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홈플러스 노동자들, 천막 농성 도중 부상

노동절 국민대회 개최…이복현 "MBK·홈플러스, 자구책 일언반구 없어" 질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대주주 MBK파트너스에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천막 농성을 벌이는 도중 부상을 당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마트산업 노동조합 조합원인 40대 여성 A 씨는 24일 MBK파트너스 본사 앞인 서울 종로구 청진공원에 천막을 설치하고 고용보장 농성을 준비하던 중 서울 종로구청 측의 강제 철거 시도로 손을 크게 다쳐 병원에 후송됐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철거 작업을 하러 온 구청 공무원이 커터 칼로 천막 끈을 절단하다가 A씨의 손을 다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상처가 깊어 봉합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재이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조합원 한 명이 호흡 곤란과 흉통을 호소해 외과 병원으로 옮겨졌다.

마트노조 측은 "종로구청의 철거 행위는 명백한 폭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이날 X(옛 트위터)에 "폭력의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 내일 형사고발 예정"이라며 "농성장도 재정비 중이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냉정하게 차근차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시민들의 연대를 요청했다.

마트노조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분할매각·사업부 매각·구조조정 없는 회생 계획안 마련을 요구하며 지난 14일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악질투기자본 MBK에 맞선 홈플러스 노동자 사생결단의 투쟁 지지한다"고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은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합병(M&A) 역사상 최고가였다. 이중 5조 원(70%)는 홈플러스 명의의 대출이었다"며 "결국 MBK는 2018년부터 21개 점포를 매각 및 계약종료를 통해 폐점했고, 인력 감축까지 진행돼 2015년부터 노동자 1만여 명이 거리로 내몰렸고, 현장의 노동강도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MBK가 홈플러스에서 수익 창출이 끝났다 보고 남의(법원, 채권단) 손을 빌려 홈플러스를 안락사시키겠다 한다. 이 극악무도한 행태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면서 "악질 자본에 의해 노동자가 희생하는 참담한 현실에 파열구를 내자. 민주노총은 광장의 노동자 시민이 외쳤던 안전한 일자리, 차별없는 세상을 위해, 홈플러스 노동자 투쟁 승리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했다.

마트노조 측은 다음 달 1일 노동절에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지키기 국민대회'를 열고 투쟁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을 통해 "홈플러스는 언론을 통해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했고 상당 기간 기업회생 절차를 준비했다는 구체적 정황을 확보했다"며 "MBK 등에 대한 검사와 홈플러스 회계 감리 등을 통해 제기된 불법 의혹 등을 지속적으로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MBK·홈플러스가 회생신청 이후 보여준 모습들을 보면 채무자와 대주주, 채권단간 주객이 전도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주주 측의 추가 출자, 주주 우선 원칙에 따른 주식 소각 등 자구책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고 질타했다.

▲홈플러스 고용보장 농성장에 설치된 현수막.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
▲MBK파트너스에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마트노조 조합원들. ⓒ마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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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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