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승객 175명 전원이 사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날이다. 사고 이후 불과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사고는 이미 우리 기억 속에서 잊힌 지 오래다. 과연 참사의 원인이 어디까지 확인되었고, 참사를 계기로 이후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앞으로 이러한 재난적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변화가 있었을까? 변화의 내용을 살펴보기 이전, 과연 이 공항이 우리나라에 필요했는가, 과연 앞으로는 이런 재앙을 막을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 질문을 먼저 던져보자.
무안공항의 건설을 위해 제시된 타당성은 과연 객관적이었을까? 제시되었던 내용을 되짚어보자. 다른 거의 모든 대규모 토건사업과 마찬가지로, 공항 건설을 관철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사실 허상의) 청사진이 난무했다. 무안에 국제공항이 건설되면 이 지역에 각종 일자리 창출은 물론, 관광, 물류, 유통 등 다양한 산업의 발전이 가능한 것처럼 홍보했다. 공항 건설사업 타당성의 핵심인 공항 이용객은 연간 900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 홍보했다. 공항이 건설되고, 이용객은 예측과 부합했을까? 당연히 그럴 리 없다. 2023년 이용객은 겨우 23만여 명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수요예측은 무려 40배 가까이 뻥튀기된 것이었다. 이용객이 없어 2023년 한 해 매출액은 단 50억 원밖에 되지 않았고 무려 25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장밋빛 예측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활주로 이용률 1.1%에 불과한 황량한 공항이 무안공항의 진짜 모습이었다.
지역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조성되는 대규모 토건사업은 언제나 이러한 결론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이런 공익을 극단적으로 해치는 사업이 난무하는 것일까?
으레 지역에 대규모 토건사업을 하려 치면, 지역에서는 국토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마련한 각종 합리적 제도의 면제를 요구한다.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경제성과 더불어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및 기술성에 대한 평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예비타당성조사의 면제가 대표적이다. 겉으로는 엄청난 효과를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타당성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에, 이 조사의 면제가 대형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이 되어버렸다. 가덕도 신공항도 예외가 아니다. 무려 13조 7천억 원의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타당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는커녕 면제했다. 역사상 예비타당성 면제사업 중에서 가장 큰 사업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대로 가덕도신공항 경제성은 투자금액의 50%를 허공으로 날리는 사업일 뿐이다.
원금의 절반이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이 공항의 경제효과 홍보 또한 무안공항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대비 효과가 크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 어떠한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공항건설을 찬성하는 이들은 동남권의 인구규모와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무안공항과 어떻게 비교가 되냐고 흥분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높은 경제성과 부가가치 창출의 효과가 높다면 왜 타당성을 면제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두겠는가? 더욱 철저하게 타당성을 검증하여 사업이 필요함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특혜가 내려지는 사업에 대해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리도 만무하다. 대규모 토건사업의 수주를 통해 회사 매출을 끌어올릴 절호의 찬스를 맞은 현대건설은 시작도 전에 사업을 아예 포기했다. 사업을 진행하다가 나중에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설계변경 및 예산증액을 요청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것조차 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침체일로를 걷는 현 상황에 건설사가 이런 거대한 사업을 포기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이 사업 자체가 중간에 조정되지 못할 만큼의 대단한 오류가 있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가덕도 신공항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을 검토하지 않은 데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세계적으로 건설사례 자체가 없는, 태풍에 의한 파도와 강력한 해류의 흐름를 온전히 맞아야만 하는, 외해에 건설되는 유일무이한 공항사업이다. 외해에 건설하는 공항이라는 것만으로도 안전성 확보는 이미 포기한 것과 같다. 현대건설의 사업 포기는 이 안전성과 관련된 부분이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안전성의 문제는 외해라는 물리적 여건뿐만 아니라, 생태적 여건에서도 두드러진다. 무안공항의 참사 원인은 조류충돌로 발생했다. 그런데 가덕도신공항의 조류충돌 위험도는 무안공항의 무려 250배, 많게는 350배 이상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야생조류 종의 구성이다. 일반적으로 비행기와 많이 부딪히는 조류는 크기가 작은 산새류이다. 조류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더라도 일반적으로 큰 피해를 입지않는 이유이다. 그런데, 맹금류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무게가 무겁고 먹이를 잡기 위해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맹금류와의 충돌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부딪혔을 때 입는 위험성은 매우 높아지게 된다. 아울러, 다른 이동철새들에 비해 비행하는 시간이 매우 길다. 그만큼 충돌 위험성이 높고 한번 충돌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서는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맹금류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개 지역에 대해 겨울철 야생조류 동시조사를 매년 진행하는데, 낙동강하구는 언제나 독수리를 제외한(먹이를 먹는 패턴이 다른 맹금류와는 다르고, 먹이터를 조성하여 먹이를 주는 특정 지역에 집중하여 월동하기 때문) 21종의 맹금류 출현개체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는 곳이다. 월동하는 맹금류가 가장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낙동강 하구는 지리적 여건에 의해 일본으로 이동하는 이동 맹금류가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월동하는 새들보다 훨씬 많은 개체가 이동을 위해 머무른다. 그러나, 이동시기 이 지역에 대한 이동야생조류, 특히 안전성 검토 측면에서 맹금류에 대한 정밀한 조사는 이루어진바 없다.
