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군자의 정치가 아니다. 장삼이사 소인들의 정치다

[국민발의제 제7공화국 헌법 개정] ②6공이 민주공화정? 사실상 왕정-귀족정!

정치(政治)란 말 그대로 공동체와 국가의 항로를 결정하고 바로잡는 다스림입니다. 수메르 도시 국가 출현 이래 지금까지 누가 누구를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전 세계 국민은 무수한 정치체제를 실험해 보고 경험해 왔습니다.

어떤 정치 체제이든지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권자가 어떠한 억압과 착취를 당하지 않으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와 자유의 공간을 가장 폭넓게 확보할 수 있는 체제는 그나마 민주주의입니다. 여기서 민주주의란 대의민주주의, 위임민주주의, 선거민주주의 등 엘리트 귀족정을 포장하는 양두구육의 사이비 민주주의와는 백팔십도 다른 직접 민주주의를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주권자가 통치자이자 피통치자인 독특한 이중 정체성의 정치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이중 정체성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주권자를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만드는 핵심 동인입니다. 민주주의는 군자의 정치가 아닙니다. 군자의 정치는 말하자면 엘리트 귀족정, 대의정, 왕정입니다. 민주주의는 장삼이사 소인들의 정치입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쉽게 갇힐 수 있고, 혐오와 배제, 선동정치에 쉽게 넘어갈 수도 있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정치입니다.

그러나 군자와 소인은 단 한 걸음, 단 한 번의 들숨날숨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가 발가벗은 채 말이 되어 역시 발가벗은 알렉산더의 애인 필리스를 태우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한스 발둥 그린의 목판화(1513년)는 이런 한순간의 탐욕, 군자와 소인의 경계를 너무도 잘 잘 보여주고 있는 그림입니다. 로마 시민이었던 바오로가 예수를 만나 예수의 제자가 된 것은 단 한순간이었습니다. 살인마 앙굴리말라가 붓다를 죽이러 가다가 붓다의 상가공동체에 귀의한 것도 단 한순간이었습니다.

민주주의가 지속가능하려면 다른 주권자의 주장과 견해, 세계관을 인정하고 경청하는 대화와 소통이 필수입니다. 그래야 이웃을 설득해 내 주장을 공동체와 국가 전체의 의견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스 아테나이의 아고라같은 광장정치의 공동선과 자비행의 직접 행동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하나의 정치 체제인 민주정(democracy)을 이데올로기로까지 격상시켜 민주주의라고 번역해서 사용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한자문화권 국가밖에 없습니다. 19세기 말 서구 민주정을 소개하고 번역할 때 한중일 3국 지식인들의 왕정에 대한 배격과 인민의 직접 정치에 대한 염원이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었습니다.(박승옥, <내가 알아야 민주주의다>, 42~46쪽, 한티재, 2017.)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탐욕에 눈먼 자들?

우리가 흔히 잊고 있는 사실 가운데 하나가 미국 헌법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인간의 한계를 가진 55명에 의해 2백 년 전에 작성되었고, 실제로는 39명만이 서명했으며, 그들 중 상당수가 노예 소유주였고, 겨우 13개 주에서, 이제는 모두 죽고 잊힌 지 오래된 2천 명도 안 되는 적은 수가 투표하여 비준한 문서에 우리는 무엇 때문에 오늘날까지 얽매여 있어야 하는가.(로버트 달, 최장집 옮김,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 78쪽, 후마니타스, 2007.)

미국 헌법 제정에 참여한 55명은 대부분 변호사였습니다. 그리고 대토지 소유자, 노예 소유자, 기업소유자 등 1% 기득권 부자들이었습니다. 헌법 비준 투표 참여자 2천여 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 시민의 절반인 여성도, 노동자 농민도, 흑인도 동의한 헌법이 아니었습니다. 토마스 제퍼슨이 3대 대통령에 당선된 1800년 대선 당시 투표자 수는 겨우 6만7282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미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심지어 일반 시민이 권력에 참여하거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극도로 두려워하기까지 했습니다. 18세기 후반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 민주정이란 직접 민주주의였습니다.

노예 소유주였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민주주의자들이 갖고 있는 원칙들을 바꾸느니 검둥이를 문질러 씻어서 하얗게 만드는 일이 쉬울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주의자들은 이 나라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할 것입니다."(박승옥, <주권자 국민이 만든다, 제7공화국>, 165쪽, 2025.)

그래서 국민이 권력에 접근하는 어떠한 길도 막아놓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민주주의로의 헌법 개정도 아예 원천에서부터 불가능하게끔 대의정 제도를 설계했습니다. 복잡하고도 기이한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와 상하원 양원 제도 등이 그런 유산 가운데 하나입니다.

