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30일은 '사회복지사의 날'이라는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양질의 사회복지 실천은 노동자의 권리 존중에서부터"

필자는 약 8년간 공익법인, 종합사회복지관 등 사회복지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던 사회복지 노동자였고, 지금은 학업을 수행함과 동시에 사회복지 현장에 남아있는 동료 노동자들의 권익옹호를 위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 수많은 상황을 경험하며 사회복지 노동자를 향한 차별과 배제를 필자가 직접 경험하기도 하였고, 동료 노동자들이 전하는 피해 경험을 듣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필자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회복지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매일 체감하고 있다.

현장 이탈이 일상이 된 사회복지 현장,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적 저하

올해도 어김없이 '3.30 사회복지사의 날'을 맞이한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발표한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의 최근 5년 자료에 따르면, 시설 평균 종사자 수 대비 이직자 수는 해마다 적게는 8.8%에서 많게는 14.6% 내외로 나타나고 있다. 연평균 10% 이상을 상회하는 사회복지 현장의 높은 이직률은 사회복지 노동자가 자신에게 처한 노동환경 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선택의 결과이며, 사회복지 현장의 고질적인 인력 누수를 경험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사회복지서비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사회복지 노동자의 현장 이탈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높은 업무 강도, 낮은 성과 보상과 업무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체계의 부실을 주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현장은 민간 위탁에 의한 간접고용 지속과 사회복지시설 간의 노동환경 및 규모 격차 심화를 경험하고 있고, 현장에서 수행되는 노동은 윤리적 합리성이 우선되는 저임금 노동으로서 인식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지속 가능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어렵게 만들어 결국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적 측면의 악화를 불러온다.

▲ 2022년 3월 30일 '사회복지사의 날' 거리로 나온 사회복지사들. ⓒ김희라

필수 노동자로서의 소명과 권리 존중 사이의 불균형

사회복지 노동자는 노인·아동·청소년·여성·성소수자·이주민·장애인 등 사회로부터 차별받고 배제당하여 인간의 존엄을 이루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필수 노동자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자신의 존엄과 권리를 존중받지 못한 경우가 많고, 이러한 상황이 누적될 때 현장을 이탈하기에 이른다.

다음은 최근 7개월 이내에 보도된 사회복지 현장의 현실을 담아낸 기사의 제목이다. 제목만 봐도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회복지 노동자의 존엄은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필자가 동료 노동자들로부터 전해 듣는 현실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 "그룹홈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부당해고 당해도 '노동법 사각'"(<서울신문> 2024년 8월 2일 자)

○ "공익신고하면 괴롭힘·해고, 폐쇄적인 사회복지시설"(<매일노동뉴스> 2024년 12월 23일 자)

○ ""내가 춤추려고 사회복지사 됐나"장기자랑 강요 악습 여전"(<경향신문> 2024년 12월 25일 자)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정과 시행을 계기로 매년 3월 30일을 사회복지사의 날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사회복지서비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서비스를 지탱하는 이들의 현실은 여전히 부차적인 것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1년의 단 하루만을 그간의 노동과 헌신에 대해 기념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분투하는 매일의 일상을 존중받는 것을 가장 원하고 있지 않을지 우리는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영역을 불문하고 사회복지 노동자의 권익 침해 문제는 하루 이틀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 존엄과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사회복지 실천의 이면에 가려져 왔을 뿐이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 의식을 느끼는 데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복지 현장을 그리고 더 나은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바탕을 단단히 다지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대안을 마련할 시기이다. 흔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을 한다. 사회복지 현장도 이제는 이러한 자기 위로에서 벗어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것임을 잊지 말고, 보다 큰 목소리로 함께 해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작성자가 2024년 작성한 석사학위 논문과 학술 논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자의 생각을 덧붙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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