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내린 법정 제재가 법원에 의해 또 무력화됐다. 재판부는 선거방송심의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재량권을 남용해 과도한 징계를 내렸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이주영)는 지난 29일 MBC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징계 주체는 선방위지만, 행정 주체는 방통위므로 소송 주체는 방통위가 된다.
22대 총선 선방위는 지난해 1월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의 2023년 12월 13일 자 방송에 대해 법정 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해당 선방위는 류희림 방송통심심의위원장 주도로 구성됐다.
선방위가 제재 조치를 내린 당시 방송에서 패널로 출연한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총선 결과 전망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1당이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서 "극히 친민주당 성향의 인사들을 마치 중립적인 정치평론가처럼 포장시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선방위에 엄정 심의 및 강력 제재를 촉구했다.
선방심의위에서 MBC는 "진행자의 질문 의도와도 맞지 않았다. 돌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송구하다"고 했지만, 심의위원들은 9인 중 5인의 의견으로 법정 제재를 결정했다. 법정제재는 방통위 재허가 심사 감점 사항으로 중징계다.
재판부는 그러나 해당 방송이 선방위 심의 대상인 선거 방송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8조에 따라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기타사항에 관하여 보도·논평을 하는 경우와 정당의 대표자나 후보자 또는 그의 대리인을 참여하게 하여 대담을 하거나 토론을 행하고 이를 방송·보도하는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선거방송심의제도는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나, 한편으로 악용될 경우 방송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어느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송을 하도록 유도하여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된 채 선거에 반영되게 함으로써 국민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대의민주주의의 실질적 작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엄격히 해석함이 타당하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방송이 선거방송으로서 선방위의 심의 대상 및 선거방송 심의규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는 잘못된 전제에 서 있을뿐더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도 있으므로 위법하다"고 했다.
한편, 류 위원장은 사표 수리가 지연되면서 병가를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심위 규정에 따라 업무 외 병가는 60일 이내로 사용할 수 있다. 류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지만 현재까지 인사혁신처의 재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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