권력과 재산은 가지면 가질수록 대부분 인간의 탐욕을 부채질합니다. 권력자와 재벌이 권력과 재산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자비행을 베풀면 역사에 기록될 정도입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부자 변호사들은 권력과 재산을 움켜쥐고 탐욕에 눈이 먼 자들이었다고 해도 크게 어긋난 말이 아닙니다.

솔론의 개혁

그러나 2,600여 년 전 그리스 아테나이의 솔론, 1962년에 고인이 된 스위스의 재벌이자 대통령 고틀리프 두트바일러는 권력과 재산을 시민들과 나누고 자비행을 실천해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 정치 지도자들입니다.

스위스의 최대 유통 재벌인 미그로의 창업자 두트바일러는 1941년 자신의 주식을 시민들과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합니다. 스위스 시민들은 현재 대통령이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초등학생들까지도 아인슈타인과 함께 두트바일러는 늘 존경하는 인물 1, 2위로 손꼽힙니다. 2025년 현재 미그로는 삼성전자보다 많은 1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두트바일러에 대해서는 몇 분만 할애해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테나이는 오랫동안 귀족정이었습니다. 귀족정이란 오늘날 한국의 엘리트 대의정과 똑같습니다. 대통령 탄핵도 주권자인 국민이 아니라 300명의 국회의원, 9명의 헌법재판관 등 21세기 귀족들이 결정하는 게 다름아닌 엘리트 귀족정입니다. 아테나이 시민들로 구성된 민회가 있었지만 권력과 재산은 소수의 귀족계급이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아테나이 귀족정은 가난한 절대 다수의 시민들과 부유한 극소수 귀족 사이에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면서 불안하고 위태로운 내전 직전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기원전 594년 당시 아테나이 집정관으로 선출된 솔론은 시민들의 열화같은 지지를 바탕으로 채무로 빼앗긴 시민들의 토지를 모두 되돌려주고, 노예가 된 시민을 해방하는 일대 개혁 조치를 단행합니다. 그리고 귀족정을 종식하고 계급 간의 보복과 증오 대신에 법에 의한 조정과 화해, 법치주의를 통한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실행에 옮깁니다. 솔론은 그리스 직접 민주주의 시대를 연 개혁가이자 시인이었습니다.

서구에서는 직접 민주주의의 기원을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나이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모든 대륙에서 국가가 막 생기기 시작했을 때 정치 체제는 민회(民會)가 국가의 주요 의제를 결정하는 직접 민주정이었습니다.

미국은 출발부터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정복자들만의 전리품 분배주의, 과두정 체제였습니다. 이에 견주어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는 백인 이주민 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녀평등과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빈민도 거지도 없이 공동 토지소유와 공동노동을 실현하고 있었습니다.

이로쿼이족 연합, 호데노소니 연방 등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삶을 누리는 공동체 사회였습니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정치사회 구조는 토마스 모어, 루소, 마르크스 등 서구 근대 정치사상가들에게 강한 인상과 충격을 주었습니다. 서구의 자연법 사상은 사실 인디언 사회가 서구에 준 일종의 선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로쿼이 연합의 민주주의와 연방주의 제도는 미국 헌법에 직접 영향을 끼쳤습니다. 1987년 미국 상원은 이로쿼이 연합이 미국 헌법 제정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로쿼이 연합을 미국 건국의 '잊힌 아버지(Forgotten Father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민주공화정은 양두구육 껍데기, 속은 왕정-귀족정 마적떼 적대정치 6공 체제

윤석열은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실제로 제왕이 됐습니다. 윤석열과 김건희의 왕과 왕비 놀이에 수십년 간 국민들이 모아놓았던 나라 곳간은 텅텅 비고 말았습니다.

사실 조선의 21대 임금인 영조(英祖) 대왕조차 지금의 청와대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는 궁녀 한 명을 마음대로 늘리지 못해 신하들 앞에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조선왕조실록은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대통령 선거 캠프란 이처럼 수억 원씩 연봉을 받는 낙하산 공직 회전의자 전리품, 각종 특혜와 이권을 바라보고 모인 마적떼 도둑들의 집합소와 똑같습니다. 표현이 다소 과격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이런 용어는 불편하기도 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불러일으키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제왕에게는 이런 표현 말고 다른 어떤 말과 개념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윤석열뿐만이 아닙니다. 6공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하는 순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를 약탈할 수 있는 권력을 손에 넣게 됩니다.(박승옥, <주권자 국민이 만든다, 제7공화국>, 38쪽, 2025.)

