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투자? 모두 의대 몰려가는데 'AI 3대 강국' 될 수 있나"

[강상구 시사콕] 강정수 블루닷 AI 연구센터장

"AI(인공지능) 주권은 중요하죠. AI 기술이 독점적인 경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독립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내년에 독립 꼭 안 해도 됩니다.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키울지 고민을 해야 됩니다. 이번 대선은 내란이라고 하는 특별한 상황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모든 후보가 대선 공약을 오랫동안 준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판을 짜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이 해야 될 일과 국가가 해야 될 일을 구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최근 무료 지브리 스타일 사진 변환으로 챗GPT 이용자가 급증해 8억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세계 인구의 10% 이상이 생성형 인공지능(AI)를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22년 말 오픈AI의 생성형 AI 서비스 시작 이후 2년 6개월, AI 기술의 발전은 너무 빨라 불과 한두달 전의 뉴스가 구문이 되는 세상이다.

작년 12.3 내란으로 예정보다 2년 앞당겨 치뤄지는 이번 6.3 대선에서 AI는 모든 후보가 중요하게 제시한 정책 공약이다.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제1호' 공약이기도 하다. 강정수 블루닷 AI연구센터장은 28일 프레시안tv <강상구 시사콕>과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가질 수밖에 없었던 시간적 한계를 지적하면서 차기 정부는 조급함을 버리고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는 기술만이 아니라 정보, 지식, 일자리, 민주주의 등 사회적 구조와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지역 국립대 공대 지원 방안 등 검토해야"

강 센터장은 특히 AI 개발이 높은 고정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독과점 구조로 가는 경향성이 높다면서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과점으로 가면 경쟁이 축소되면서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야할 이익을 뺏어가는 것이 문제인데, 이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접근을 합니다. 중국은 알리바바, 답시크, 샤오미, 바이두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었는데, 정부에서 경쟁을 중단시키고 5개 기업을 선정합니다. 여기만 AI 개발에 몰두해라, 국가도 지원을 해주겠다, 대신 조건이 있다, 오픈 소스로 풀어라. 그래서 이후 알리바바 오픈소스의 라이선스가 점점 좋아집니다. 이전에는 알리바바 라이선스라고 하면 알리바바가 정한 규칙대로만 해야 돼서 진정한 의미의 오픈 소스가 아니었습니다. 근데 이걸 다 풀었습니다. AI 기술 개발에 국가 예산이 들어가고 이걸 어떻게 사회적 가치로 확산시킬 것인가 문제에 오픈 소스 전략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강 센터장은 차기 정부가 긴 호흡으로 접근할 수 있는 AI 정책 중 하나로 지역 국립대 공과대학 지원을 제안했다.

"'AI 세계 3위 국가'가 되겠다고 후보들이 얘기하지만 어떻게 당장 3위 국가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중장기적 전략, 인재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다들 의대, 법대만 가려고 하는 인재 쏠림 현상을 보이는데 최소한 공과대학도 가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아닐까요. 대학교수, 학생들이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가지고 놀면서 AI를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서울대, 카이스트 등을 떠올리는데, 저는 지역에 있는 국립대가 먼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남대나 부산대나 이런 곳에 먼저 준다면 학생들이 갈 거고, 졸업하면 취업도 잘 되고, 창업도 많이 할 겁니다. 부산은 울산·창원, 전남은 광양 등과 산학협력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역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AI와 일자리

"우리가 일자리를 바라볼 때는 자꾸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도 대학에서 수업을 하거나 외부 강의를 하면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지난해 헐리우드 파업을 예로 들면서 AI를 잘 다루는 스튜디오에 의해 그렇지 못한 스튜디오가 대체될 것이다, 이렇게 답했어요.

저도 요즘 많이 반성하는데, 이는 AI와 일자리를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는 겁니다. 개인의 근심으로 놔두는 건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특정 산업군, 기업이 통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마부라는 직업이 통으로 사라지는 것처럼요. 그래서 일자리 문제는 국가가 공공영역에서 고민할 것이지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면 답이 없습니다."

AI와 민주주의

"정보와 지식은 항상 권력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AI는 지식의 민주화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정치에서는 AI로 딥페이크 홍보물을 만드는 비용이 압도적으로 줄어드니까 선거를 포함해 정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큰 건 사실입니다. '딥페이크 방지법' 등을 통한 규제도 존재하구요.

작년에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24개 국가에서 주요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글라데시 하나를 제외하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범죄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방글라데시는 정권 차원에서 딥페이크 범죄를 저질렀고, 많은 학자들이 이 정권은 딥페이크가 아니더라도 부정선거를 했을 거라고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악용된 사례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아직 AI가 민주주의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AI 기술이 진화된다면,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관찰하고 문제제기하고 그러는 건 대단히 중요하지만, 현 시점에서 AI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학술적인 연구 결과나 드러나 실제 사례는 없습니다."

더 자세한 인터뷰는 <강상구 시사콕>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zgPDlYe3Wg&t=217s)

▲'강상구 시사콕'에 출연한 강정수 블루닷 AI 연구센터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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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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