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GDP 킬러' 尹, 日 좋아하더니 저성장 늪에 따라갔나

[토론회]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성숙한 한일관계를 향한 새정부 대일외교 과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세를 떨어뜨린 '킬러'였다는 해외 언론의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윤 전 대통령 집권 이후 한국 경제가 일본과 마찬가지로 장기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상계엄 뿐만 아니라 경제 문제를 보더라도 파면돼야 마땅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9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김영배 의원실이 주최하고 정책공간 포용과 혁신이 주관해 '성숙한 한일관계를 향한 새정부 대일외교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수훈 전 주일대사가 사회를 맡은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이 가지고 있는 저성장 문제가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일본은 오랜 저성장 경제로 중산층과 서민이 고통받고 정권이 불안정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한국이 어떻게 하면 저상장에 빠지지 않을 것인가가 학자로서 최대의 화두였는데 (한국도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시작했다"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그는 "윌리엄 페섹 경제 칼럼니스트는 윤석열이 '대한민국 GDP 킬러'라고 했다. 이 결과로 대한민국은 장기침체로 들어갈 것이라고, 그래서 일본 국민들이 지난 수십 년 간 겪었던 고통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갑작스러운 계엄으로 12월에만 경제성장률 0.2%포인트가 날아갔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미국발) 관세의 충격이 오기도 전에 있던 일"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을 통해 민주주의를 파괴한 것 때문에 파면을 당했는데 한국을 저성장으로 이끈 경제 문제 때문에라도 파면 돼야 마땅하다. 민주주의는 어떻게든 회복할 수 있지만 저성장은 두고두고 국민을 괴롭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저성장 시대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상황이라서, 이런 부분에 대해 한일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리스크를 함께 극복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새 정부가 정상 간 통화뿐만 아니라 일본에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본다. 한일 간 공동의 경제 리스크를 협력해서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협력 가능한 방안들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경제 분야에서 특히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를 본격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며 "자유시장경제에서 협력하는 부분들, 다자협력을 선도하는 국가로서의 역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한일 미래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지난 2023년 3월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을 하며 양국 국기에 예를 갖추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과 협력, 쉽지만은 않다

한일 간 협력의 여지가 있지만 양국 사이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독도 문제 등 국민적 감정으로까지 치닫는 여러 사안들이 있어 무턱대고 협력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지난 2023년 3월 윤석열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국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승소해서 얻은 채권을 없애기 위해 제3자 대위변제 카드를 꺼내 들고 한일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이 변제에 피고인 일본 기업들은 참여하지 않아 법적 공방 및 논란이 커졌다.

이와 관련 이날 발표를 맡은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는 이른바 '문희상 안'에 '니시마쓰 건설'에 대한 소송 결과를 결합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문희상안'은 2019년 문희상 국회의장이 양국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금과 국민의 의연금 및 한일 '위안부' 합의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에 따른 남은 금액으로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자는 제안이었다.

남 교수는 "2007년 4월 니시마쓰건설 소송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는 중일공동선언에 의거하여 개인청구권은 실체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재판을 통해 실현할 수 없다는 판단을 제시했다"며 "그럼에도 청구권 포기는 재판상의 권능을 소멸시킨 데 머무르는 것으로, 최고재판소는 강제노동을 사실을 인정하고, 니시마쓰건설이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할 것이 기대된다고 하여 자발적으로 배상을 실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2009년 10월과 2010년 4월, 도쿄 간이재판소에서 화해가 성립되어 니시마쓰건설은 강제연행 사실을 인정하여 사죄하고, 2009년엔 2억 5000만 엔, 2010년엔 1억 2800만 엔을 중국 민간단체에 신탁하여, 중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과 위령비 건설 비용으로 충당했다"고 전했다.

남 교수는 "주목할 것은 일본 최고재판소가 '강제노동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니시마쓰 건설이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할 것이 기대된다'고 권고"했다며 "국가 간 조약과는 별도로 '가해 피해 사실'이 인정된다면 당사자는 실질적 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남 교수는 '기억책임화해 재단' 법안을 입법해 실제 기금을 모아 집행할 기구를 마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시민사회와 대화 기구를 조직하며 한일역사화해/미래구상위원회를 발족하는 등의 조치를 제시했다.

"아시아판 나토"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 가능?

