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대화 유출됐는데 우기는 트럼프…NYT "백악관 해명, 말장난 수준" 직격

2016년 힐러리 개인 이메일 사용 비난했던 공화당, '우린 문제 없어' 이중잣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을 비롯해 안보와 관련한 주요 인사들이 민간 모바일 메신저에서 예멘 후티 반군 공격 계획을 논의하고 민간인을 대화방에 초대하는 보안 사고를 일으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해명이 더 큰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변호하려는 백악관의 노력은 '말장난' 수준"이었다면서 "헤그세스 장관과 다른 행정부 관리들은 그가 국가 안보를 다루는 당국자들과 모바일 메신저인 '시그널'(Signal)에서 대화를 나눈 내용은 '전쟁 계획'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기술적으로 보면 그들의 말이 맞다. <디애틀랜틱>의 편집장 제프리 골드버그가 실수로 포함돼 있던 시그널 대화방에서 게시된 내용은 임박한 공격과 관련한 '시간표'와 비슷하다"면서도 "하지만 F/A-18F 슈퍼 호넷 제트기가 발사될 예정인 시간과 MQ-9 리퍼 드론이 중동의 지상 기지에서 날아올 시간 등이 매우 자세하게 나와 있다는 점에서 이는 (전쟁계획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무기의 경로와 목표물에 대한 좌표가 포함된 완전한 '전쟁 계획'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보다 더 구체적일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국방부 장관이 기밀화가 되지 않는 상업용 어플리케이션에 왜 이같은 세부 정보를 게시했는지를 설명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헤그세스 장관이 대화방에서 언급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놀라운 수준" 이었다면서 "만약 이 정보가 유출됐다면, 미국이 예멘에서 목표로 삼고 있던 후티 전투기와 미사일 전문가들은 탈출할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미국 조종사들과 다른 군인들은 위험에 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짐 하임스 코네티컷주 하원의원은 26일 당시 대화방에 참여한 일부 고위 정보 당국자들이 참여한 청문회에서 "지금 우리가 죽은 조종사를 애도하지 않게 된 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 덕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문은 "국가 안보 관련 전문가들은 이것이 기밀 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본다"라며 "적어도 헤그세스 장관이 단체 대화방에 (공격에 대한) 세부 사항을 공유한 것은 기밀 내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거의 대부분 행정부의 기밀 취급 시스템에서 이를 차단할 정도로 민감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는 이 사안과 관련, 기밀 분류 문제를 제기하며 사소한 위법 행위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국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건 기밀이 아니었다. 기밀 정보라면 아마 조금 다를 테지만"이라며 "항상 모든 것은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여전히 기밀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고 믿고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그렇다. 잘 모르겠다. 관계있는 여러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주요 당사자인 헤그세스 장관은 아시아로 향하는 도중 기자들과 만났지만 관련 질문을 피했다. 그는 미국 외부에 서버가 있는 상업용 어플리케이션에 공격과 관련한 정보를 말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신 그는 전임 정부인 바이든 행정부가 후티 반군을 더 강하게 공격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며 "아무도 전쟁 계획을 메시지로 보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본인이 단체 대화방에 보낸 메시지에는 "부대도, 위치도, 경로도, 비행 경로도, 출처도, 방법도, 기밀 정보도 없다"고 했지만, <애틀랜틱>의 보도에 따르면 공격 일시와 방법, 목표 등 자세한 세부사항이 포함돼 있었다.

백악관도 헤그세스 장관을 포함해 고위 인사들의 행위가 문제가 없다면서, 오히려 이를 보도한 <디애틀랜틱>을 비난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이 모든 이야기는 선정적인 성향으로 트럼프를 혐오하는 사람이 쓴 또 다른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고 신문이 보도했다.

그런데 25일 존 래트클리프 CIA 국장은 미 상원에서 본인이 참여한 대화방에서의 대화가 실제이며, 골드버그 편집장이 설명한 내용이 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 질문을 피하려 했던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 국장 역시 래트클리프 국장이 개버드 국장의 참여도 확인하자 결국 사실을 시인했다.

신문은 "두 사람 모두 해당 정보가 기밀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압박을 받자 대화에 기밀 정보가 없다고 발언을 수정했다"며 "이는 기밀로 분류된 국방부의 작전 계획이 (대화에) 있었는지 언급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신문은 이들의 발언이 진실인지 검증하려면 상식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면서 "만약 한 언론 기관이 국방부나 국가안전보장회의에 가서 공격 시기와 세부 사항을 공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면, 행정부는 거의 확실하게 그들에게 게시하지 말라고 요청했을 것이며, 대부분의 책임 있는 언론 기관은 적어도 공격이 끝날 때까지 그 데이터를 보류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대응이 상식 수준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트럼프 정부가 "민주당 소속 전 국무장관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지금보다) 훨씬 덜 중요한 데이터를 집에 있는 컴퓨터 서버에 저장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던 게 아이러니하다는 걸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개인 이메일 주소를 업무용으로 사용했다고 비난했던 트럼프 측이 자신들의 민간 메신저 사용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소위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미 국방부 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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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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