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문제를 소재로 한 문화방송(MBC) 드라마가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해당 방송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이 동물권행동 단체 카라 대표를 지내던 시절 노동조합 혐오를 드러내고 직원들의 노동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카라 노동자들은 "노조법 위반으로 수사 대상이 된 임 감독이 노동의 의미를, 노조의 이야기를 드라마 소재로 연출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카라지회는 29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에서 방영 예정인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은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노무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보기 드문 드라마로 주목받고 있다. 이 드라마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어야 했다. 그러나 카라 노조에는 오히려 참담한 현실을 되새기게 하는 이름일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카라지회는 "카라의 활동가들이 조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회복하며 동물과 동료를 지키고자 민주노총에 가입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카라의 현 대표 전진경과 이사회는 일관되게 노조를 혐오하고 탄압하고 있다"며 "특히 전 대표이며 이사로 재직했던 임 감독은 '노동조합 결성 소식을 들은 오늘이 가장 실망스러운 날'이라며 단체 메신저에서 가장 먼저 노조 혐오 정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임 감독이 개인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민주노총 혐오를 표현하거나 노조 핵심 간부에 대한 부당 징계 결정에 징계위원으로서 적극적으로 함께하면서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고, 조직 내부에 노조 혐오 정서를 키우는 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해 왔다"고 보고 있다.
임 감독은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카라 대표를, 지난해까지는 이사를 역임했다. 노조에 따르면, 임 감독이 대표직을 그만두고 지난 2021년 2월 전진경 현 대표가 취임한 이후 초단기 계약직이 급증했으며, 지난 2023년 11월 노조가 설립되기 전까지 3년간 40명이 퇴사했다. 전 대표 또한 조합원 색출 등 노조 와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카라지회 김나연 씨는 "정직 3개월의 부당징계가 결정된 인사위원회의 인사위원장은 임순례 감독이었다"며 "인사위원회 자리는 노동자로서 소명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임 감독에게 혼나면서 퇴사를 압박받는 자리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카라지회 최민경 사무장은 "임 감독의 이사 재직 기간에 1개월 단기계약직 근로자가 늘어나고, 계약 종료일까지도 계약 연장 여부를 알려주지 않아 전전긍긍하며 근무했던 활동가들이 많다"며 "후원회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셀프로 대표 연임을 결정하고, 부당징계와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는 그 모든 과정에 임 감독은 사측으로서 함께했다"고 성토했다.
카라지회는 임 감독은 노동 문제 드라마를 연출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라지회는 "국가기관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된 비영리 시민단체를 오랜 기간 책임져 왔고, 현재 수사 대상이 된 임 감독이 노동의 의미를, 노조의 이야기를 드라마 소재로 연출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임 감독과 MBC에 묻는다. 그리고 <노무진>에게 외친다. "현실의 노동자 이야기에, 카라 노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카라지회는 부당 노동 행위 등에 대해 현재 사측과 법적 대응 중이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 카라 사측의 부당징계를, 중앙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카라에 부당 노동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회는 지난 3월 임 감독 등 조직 운영 책임자 3명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