박정희는 쌍용 재벌을 해체해 버렸습니다. 전두환은 뇌물을 적게 낸 국제그룹을 해체해 다른 재벌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천문학 숫자의 뇌물이 오간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노태우가 이동통신사 선정 특혜 등을 통해 SK를 급성장시켰고, 막대한 뇌물을 챙긴 사실이 새삼 수면 위로 다시 떠올라 2024년 주요 뉴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누구든 6공 체제의 대통령은 마적떼 두목의 정체성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문재인도 마적떼 두목으로서 논공행상의 공직 나눠먹기를 답습했습니다. 새마을중앙회를 21세기 기후지옥과 불평등 시대, 자립자치의 새로운 마을운동 주민단체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까지 걷어차 버렸습니다.(☞관련기사: 문재인 정부는 왜 촛불 정신에 반하는 '낙하산'을 내려보내려 하나)

이재명 또한 6공 헌법으로 대선을 치르면 대선 캠프에 몰려든 엘리트 귀족 정치꾼들에게 전리품을 나눠주는 마적떼 두목 정체성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장관급인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승윤(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은 이런 말을 합니다.

"청와대나 행정부에서 주요 권한을 가진 결정자나 행정가, 여당 정치인 그리고 다른 장관급 민간 인사들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랄 것도 없었다. 그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이들이 비공식 석상에서 호형호제하거나 사적인 친분이 꽤나 돈독해 보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 정치인이나 청와대 모 관료가 "내 후배다" "선배다" "우리가 꽤 친한 사이다"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이는 일종의 '주류'라는 지배적인 범주 안에 누가 속해 있는지를 드러냈다."(이승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199쪽, 문학동네.)

22대 국회의원 검사, 판사,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은 무려 61명이나 됩니다. 2024년 12월 3일~2025년 4월 4일까지 123일 동안 한국 시민들은 윤석열과 300명의 국회의원, 9명의 헌법재판관, 지귀연 판사, 한덕수-최상목 등 왕 권한대행, 심우정 검찰총장, 경찰, 미디어, 학자, 재벌 등등 이른바 대한민국의 엘리트 귀족들의 양두구육 속살을 낱낱이 경험했습니다.

한 마디로 6공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정의 탈을 쓴 왕정-귀족정입니다. 온갖 특권과 이권 나눠먹기에 혈안이 된 마적떼들이 극단의 '적대적 공존 정치'로 일관하는 낡디낡은 도둑 정치입니다.

국민발의제 헌법 개정, 주권자 국민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1987년 제정된 6공 헌법의 시작은 쿠데타 세력인 노태우의 선거를 통한 재집권이었습니다. 그 결말이 12.3 윤석열의 쿠데타입니다. 진실로 놀랍고 기적같은 일은 그 시작과 끝 모두 주권자 국민들의 광장정치가 열었고 문을 닫는다는 사실입니다.

시민 개개인이 분야별로 수백 수천 명의 박사급 AI '비서진(Agents)'을 스마트폰에 넣고 다니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이나 여야 의원들보다 주권자 국민들이 수십 배 수백 배 더 정직하고 현명하고 공정하고 나라와 공동체를 지키고자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아프게 학습했습니다.

6공 마적떼 제왕 선거는 블랙홀처럼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는 거대 선거 산업입니다. 이런 대선을 또다시 되풀이한다는 것은 주권자 국민을 기표소에 가서 표나 찍는 '개돼지'로 여기는 짓입니다.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시간 낭비, 국민 세금 낭비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6공 구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은 국민발의제 개헌입니다. 6공 헌법은 개헌은 오직 국회의원 3분의 2의 의결을 통해서만 할 수 있도록 못 박아 놓았습니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오직 자신들만이 '국민과 함께', '국민을 위해' 내란 종식과 사회대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위험한 발상이고 발언입니다. 윤석열도 문재인도 똑같이 말했습니다.

12.3 윤석열의 난을 진압한 주역은 주권자 국민들입니다.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즉시 국회 앞으로 달려와 맨 몸으로 출동한 계엄군을 막고, 5개월 동안 차디찬 아스팔트 광장 위에서 탄핵 촉구 집회를 이어온 시민들입니다. 최근 들어 부쩍 친이재명 미디어들이 이재명과 국회 담을 넘어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민주당 의원들을 영웅시하는 듯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것은 다분히 이재명을 6공 제왕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프레임 만들기 캠페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재명과 300명의 국회의원은 주권자 국민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 뜬 조각배일 뿐입니다. 오직 국민들의 선택만이 이재명과 탄핵 찬성 204명으로 하여금 국민발의제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 출범으로 내란 극복을 뿌리에서부터 가능케 하고 내란 세력 종식을 완수할 수 있습니다. 끝.

(기후지옥-불평등-인공지능 시대, 기계지능과 다른 인간 삶의 정체성은 생명으로 깨어나 질문하는 인간입니다. 묻고 또 묻는 능력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길러집니다. 한 권의 책일지라도 기적의 마을책방 카페에 올리거나 직접 연락해주시면 바로 책을 보내드립니다.)

● 이 글은 책읽은사회문화재단의 웹진 <나비>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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