근 인사들과 함계 '청계천 걷기'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금은 나라가 어려운 때"라며 "이럴 때일수록 정치가 안정돼 나라 살림을 정말 제대로 (해야) 산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내일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이 시대에 정말 정직한, 서민의 어려움을 알고 노동자의 어려움을 알고 중소 상인들, 특히 노점 하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아는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에 대해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KTX를 놓고 공단, 전자단지 이런 것을 열심히 정부 정책에 맞춰서 했다"고 자신이 재임 시절 손발을 맞춘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4대강 재자연화'를 제시한 것을 두고는 "과거부터 반대하던 시민단체 사람들의 요청으로 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 이어 이날에는 부산·울산·진주를 잇달아 찾았다. 통신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특히 부산 범어사를 찾아 주지스님과 가진 차담에서 현 대선 정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우리 서로 이심전심으로 통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 직무대행인 정동만 의원이 전했다.
정 의원은 다만 "대선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며 "덕담과 격려, 감사라는 정치적 메시지가 오갔다"고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범어사는 10여년 박 전 대통령이 전 이곳을 찾았을 때의 모습을 담은 사진 수십 장을 선물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울산 방문에서는 울산공업센터기공식 기념관을 방문해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모습이 담긴 영상을 관람하고 "아버지께서 수십 번을 여기(울산) 오셨다는 설명을 들었다. 울산 땅에 아버지 발자국도 어마어마하게 남아있다"고 했다고 <뉴시스>가 울산 현지발로 전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이 김 후보 지지를 위해 울산에 방문한 것이냐고 묻자 "네"라고 답하고는 "국민 여러분께서 '어떡해야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시면서 현명하게 투표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내일이 투표 날이고 해서…"라고 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여야는 두 전직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의 역할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많이 양분화돼 있는데 전직 대통령께서는 국민을 통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께서 연말부터 탄핵 찬성이니 반대니 나뉘어서 많은 갈등과 고통이 있었다. 이제는 탄핵의 강을 넘어야 된다. 탄핵에 찬성하신 분도 반대하신 분도 각자의 진정성, 애국심으로 판단하셨을 거라 생각한다"며 "전직 대통령께서 탄핵의 강을 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국민 통합에 역할을 해주시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박경미 선대위 대변안 논평에서 "부정비리 혐의로 투옥됐던 이 전 대통령, 국정농단으로 탄핵됐던 박 전 대통령, 내란으로 탄핵된 윤석열까지 국민의힘에 모여드는 오합지졸들의 면면이 참혹하기 짝이 없다"며 "보수 빅텐트를 꾸리겠다더니 '부패·국정농단·내란 빅텐트'로 귀결됐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히려 민주당으로 역결집이 일어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고, 박수현 의원도 같은날 YTN 라디오에 나와 "박 전 대통령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박 전 대통령이 서문시장에 나오시지 않더라도 김 후보 지지하실 확률이 높은 것 아니냐"며 "탄핵으로 퇴진한 전직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은 과거로 퇴행하는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 전 대통령 역시 뇌물·부패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인데 특정 후보 선거운동하듯 다니시는 게 맞겠나. 부끄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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