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개월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임금이 체불되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공공 부문 역할을 회피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결과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9일 기존 통상임금 판단 요건 중 고정성 요건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통상임금에 명절휴가비가 포함되도록 변경되었고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 연장근로수당 등은 인상되어야 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는 고용형태의 차이가 있으나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사회복지시설 기준 봉급의 60%씩 연2회 명절휴가비를 지급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통상임금 산입 범위에 명절휴가비가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4개월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방법이 없으니 우선 기존 인건비 지침을 따르라', '기다려달라'는 불확실성 답변만을 반복했다. 고용노동부가 개정된 지침을 내놨지만 여전히 사회복지시설의 종사자들은 명절 휴가비 등이 통상임금에 산입되지 않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임에도 믿고 기다린 4개월간의 결과는 곧 '4개월의 임금체불'이었다. 일부 지자체는 지침을 변경했지만 예산 증액 없이 형식적으로 통상임금을 산입한 가이드라인만을 지침에 삽입했다. 그 결과 다른 사업비 예산은 삭감됐다.
추가예산 편성 없이 지침만 수정되어 사회복지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며칠 전 '통상임금 변경사항 안내' 공문을 받았다. 통상임금 변경 산정식에 명절휴가비가 포함되었다는 안내였다. 정부나 지자체가 통상임금에 명절휴가비를 포함하여 적용키로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25년 기존 예산편성 범위 내에서 적용'이라는 문구는, 곧 '사회복지시설 이용인'에 대한 예산 삭감과 '종사자'의 기존 시간외근로수당 등의 처우가 위협받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
이에 지난달 18일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회복지지부와 한국사회복지연대가 나서 '명절 휴가비 통상임금 불포함 임금체불 해결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단 일주일 만에 4000여 명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참여하여 5월 6일 기준 총 4706명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가 성명에 연대했다.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사회복지 현장의 분노와 절박함이 담긴 숫자이다.
현장에서 일한 지 8년이 되어가는 지금, 사회복지 현장의 처우개선이 유독 더디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번 통상임금 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다.
사회복지 현장도 지금보다 더욱 목소리 내야 한다. 현장에서 '통상임금이 적용돼도 어차피 적은 금액이니 나중에 한 번에 산정하면 되지 않느냐', '복지사는 돈 보고 하는게 아니라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기다리면 내년에는 해결될 거다'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결과, 현장은 바뀌지 못했다. 사회복지 현장 종사자는 매번 참고 기다렸다. 참고 기다리다 현장을 떠나거나 열악한 노동조건을 버티고 있는 종사자들만 남았다.
사명감도 최소한의 기본이 지켜져야 생길 수 있다. 대법원과 고용노동부 지침마저 지켜지지 않는 이러한 현실과 열악한 상황이 하나둘 쌓여 현장을 떠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동료들이 더 이상 떠나가지 않길 바란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복지시설에 체불된 임금을 '내년부터 지급하겠다'고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복지 사업비 예산을 깎아 종사자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멈추고, 시간외 수당 등을 줄이는 등 지금도 열악한 사회복지 종사자의 처우를 깎아 대체제로 보완하지 않길 바란다.
종사자들이 복지 현장에서 걱정 없이 종사할 수 있도록 신뢰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종사자의 노동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선언과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길 바란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지속 가능성은 사명감이 아닌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노동을 개선하는 데 있다는 것을 인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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