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공들인 우크라 재건, 한국 참여 어렵다…돈바스 재건이 오히려 국익에 도움 돼

[토론회]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 -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외교·안보 정책 정립을 위한 제언

한 달 뒤에 탄생할 새 정부가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재건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인도적 차원이 아닌 포괄적 국익을 생각한다면 이 지역의 재건 참여가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실, (사)외교광장, 의원연구단체 국회 외평포럼 주관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외교·안보 정책 정립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새 정부의 대러시아 관계 개선에 대해 발표한 이문영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지금 우크라이나에는 자금이 없다. 그래서 미국도 (무기 지원 대가로) 광물을 가져간다고 하지 않나"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건은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추진하고, 수익을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돈바스로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지역에서 한국이 재건사업을 벌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독일이나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로부터 100만 명 넘게 난민을 받아줬다"며 이러한 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한국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또 "이 지역(돈바스)에는 북한 노동자가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여기에 우리 건설 기업이 들어간다면 해당 지역에서 남북 간 협력도 이뤄질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재건 참여가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021년 러시아 자동차 산업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22.5%로 러시아산 자동차인 라다(Lada)의 점유율 21.1%보다 높았고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 차 수입을 기다리고 있다는 러시아 내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새 정부가 "러시아 내 한국 기업을 보호하고 러시아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우리 기업이 아직 러시아에 85% 정도 남아 있다"며 "현대자동차는 5000억 원 넘게 들여 세운 공장을 헐값에 팔고 나왔는데 다시 매입할 수 있는 기한이 올해 12월까지다. 이때까지 사지 않으면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단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러시아 패싱' 외교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주도하는 강대국 정치가 부활했고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외교를 통해 북러 간 군사적 밀착을 차단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해 안보 측면에서도 러시아 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러시아와 관계를 방기하지 않았더라면 북러 간 밀착의 속도와 수위 등은 우리와 러시아 간 관계로 조정할 수 있었다"며 미국과 일본만 바라본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외교의 기회비용을 평가하기도 했다.

▲ 지난 2023년 7월 15일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대중국 관계에 대해 발표한 김희교 광운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와 관련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가운데 단순히 이전처럼 북한의 경제적 지원 등으로 다시 협력하기는 불가능하다"라며 "브릭스(BRICS), SCO(상하이협력기구)등 비동맹기구에 (남북) 동시 가입을 추진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 기구가 유엔을 대체하면서 세력범위를 넓히고 있고 세계적 영향력 확대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 중국이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미국의 동맹국에 대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등의 제재를 할 수도 있다"며 새로운 정부가 중국의 강경한 태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미국편도 아니고 중국편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정부는 '중심외교'를 펼쳐야 하는데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처럼 우리가 절대 양보하지 못하는 '핵심 국익'을 중심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집중시켜야 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의제에 대해 전략적 명확성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미국과 협상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미관계에 대해 발표한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트럼프 정부와 협상은 천천히,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당당한 자세로 해야 하는데 한덕수 전 총리는 빠르게, 다른 국가와 상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미국에 맞서지 않고 비굴하게 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한 전 총리 측이 정식 계약은 아니더라도 조선과 LNG 협력을 약속하고 관세 인하를 받는 식의 양해각서(MOU) 등을 써준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며 만약 이러한 행태를 보였다며 이는 다음 정부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이전 정부와 약속을 지키라며 다음 정부에 청구서를 들이 밀었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하면 미국은 '반미 프레임'을 들고 나올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흔들린다고 주장하고 보수 진영에서도 정부 흔들기에 나설 것이다. 다음 정부가 매우 어려운 협상 지위에 처하게 되는 셈인데, 그럼에도 버텨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일본과 미국의 관세에 대해 함께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한일 간에는 쌓여있는 과거사 문제가 있어 공조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이날 대일관계를 발표한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는 기존에 나왔던 한일 공동선언을 재확인하고 1965년 한일 기본조약에서 문제됐던 사안들을 정리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1998년 한일공동선언과 간 나오토 담화를 미래로 가는 통로로 활용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과제는 강제동원 배상과 일본군'위안부' 합의, 북일수교 등이 있는데 이를 위한 마중물로 유해 송환과 몽유도원도 반환, 일본 대중문화 개방완료"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기본조약에서 제2조 역사화해의 문제와 제3조 평화의 문제 등에서 양국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이를 통일하기 위한 대일 외교를 전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 신한일공동선언 채택으로 나아가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실, (사)외교광장, 의원연구단체 국회 외평포럼 주관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외교·안보 정책 정립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프레시안(이재호)

이날 세미나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이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가졌다. 이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경기도지사 시절 평화부지사로 재직한 바 있다.

그는 평화부지사로 부임한 뒤에 북한에 코로나 진단 키트를 제공하고 연천 비무장지대(DMZ) 안에 평화 농장을 건설하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 콩 농장을 지었던 경험 등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후보가 남북 협력과 관련한 진정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새 정부가 우선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9.19 군사합의를 복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대북방송을 중단하며 남북 간 핫라인을 복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방역 협력, 재난 대응 및 기후 변화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실질적 대화 창구를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일본에 대한 편향 외교를 극복하고 중국 등 주변국과 관계 개선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방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국방장관의 문민화가 국방력 강화의 시작이라면서 군인 출신이 아닌 인물이 국방부 장관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로버트 맥나마라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실, (사)외교광장, 의원연구단체 국회 외평포럼 주관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외교·안보 정책 정립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이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가졌다. ⓒ프레시안(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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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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