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삼부, 고발사주 체크하고'…남은 숙제들, '윤건희 정권' 비리 의혹

[윤건희 정권, 단죄의 시작] ⑥ 양평, 삼부토건, 그리고 고발사주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2024년 12월 3일 '대한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국가 경제를 곤두박질치게 만든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3일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60일만이다.

'법과 정의의 수호자'라는 검사 출신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지난 2년 11개월 수많은 비리 의혹에 휩싸여왔다. 스캔들이 터지면 다음 날 새로운 비리 의혹이 그걸 덮었다. 정권의 존재가 모순 그 자체였다.

윤석열은 '자폭'해 물러났지만, 그들 부부가 남긴 비리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은 이제 시작이며 청산되지 않은 '윤건희 정권'의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윤석열 파면 이후 남은 과제들을 짚어 봤다. 편집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열린 오찬에 앞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양평을 사랑한 그들…윤석열, 최은순, 그리고 김건희

윤석열과 경기도 양평군은 관계가 많다. 부인 김건희와 장모 최은순의 고향이다. 처가의 선산이 이 곳에 있다. 최은순은 아들 김모 씨와 함께 부동산 회사를 세워 공흥지구 개발 사업을 해 돈을 벌었다. 김건희도 이 부동산 회사 사내이사를 지낸 적이 있다. 윤석열은 검사 시절 2013년 4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양평을 관할하는 여주지청장을 지냈다. 윤석열, 김건희 일가가 양평과 얼마나 끈끈한 인연이 있는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양평군수를 두 번 지낸 김선교 전 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내일 제가 대통령 당선인하고 점심 먹으러 갑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나한테 이야기하래요. 처갓집도 여기고. (여주)지청장 때 인연도 있지만 장모님 때문에 김선교가 고생했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아요. 너무나. 나랑 단둘이 있을 때는 (윤석열이 나에게) '야 김 의원아', 나하고 60년생이니까. '김 의원 당신만 보면 미안해.' 왜? 그게 알잖아요. 허가 이렇게 잘 내주고."(2022년 윤석열이 당선인 시절이던 3월 30일 김덕수 양평군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김건희 일가는 양평 공흥지구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수백억대 수익을 올렸다. 양평 공흥지구는 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려 했으나 2011년 7월 양평군(당시 군수 김선교)이 반대해 민영 개발로 전환됐다. 최은순이 설립한 가족회사인 ESI&D가 350가구 규모 개발사업을 제안했고 양평군은 2012년 11월 이 사업을 승인한다.

당초 양평군이 인가한 사업기한은 2012년 11월~2014년 11월까지 2년이었다. 하지만 기한이 지났음에도 별도 연장 신청 없이 2016년까지 사업을 했고, 준공을 한 달 앞둔 2016년 6월 양평군이 사업기한을 뒤늦게 변경해줘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또한 약 800억 원가량 분양 수익을 거뒀음에도 개발분담금은 '0원'을 납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은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인 지난 2022년 3월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지만, 공흥지구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관이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초청을 받아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윤석열이 대선 후보 시절 제기된 이 의혹은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2023년 5월 경찰은 윤석열의 처남 김모(김건희 오빠) 씨 등 ESI&D 관계자, 양평군 공무원 등 8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핵심 인물인 장모 최은순이 불송치 대상이 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윤석열 처남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양평군 공무원 등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부실 수사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2024년 1월 윤석열 장모 최은순 씨와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전 양평군수)를 다시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식구들은 2013년 당시 양평군수였던 김선교 전 국회의원으로부터 양평 공흥지구 아파트 개발사업과 관련 인허가 특혜, 사업 지연 소급승인 특혜, 개발부담금 면제 특혜를 받아 100억 원이 넘는 재산적 이익을 향유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다.

양평에는 대통령 처가 일가가 소유한 큰 땅이 있다. 그 양평과 서울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2017년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계획돼 국토교통부의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포함됐다. 1조8000억 원짜리 이 사업은 2021년 4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발표된 2023년 5월 8일 개정안에서는 고속도로의 종점이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뀐다. 하필 변경된 '강상면 종점'에 영부인 일가의 축구장 6개 규모의 땅이 있었다.