정부가 안전성을 무시한 채, 타당성의 면제라는 이름을 바탕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려 할 때 민간에서 이동철새현황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나일무어스 박사가 이끄는 가덕도 생태조사단에 의한 공항이 예정된 지역에서 2021년과 2022년, 이동철새가 잠시 머무르는 봄철과 가을철에 단 40시간 남짓의 짧은 조사였다. 몇 회의 짧은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에서 관찰된 맹금류는 무려 2,610마리나 되었다. 언뜻 작아보이겠지만, 이 숫자가 얼마나 많은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우리나라에서 월동 야생조류가 가장 많이 찾아오는 200개 핵심 서식처지역에 대해 매년 겨울 2회에 걸쳐 야생조류 동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국에 찾아오는 월동야생조류의 현황 및 변화패턴을 살펴보기 위한 국가적 조사이다.
최근 자료인 2023년 동시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독수리를 제외하고 200개 지역에서 관찰된 모든 맹금류가 2,236개체였다(200개 지역에 대해 각 2회씩의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2회 조사결과 중 많이 관찰된 조사의 개체수를 모두 합한 것이다). 짧은 조사에서 기록된, 가덕도를 이용하는 이동 맹금류의 숫자는 우리나라 전체 월동맹금류보다도 약 300마리나 많았던 것이다. 결국, 전국의 그 어떠한 지역보다 조류충돌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심각한 지역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이동 맹금류의 정밀조사를 진행한다면 위험성은 더욱 급등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덕도 일대가 일본으로의 이동을 위한 맹금류의 핵심 중간기착지로 이용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본으로 가는 가장 짧은 노선이면서 장거리 비행을 위해 필요한 상승기류를 이용할 수 있는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맹금류가 장거리 이동을 위해 상승기류를 이용하는 방식은 매우 정교하고 자연조건에 최적화되어 있는데,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열 상승기류를 이용하는 것인데, 강한 햇볕에 지면이 가열되어 발생하는 더운 공기의 열기둥의 이용이다. 맹금류는 이 열기둥 안에서 원을 그리며 상승한다. 둘째는 지형을 따라 흐르는 바람을 이용하는 것인데, 바람이 불며 경사가 급한 산이나 절벽을 만났을 때 위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때 새들이 바람을 따라 위로 솟구치는 것이다. 가덕도는 일본으로의 이동을 위해, 혹은 일본에서 날아와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먼 북쪽으로 날아가기 위해 상승기류를 탈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일본에서 월동하는 수많은 맹금류의 다수가 이곳 가덕도를 이용하는 이유이다.
문제는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상승기류는 현재보다도 더욱 발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첫째, 열에 의한 상승기류는 대규모로 건설된 평지의 활주로가 주변 바다와 산림에 둘러싸여 뜨겁게 달궈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운 공기의 상승은 더욱 강하게 일어나게 된다. 둘째, 지형에 의한 상승기류는 국수봉이 사라지고 연대봉만 남겨질 경우 급경사 지형이 더욱 도드라지게 되어 상승기류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가덕도신공항은 외해라는 물리적 구조에 의한 안전성 및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조류충돌이라는 생태적 위험성을 더욱 커지게 만드는 공사인 것이다. 그럼에도 환경영향평가는 이런 부분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객관성과 과학성을 담보해야만 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정치적 결정인 특별법에 의해 무력화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업은 정치적 결정이 만들어낸 최악의 안전불감증 토건사업계획이 된 것이다.
'다이나믹 코리아'. 이만큼 더 우리나라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싶다.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미래를 향해 새롭게 나아간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언뜻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으나, 잘못된 과오를 고치지 않고 금세 잊으며, 반복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조류충돌에 의해 발생한, 채 반년밖에 되지 않은 무안공항의 참사는 이미 까맣게 잊혀졌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른 사업성 없는 공항건설을 위해 국민의 안전은 뒤로한 채 빠른 착공만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 사회, 기억의 무게가 한없이 가볍게 치부되는 시대다. 이제는 그 기억의 무게를 온전히 안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어떤 형태로건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그 거대한 위험성은 늘 상존한다. 낮은 경제성, 그리고 검토조차 되지 않은 타당성과 안전성만으로도 신공항은 백지화되어야만 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정치적 논리만으로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는, 기억하지 않는 정부가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