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시민사회도 "여성·노동자 비하한 유시민·김어준 사과하라"

김어준, '설난영 제정신 아냐' 비판 해명 없이 방송 진행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를 "혼인을 통해 고양됐다", "제정신 아니다"라며 비하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발언을 방조한 방송인 김어준 씨를 향한 여성계와 노동계의 비판이 거세다. 두 사람은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과 없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9일 논평을 내고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멸시와 비하가 웃음거리인가"라며 "유시민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는 통렬히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유 전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타 후보의 배우자를 비방한 설 씨를 향해 "김문수 씨가 대학생 출신 노동자로서 찐 노동자(설난영)하고 혼인했다", "그런 남자(김문수)와의 혼인을 통해 내가 좀 더 고양됐고", "원래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온 것", "유력정당의 대통령 후보라는 자리가, 설난영 씨의 인생에서는 거기에 갈 수 없는 자리"라며 "제정신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여성의전화는 이를 두고 "'찐 노동자'인 여성은 대학생 출신 노동자 남성에 의해 고양되는 수동적 존재인가. 그것이 대단한 지위인지는 모르겠으나, 노동자는 '유력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가 될 수 없는 존재인가"라며 "기혼 여성의 지위와 주관은 남편에 의해 결정되는 부속품에 불과한가.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멸시와 학력에 대한 비하가 진행자, 출연자, 방청객의 우스갯거리로 소비된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는 광장에서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표현을 쓰지 않고도 비판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음을 배웠다"며 "유시민 씨는 무슨 특권을 가졌기에 공론장의 약속을 저버리고도 박수받으며 발언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진행자와 제작자는 무슨 특권을 가졌기에 이를 제지하지도 편집하지도 않고 유포하는가"라며 "광장의 여성과 노동자들이 만든 이번 대선에 그런 구태는 용인될 수 없다. 통렬히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했다.

양대노총도 한목소리로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을 규탄했다. 한국노총은 30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자리가 무겁고 높은 자리인 건 맞지만, 그것이 곧 전자부품회사 노조위원장 출신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라고 판단하는 것도 편협한 비하 발언"이라며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을 고졸 출신 대통령이라고 조롱했던 그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꾸짖었다.

또한 한국노총은 "유시민 씨의 해당 발언은 설난영 씨 외에도 그 시절 공부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또는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모든 이들에게 깊은 상처가 되는 말"이라며 "여성의 희생이 당연시되던 성차별이 극심했던 시기, 힘든 환경에서도 스스로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 온 수많은 여성들의 분투를 폄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별, 직업, 학력에 따라 신분과 개인의 격이 정해진다는 전제를 포함한 이 발언은 광범위한 여성, 노동자, 시민에 대한 비하 발언"이라며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을 지적했다.

이들은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은 저학력 노동자인 '찐 노동자'는 좋은 학벌, 고학력을 갖춘 노동자과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수준이 낮다는 판단을 전제한다. 또한 여성은 혼인을 통해 상대 남편의 지위에 귀속되는, 여성을 남성에 부속되는 여남 관계라는 관점도 기저에 존재한다"며 "유 전 이사장은 설난영 씨를 비판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으나, 실제로는 여성, 노동자, 학력에 대한 스스로의 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 전 이사장과 차별을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는 시청자와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방송 중 해당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권수정 민주노총 여성위원장도 X(옛 트위터)를 통해 "80년대 학생운동 했다가 권력에 가까이 간 남자들의 천박한 엘리트 의식, 여성으로서 노동자로서 유시민의 이 말이 이준석의 성폭력 만큼 모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은 날때부터 평등하다는 근대의 이념을 부정하면서 똑똑한 척 나대는 꼴 좀 그만 보자"며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정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들 또한 유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영상에는 "맥락과 별개로 설난영 씨의 발언은 잘못됐다. 사과하시라", "그 시대에 노동조합 위원장을 한 설 씨를 저런 식으로 비하하면 여성과 노동자를 모두 비하한 것과 같다" "영상 편집하고 사과하라" 등의 댓글이 연달아 달렸다.

여성계와 노동계, 시민들의 비판에도 유 전 이사장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제작진은 해당 발언에 대해 해명하거나 편집하는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이 설 씨를 비하할 목적으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추켜세울 때 "더군다나 유시민을 이기고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가 됐다)"라며 발언을 부추긴 김어준 씨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씨는 30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을 3시간가량 진행하며 사전투표와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성폭력 발언 언급 등 대선 국면을 다뤘을 뿐 유 전 이사장 발언과 관련한 논란은 언급하지 않았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8일 '김어준의 뉴스뵈이다'에 출연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설난영 씨를 언급하고 있다.ⓒ김어준의 뉴스뵈이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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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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