새 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주오사카 총영사를 지냈던 조성렬 경남대학교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일본의 정찰자산이나 해상감시자산 투입이 안보에 기여한다는 평가 있으나 이미 한국도 군사정찰위성을 확보했고 이미 4기가 마련돼 있다"며 "정찰자산부분은 일본의 도움 없이도 가능하고 해상감시자산도 강화했다. 우리가 독자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한일 관계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온건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국방 사안과 관련해서는 '아시아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정서상 한반도에 위기가 있다고 해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는 것이 합당한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들이 이시바의 '아시아판 나토' 구상과도 연결돼 있다"며 "앨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전략 및 전력개발담당 부차관보는 청문회에서 아시아판 나토는 이론적으로는 성립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 라고 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이어 "지금 미국은 엄청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걸 줄이기 위해 미국은 2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의 메모를 통해 유럽, 중동, 아프리카 사령부를 대폭 축소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국방비도 매년 8% 감축을 구상하고 있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도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이같은 기조에서 아시아판 나토가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지난 3월 30일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일본에 방문한 헤그세스 장관에게 한반도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장으로 보고 "일본·미국·오스트레일리아와 필리핀, 한국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는 4월 15일 <아사히 신문>의 보도가 있었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나토와 연계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조 교수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요하지만 엄격한 '가이드 라인'이 있어야 한다"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일본의 평화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본이 급격하게 군사국가화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미일 안보협력이 새로운 집단 방위 안보로 가는 빌미가 되면 안 되고 이같은 오해가 없으려면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중일 포괄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동아시아 평화 협력을 깨지 않는 선에서 안보의 안전판으로서의 한미일 협력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대만 문제' 입장 결정의 시간이 다가온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동하는 이유가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 중국에 대한 견제고 그 중에서도 대만해협 충돌"이 가장 첨예한 문제라면서 "우리가 대만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질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대만이 중국에 복속되면 동아시아 세력균형에 무슨 문제가 생기고 한국에 문제를 미칠 것인가? 대만이 중국에 복속되는 것이 한국에 사활적 문제인가? 꼭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대만 유사시 한국의 연루가 불가피 하다? 이것도 기정사실화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대만 유사시에 소극적이면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북한의 위협과 도발을 억제해야 하는 한미 동맹의 기본 역할이 있기 때문에 관리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군사적 효용을 봐야 하는데, 일본의 군사력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충분히 기여가 가능하다. 일본의 대잠능력, 초계기 능력 등은 기여할 부분이 있다"며 "그럼에도 재래식 전력은 한미가 북한을 압도하고 있고,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서는 일본도 비핵국가라 기여하는 것이 결정적이지는 않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한국과 미국의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을 추가해 확장억제력을 더 넓히자는 주장이 있는데, 일본이 여기에도 참여하는 것은 한미가 노력하고 있는 확장억제 심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한미는 확장억제에 대해 작전적 수준에서 어떻게 실행될지에 대해 논의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여기에 일본이 추가되면 한반도 전구를 상정한 한미 간 논의에 초점이 분산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 NCG에 일본이 추가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일 안보협력은 북핵 위협도 있고, 중국의 부상이 우리 안보에 군사적 위협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도전적인 측면은 있어서 동아시아 세력 균형의 급격한 변화를 막기 위해 그 필요성이 있다"며 "그럼에도 역할과 성격을 고민할 필요는 있다. 완전한 중국 봉쇄로 가는 것은 오히려 손실이 크다. 위험 관리 측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9일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김영배 의원실이 주최하고 정책공간 포용과 혁신이 주관해 '성숙한 한일관계를 향한 새정부 대일외교 과제'를 주제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세미나가 열렸다. ⓒ정책공간 포용과 혁신 제공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는 이날 서면 축사에서 "일본은 한국의 4대 교역국으로, 양국 간 교역 규모는 2023년 이후 775억 달러를 넘어섰다. 또 양국 안보 협력은 동북아 평화와 대한민국 번영을 이끌어온 한미일 안보동맹의 기반이기도 하다"라고 밝혀 민주당이 한미일 동맹을 공식 언급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측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후 행사를 주관한 민홍철 의원실은 '한미일 안보동맹'을 '한미일 외교안보협력'으로 수정한 축사를 배포했다.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위성락 의원 역시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당의 노선이 변경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단순한 실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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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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