국토부의 해명이 자꾸 바뀌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처음엔 양평군이 요청했다고 설명했다가 대안 노선을 제안한 주체가 민간업체(동해종합기술공사)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이 민간업체가 진행한 '경제적 타당성' 조사 내역을 공개하지 못한다고 했다. 정부는 급기야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자체 감사에 들어갔지만 맹탕이었다. 해당 사업 관할 광역단체장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제는 감사가 아니라 수사가 필요하다. '왜', '누가',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가 핵심"이라며 "윗선과 몸통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 경기도 차원의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속도로까지 휘어지게 만든 것은 어떤 힘일까. 경찰과 공수처엔 고발장이 쌓여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9월 수사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

"삼부 내일 체크"주가 조작 범죄자들은 왜 김건희 주변에 어른거리나?

한때 윤석열 대통령의 충직한 부하 검사였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수 있게 잘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달 중 관련 조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다음 정부에 반드시 밝혀내야 할 의혹으로 남았다.

금감원은 앞서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과 그 일가, 최대주주, 관련 법인 등 10개 안팎의 계좌에서 수백억 원의 주식 매매 차익을 거둔 사실을 포착했다. 시점은 2023년 5월에서 7월 경.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 후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묶이면서 1000원대던 주가는 5500원으로 다섯배가량 급등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이 주목받은 이유는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와 주가조작범들의 관계 때문이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이 한창 논란이었던 지난해 6월 JTBC가 보도한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관련 '멋쟁해병'이란 이름의 단톡방에는 해병대 출신들이 모여있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이자 김건희의 계좌 관리를 맡았던 이종호도 이 창의 멤버였다. 대화 도중 이종호는 "삼부 내일 체크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 발언이 나온 이틀 뒤 우크라이나 올레나 젤란스카 영부인이 한국을 방문해 김건희를 만난다. 일주일 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관련 포럼에 참석한다. 이 포럼에서 삼부토건은 여러 건의 MOU를 맺었다. 당시 정부가 추정한 재건 사업 규모는 1200조 원 수준. 삼부토건 주가는 폭발한다. 윤석열 부부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7월 고점을 찍었다.

처음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야당의 공세로 치부됐다. 하지만 '윤석열 사단' 출신인 이복현이 이끄는 금감원이 삼부토건 일가의 폭리 및 주가조작 정황을 포착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금감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포럼을 주최한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조작 사건에 정부 기관이 동원됐다면 초유의 문제다. 여기에 영부인이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 공범이 포함됐다면, 의심의 가지는 위로 뻗어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 '방탄 특혜'는 이제 없다3년 끈 고발사주 사건의 향방은?

<뉴스버스>가 처음 보도한 '고발사주 사건'은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인 지난 2020년, 당시 4.15 총선을 앞두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손준성 검사장 등을 통해 윤석열에 비판적인 정치인과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 김웅 전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에 건넸다는 의혹이다.

고발 대상에는 최강욱, 황희석, 유시민, 뉴스타파 소속 기자 등 11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고발장 수신처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 부장이다.

유력 대선주자였던 윤석열은 2021년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정치 공작"이라며 해당 매체를 겨냥해 "앞으로 정치 공작을 하려면 인터넷 매체나 재소자, 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웅 전 의원은 자신의 통화 목소리마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잡아뗐고, 손준성은 "고발장 작성 주체는 수사기관에서 밝히라"고 일갈했다. 공수처는 윤석열의 대통령 취임직전인 2022년 5월 4일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에 대해 소환조사 없이 무혐의 처분하고 손준성 한 명만을 기소했다.

하지만 윤석열이 언급한 '마이너 언론'의 고발 사주 의혹은 점점 '메이저 이슈'가 되가고 있다. 고발사주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판결문을 통해 당시 검찰총장인 윤석열이 '몸통'일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 검사장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한 검찰총장(윤석열) 등 상급자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고발장을 전달할 자로 김웅을 선택한 다음 김웅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 씨는 지난 3월 6일 윤석열과 김건희, 한동훈,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 전직 대검찰청 간부 8명 등을 직권남용, 위증, 증거인멸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을 수사 3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삼부토건 의혹, 고발사주 수사는 모두 윤석열 정부 하에서 제기되거나 이뤄진 것이다. '검찰 공화국' 윤석열 정부가 끝난 지금, 이 사건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지금, 이 사건들은 어떤 결말을 향해 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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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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