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율 취임 뒤 최저…'법원 무시, 대학 통제, 3선 출마' 모두 부정 평가

경제 전망 2년 만에 가장 비관적·관세 '노동자, 물가, 경제에 다 나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뒤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법원 명령 무시, 대학 통제 시도, 반이민, 3선 언급 등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고루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 경제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진 가운데 시장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 우려에 다시 흔들렸다.

<로이터> 통신은 21일(현지시간) 공개된 로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공동 조사에서 42%의 응답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관의 취임 당일 조사(47%)보다 5%포인트(p), 3주 전 조사(43%)보다 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취임 이후 최저치다. 이 조사는 이달 16~21일 미국 성인 43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오차범위는 ±2%다.

응답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법원 명령 무시, 대학 자율성 침해 시도 등 최근 문제가 된 행보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대다수인 83%의 응답자가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원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의 제동 명령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폭력단 가담 혐의로 베네수엘라 이민자 수백 명을 추방했다.

다수 응답자(57%)가 대통령이 대학 운영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대학에 자금 지원을 보류해도 된다는 진술에 동의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주 하버드대가 내·외국인 입학 및 고용, 다양성(DEI) 정책 등을 정부 입맛에 맞춰 바꾸거나 폐지하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곧바로 이 대학에 대한 22억달러(약 3조원) 규모 보조금 동결을 밝혔다.

66%의 응답자는 대통령이 국립 박물관이나 극장 등 주요 문화기관을 통제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에서 "부적절한 이념"이 제거돼야 한다고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의제인 이민 정책과 관련해서도 부정 평가(46%)가 긍정 평가(45%)보다 높았고, 헌법에 위배되는 3선 도전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의 4분의 3이 반대한 가운데 공화당 응답자들조차 다수(53%)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응답자의 59%는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응답자의 3분의 1도 이렇게 답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19일 공개된 미 CNBC 방송의 1분기 전미경제조사에서 경제 분야 관련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3%로 지지하지 않는다(55%)는 응답이 더 많았다. 경제 분야 지지율은 국정 운영에 대한 전반적 지지율(44%)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 조사는 이달 9~13일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수행됐고 오차범위는 ±3.1%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49%는 내년에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2023년 4월 조사(53%) 이후 가장 비관적인 수치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가 곧 경기가 침체되거나 이미 침체로 접어든 것으로 봤다. 이는 지난해 3월 40%의 응답자가 이러한 답변을 했던 것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응답자의 49%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반대했고 35%만 찬성했다. 다수 응답자는 관세가 노동자(51%), 인플레이션(72%), 경제 전반(51%)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응답자의 60%가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37%만이 관련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도 2023년 4월 조사(53%) 이후 가장 부정적이었다. 응답자 53%가 지금이 투자하기 나쁜 시기라고 답했고 38%만이 좋은 시기라고 답했다.

트럼프, 파월 "느림보" 재차 공격하며 시장 급락…"침체 원인 연준에 돌리려는 듯"

이달 관세 충격으로 폭락한 미국 주식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공격하며 21일 재차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6%,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4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55%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파월 의장을 "느림보(Mr. Too Late)", "큰 패배자"라고 칭하며 파월 의장에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했다. 또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경제 둔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불신이 다시금 드러났다. 주요 6개 통화에 견준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1일 전 거래일 대비 1.1% 하락한 98.28을 기록했다.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달 초 상호관세 영향으로 급등했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도 21일 전 거래일 대비 0.08%포인트 상승해 다시 4.4%를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내가 그(파월 의장)를 내보내고자 한다면 그는 정말 빠르게 물러나게 될 것"이라며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2026년 5월까지인 임기를 채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을 시도한다면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관세 정책에 더해 연준 의장이 해임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그레이밸류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스티븐 그레이가 "파월 의장이 사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시장에 진짜 공포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주식, 채권, 달러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상황 관련 "트럼프는 신뢰할 수 없다. 많은 외국인들이 트럼프가 두 번 당선된 것을 통해 유추하는 것은 미국 그 자체를 신뢰하거나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 전망이 커지는 상황에서 책임을 연준에 돌리려 포석을 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NFJ투자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 존 모레이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파월 의장 비난은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다른 사람을 탓하려는 패를 준비하는" 신호라고 짚었다고 전했다.

한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배우자와 형제 등 10여 명이 포함된 민간 메신저앱(시그널) 단체 대화방에 지난달 예멘 공습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드러나 다시금 안이한 보안 의식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21일 미 NPR은 백악관이 헤그세스 장관을 대체할 새 국방장관 후보를 물색 중이라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헤그세스 장관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를 보면 21일 트럼프 대통령도 "피트(헤그세스 장관)는 잘 하고 있다"며 여전히 헤그세스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뒤)이 제롬 파월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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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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