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일으킨 내란 사태에서 주목받는 보수 논객 두 명이 있다. 조갑제와 정규재다. 한 명은 '이념 보수', 다른 한 명은 '시장 보수'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석열의 내란은 이념 보수에게도, 시장 보수에게도 천시받고 있다.
조갑제는 2000년대 중반까지 조선일보 '전통 반공'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정규재는 재벌 대기업이 주인인 한국경제신문 주필 출신이다.
조갑제는 90년대 후반 조선일보에 박정희 전기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연재했고, 월간조선 편집장·대표(1991년~2005년)를 지내면서 조선일보의 '이승복 조작 보도' 의혹에 대한 반박 기사를 냈다. 민완 기자로 이름을 떨친 기자 조갑제는 90년대 북핵 위기를 거치면서 반공주의에 천착했다. '조갑제=월간조선' 시절 '김대중 사상 검증'은 유명했다.
2005년 "친일(親日)보다 더 나쁜 건 친북(親北)"이라고 주장했다가 월간조선에서 경질된 후엔 서정갑 등 '반미주의자(?) 노무현'에 저항하던 '아스팔트 우파' 투사들과 결합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에 조갑제는 노무현이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고 한미FTA를 추진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조갑제는 '정통파(?)' 반공 보수다. 그러면서도 '팩트'를 신성시하는 반음모론자다. 김정일을 '민족 반역자'로 규정한 그는 어쩜 민족주의자에 가까운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활개친 전향 운동권 출신 극우주의자들인 뉴라이트 세력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기자 조갑제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반공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하며 일부 뉴라이트나 극우 세력의 '북한군 5.18투입설'엔 팩트 자체가 틀렸다며 경기를 일으킨다. 식민지근대화론 등 식민사관에 대해서도 꽤나 비판적이다.
그 조갑제는 윤석열의 12.3비상계엄을 인정할 수 없었다.
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면서 경제지들은 자수성가한 대기업 CEO 출신의 등장에 열광했다. 이념 반공의 시대가 저물면서 보수는 여러 갈래로 분화했다. 특히 '시장주의'를 신봉하는 보수 논객들이 등장했는데, 그 중 정규재는 눈에 띠는 인물이었다.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해 경제부장, 편집국 부국장, 논설실장 등을 지내며 칼럼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칼럼은 독설로 가득했고, 자유 시장 경제에 반하는 세력이라고 판단되면 누구든 차가운 도마에 올렸다. 2012년 12월 31일자 한국경제 칼럼에서 그는 "공정사회나 동반성장론의 폐해는 계산이 불가능하다. 그것은 자유시장 위에 길드 사회주의를 심으려는 아주 오래된, 그리고 허망한 발상"이라고 비난했고, "박근혜 신정부의 국민행복론이나 경제민주화도 좌편향 이념"이라며 "행복은 국민의 자유권으로 선포된 것이다. 이 자유권을 정부의 의무요 국민의 청구권이라고 뒤집어 생각한다면 이는 국가주의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2011년 11월 14일 칼럼에서 그는 "다양한 복지 정책들은 국가에 대한 대중의 청구서요 국가가 대중에게 살포하는 뇌물이다"라고 주장한다. '자유 지상주의자'처럼 보이는 그는 국가의 시장 개입 시도 자체를 불경한 것으로 본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조폭 경제학"이라고 비난하고 전광훈류의 윤석열 구명운동에 대해 "종말론적"이라고 독설을 쏟아낸다. 국정농단 수사를 두고서는 "반재벌 프레임의 광기에 사로잡힌 검사들"이 기업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단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정규재가 이재명의 '말'을 선거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거나 기업인의 '투자 실패'까지 업무상 배임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관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정규재는 윤석열의 계엄을 "시장자유와 정면에서 충돌"한다고 말한다.
조갑제의 보수는 체제 위기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의 산물이다. 북한을 머리 위에 이고 사는 우리의 머리에 내재된 무의식과 같은 것이다. 정규재의 보수는 자본주의적 욕망의 순수한 형태에 가깝다. 인간성이 거세된 경제적 자유 역시 우리 머리 속 한편에 내재된 무의식을 대변한다. 이들은 좋든 싫든 대한민국이라는 모자이크를 구성하는 두려움이요, 욕망이다. 그들의 논리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도, 그들과 병존하는 세상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리고 한국의 진보 세력과 리버럴 세력은 그들과 부딪히고 토론하며 최소한의 '룰'안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치 게임을 이끌어왔다.
이들이 중시하는 건 체제와 자유다. 보수의 특질이다. 그 두가지를, 윤석열의 계엄이 박살냈다. 조갑제와 정규재와 같은 보수 이데올로그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무슨 변절이니, 진영이니 하는 말은 전부 거추장스런 것들이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그리고 그의 전신이었던 정당들)은 한때, 이 두 보수 세력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은 달라졌다. 전광훈류 사이비 보수의 광신도가 되어 윤석열의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저지하려 광장에서 폭력을 부추긴다. 보수 진영 내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영혼이 빠져나간 국민의힘은 보수의 가치를 팽개친 채 그들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전광훈은 과거 개척시대 미국의 복음주의 부흥운동가를 연상시킨다. 영적 깨달음을 중시하는 복음주의 운동가(목사)들은 스스로 학식 없음을 자랑스러워하며,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일에 몰두했다. '아메리칸 드림'의 종교 버전인 이런 문화는 미국을 지금의 강대국으로 성장시킨 원동력 중 하나였을지 모르지만, 트럼프 시대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반지성주의' 병폐의 원인 중 하나로로 꼽힌다.
전광훈과 같은 자는 철지난 전근대의 복음주의적 종교 부흥회를 21세기 한국 정치에 접목시켜 '반지성주의'를 보수에 이식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반공 보수와 시장주의 보수마저 '배신자'로 규정하고 체제 전복을 선동하며 '국민 저항권'을 운운하는 '진격의 거인'이 되어버렸다. 윤석열은 그 괴물 위에 올라탄 망상가 돈키호테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섬 하나(바리타리아)를 다스리게 해주겠다는 말에 혹해 돈키호테를 모시며 따라다니는 좀 모자란 종자 산초다.
차라리 조갑제, 정규재와 반공, 신자유주의를 두고 논쟁했던 과거가 더 좋았다. 그들은 최소한 반지성주의자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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