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해양안전심판원 "세월호 참사,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원인"

"'외력설'은 근거 없어 배제"…청해진해운 등 불복해 중앙해심원에 2심 청구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조사한 해양수산부 산하 목포해양안전심판원이 세월호 참사 원인에 대해 "기준에 미달한 복원력을 가진 세월호가 과도한 화물을 싣고 항해하다가 과선회를 하면서 적재 화물이 한쪽으로 쏠렸고 이에 복원성을 상실해 발생한 사고"라며 '내력설'에 손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실이 14일 공개한 목포해심원의 지난해 11월 26일 자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 재결서(판결문)를 보면, 목포해심원은 세월호 참사 원인을 "선사와 선원의 안전관리 소홀로 기준에 못 미치는 복원력을 가진 세월호가 과도한 양의 화물을 안전하지 못한 상태로 싣고 항해하던 중, 항로 변경 과정에서 조타기 이상 동작으로 과도하게 선회하면서 경사가 발생하고 적재와 고박이 제대로 되지 않은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며 선회와 경사가 가중되고, 선내로 해수가 유입되면서 복원성을 상실해 발생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심판부는 이에 사고 책임을 물어 당시 선장, 1·2·3등항해사, 기관장 등의 면허를 취소했다. 그 외 기관사와 항해사 3인에게도 각 1년 및 6개월 업무 정지를 명령했다.

심판부는 전임 선장, 청해진해운 및 우련통운(고박업체) 관계자, 해운조합 인천지부 관계자에게는 시정을 명령했다. 오류가 있는 세월호 '복원성 계산서' 등을 작성한 설계사무소와 이 보고서를 부실하게 감독한 한국선급 담당자 2명에겐 개선을 권고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 원인을 두고 외력 충돌 등의 외부요인설을 주장해 왔으나, 심판부는 "선박 인양 후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결과, 선체 손상 부위 등에서 외력 흔적이라고 단정할 만한 흔적을 확인하지 못했고 외력의 실체에 대한 타당한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라며 외인설은 원인 검토 대상에서 배제했다.

▲세월호 선체 ⓒ프레시안(최형락)

심판부는 세월호 참사 원인에 대해 크게 △복원성 기준 미달 △급선회와 급경사 △잘못된 화물 적재·고박 △수밀 구역(침수를 막기 위해 문을 닫아둬야 하는 구역) 문제와 침수 △초기 비상 대응 부재 △선사·선원 안전관리 체계 미작동 △해양사고관련자들의 안전불감증 등의 일곱 개 쟁점으로 나눠 분석했다.

배의 복원력에 대해선 "당시 세월호는 여객선 복원성 기준에서 요구하는 최소 기준을 웃도는 상태였다"며 "그러나 복원성 계산서에 따른 화물 최대 적재량보다 2배가량 초과해 적재했고, 복원성 계산서에서 요구하는 평형수 양도 반 정도만 실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심판부는 "(이중갑판의) 차량은 승인된 기준인 12대의 2배가 넘는 33대가 실렸고 적재가 허용되지 않는 갑판 사이 경사로에도 7대가 실렸으며, 차량 절반 이상은 고박장치가 충분히 사용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컨테이너 또한 "C갑판(노천갑판)에 2단으로 실린 컨테이너는 줄로만 연결해 고박했고, D·E갑판에는 고정된 고박장치가 바닥에 없었음에도 각각 7개와 30개가 실렸다"며 고박 불량 상태를 지적했다.

선원들에 대해서는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인명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임무 부여와 훈련을 해야 하나, 선원들은 관행적으로, 또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비상대응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고 허위로 실시했다고 기록했다"며 이에 따라 "선장, 선원들은 사고가 발생한 순간 비상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거나 비상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심판부는 이에 "15명의 선원이 모두 구조된 것에 비해 전체 승객의 3분의 2가 포함된 304명의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사고 발생 후 선원이 승객에 대해 적극적 구호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선사 청해진해운에 대해서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간부급 임직원들은 세월호 증·개축에 따른 구조적 변화로 인한 복원성 등의 안전 문제를 알았음에도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필요한 사항을 개선하지 않았다"며 "여객팀과 물류팀은 화물량 등 안전과 관련한 주요 정보를 안전 관리 담당자에게 보고하지 않는 등 안전 관리 조직의 구성과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판부는 나아가 세월호 안전성이 검토된 '복원성 계산서', '차량 및 화물 고박 배치도'의 오류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한국선급 관계자의 책임도 지적했다. 심판부는 이들이 "평형수를 100% 싣는 조건이나 화물의 적재장소와 방법 등 전문가로서 계산서와 배치도에서 이 선박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만한 주요 내용을 식별하고 강조해 이를 선주와 선원이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며 "비록 이런 부작위가 이들의 책임 소관인지는 이견이 있으나, 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심판부는 또 화물 하역과 고박을 원칙대로 수행하지 않은 하역업체와 출항 전 점검 보고서, 여객 과승과 화물 과적 여부 등을 부실하게 확인한 당시 운항관리자도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선박의 운항 전반에 관여하는 선사, 선원, 검사·감독기관, 위탁업체 등의 각 주체가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안일함으로 부주의와 규정 위반을 장기간 반복했다"며 "잘못된 관행들이 누적되고 결합해 발생한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근원적인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심판부는 끝으로 "따라서 세월호 전복 사건은 세월호의 수입부터 운항 과정은 물론 사고 발생부터 대응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해양사고관련자들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돼 발생한 것"이라며 "이러한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실로 인해 그 피해가 컸다고 판단된다"고 적었다.

해양사고안전심판원은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해수부 기관으로, 해양사고를 조사해 원인을 규명한다. 심판원의 재결서는 법원의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지방해양안전심판원의 1심 재결에 불복하면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2심을 청구할 수 있다.

목포해양심판안전원 관계자는 14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당사자들이 1심에 불복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 추모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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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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